2차 북미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과연 북한의 비핵화는 가능할까? 북미수교가 이루어질까? 통일은 정말 가까운 미래일까? 20~30대 지인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 대부분 회의적인 반응이 돌아온다. 북한 정권을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심부터 지금 당장 영구분단을 선언해야 한다는 급진적인 주장까지. ‘민족’의 안경을 벗어젖힌 젊은 세대는 이미 한반도 문제가 고차방정식이라는 사실을 뼛속들이 체득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 정권에서 번갈아 청소년기를 보내며,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다.

고차방정식을 맞닥뜨렸을 때는 무엇보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교과서로 삼을 만한 책이 있다. 바로 안드레이 란코프의 『리얼 노스 코리아』. 기름기 없는 분석, 객관적인 진단, 냉철한 전망. 전에도 인상적이었지만 수년 뒤 다시 읽어도 빛을 발하는 통찰들이 적지 않다.

우선 가장 중요한 사실은, 북한의 위기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북한 정권은 미국의 침공을 우려하긴 하지만, 그보다는 국내의 쿠데타나 혁명을 더 두려워한다. 최대한 개혁을 회피하고, 내부의 반항을 무자비하게 진압하며, 자본주의 제도의 자발적인 성장을 억제하는 것은 다 이런 이유에서다. 이렇듯 강력한 탄압정책이 작동하려면 외부의 개입을 막아야 하는데, 이때 바로 핵이 필요하다. 북한 지도부는 카다피가 핵을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2003년 서방 국가들이 리비아에 쉽사리 개입하지 못했으리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물론 북한에서 ‘개발독재’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행동이 바뀌려면 우선 정권의 본질이 변해야 한다. 본질이 변하려면 상당한 내부의 압력이 작용해야 한다. 압력은 밑에서부터 증폭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엘리트 계층에게서 시작될 가능성이 더 높다.

하나의 예로 1958년 미국과 소련 사이에 체결된 학술교류 협정이 있다. 미국의 보수파는 이러한 협정이 과연 효과가 있겠냐며 세금 낭비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소련 정부는 1년 동안 컬럼비아대학에서 공부할 학생으로 고작 네 명을 선발했다. 그런데 그중 두 명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었다. 올렉 칼루진은 훗날 KGB 내에서 공개적으로 조직에 도전한 최초의 인물이 되었고, 알렉산드르 야코블레프는 당 중앙위원회 서기가 되어 공산주의 정권이 붕괴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페레스트로이카의 진짜 설계자는 고르바초프가 아니라 야코블레프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외부와의 접점을 늘려야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압력이 계속해서 증가하면, 북한 지도부는 이전에는 고려조차 해보지 않은 개혁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저자는 김정은의 미래가 덩샤오핑보다는 고르바초프에 가까울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부유한 남한과 국경을 맞닿고 있다는 점, 그리고 북한 정권의 독특한 특성 때문에 점진적이고 통제 가능한 변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경제개발에 착수하자마자 북한은 위기에 빠져들 것이며, 이는 틀림없이 갑작스럽고 격렬하리라고 저자는 말한다.

과연 우리는 맹렬한 폭풍에 충분히 대비되어 있을까? 장밋빛 전망이 우세한 지금, 예상 밖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20년 뒤 한반도의 미래가 걱정되면서도, 지금의 젊은 세대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걸어본다. 

 

<필자 소개>

1998년 끝자락에 태어났다. 지금까지 학교에 다니지 않는 대신 홈스쿨링으로 공부했다.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며, 정치, 경제, 사회, 역사, 철학에 관심이 많다. <소년여행자>, <학교는 하루도 다니지 않았지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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