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

언제까지 콩쥐 한 명만 구박할 것인가? 이제는 행복해질거라고 기대하고 드라마를 보면 또다시 넘어야할 시련이 찾아온다. 허구의 드라마를 보면서 괜스레 속이 터진다. KBS 2TV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극본 김사경, 연출 홍석구) 속 김도란(유이)의 이야기다.

시청률 38%를 넘어서면서 국민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하나뿐인 내편’을 보면서 구전동화 ‘콩쥐 팥쥐’를 떠올리는 건 자연스러울 정도다. 동화 속 콩쥐를 연상케 하는 유이는 이 드라마가 시작될 때부터 이제까지 눈물 마를 날이 없다. 극중에서 그녀를 빼고 난 나머지 인물들에게 갈등이라고는 없다. 하다못해 드라마의 갈등요소로 사용된 장고래와 김미란, 강수일(최수종)과 나홍주(진경)의 사랑과 결혼도 다 정리돼 가는 마당에 작가는 주인공 김도란의 갈등은 좀체로 손에서 놓지 않는다.

방영 초기에 김도란은 영락없는 콩쥐였다. 남의 집 업둥이로 자라서 계모인 임예진에게 여러 가지로 시달렸다. 김도란이 부잣집 도련님의 사랑을 받으면서 왕대륙(이장우)과 결혼하여 잠시 행복해 진 것도 잠시였다. 신데렐라가 되어 행복해질 거라는 예상을 깨고 온갖 시련 속으로 빠져든다.

김도란의 아빠 강수일(최수종)은 살인전과를 가진 인물이다. 이러한 사실로 유이는 꿈에 그리던 아버지를 찾았지만 시댁 식구들에게 큰 상처를 받았고 집에서 쫓겨나기까지 했다. 김도란의 시어머니 오은영(차화연)은 결국 강수일의 과거를 이해했고 그를 사돈으로 받아들였다.

반면 아빠 최수종은 꿈에도 그리던 딸을 만나고, 백만장자인 미망인 진경(나홍주)과 결혼까지 한다. 딸이 겪는 고통에 비하면 아버지는 한 마디로 꽃방석에 올라탄 것이다. 이제는 그 아버지의 과거로 인해 또다시 김도란의 시련이 예고돼 있다. 극중 김도란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동서 인 장다야(윤진이)의 집요한 의심이 또다른 분란을 만들고 있다. 그녀의 백부(김규철)가 30년만에 귀국, 우연히 수일과 마주친다. 결국 장다야의 끈질긴 탐정놀이로 강수일이 장다야의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이라는 사실이 밝혀질 위기에 처해있다.

이로 인해 또다시 김도란은 이혼의 위기에 봉착한다. 물론 극중 강수일이 실인 누명을 쓰고 복역했다는 복선이 깔려 있어 궁극에는 해피엔딩이 될 거라는 짐작을 할 수 있지만 주인공 한 명만 집요하게 불행 속으로 빠뜨리는 전개에 시청자들이 지쳐가고 있다.

김도란의 끝없이 이어지는 불행이 이 드라마의 시청률을 견인하는 이유(?)인지 모르지만 나머지 인물들은 모두 김도란의 불행을 만드는 불쏘시개다. 끊임없이 김도란을 못살게 구는 동서 장다야의 역할은 오로지 김도란의 뒷조사다. 밥만 먹고 나면 김도란을 못살게 굴기 위한 구실을 만들 궁리만 한다. 여기에 시할머니는 끊임없이 김도란을 찾고, 시어머니도 김도란을 괴롭힌다. 시아버지나 남편은 김도란을 지켜주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늘 줏대가 없이 흔들린다. 뒤늦게 나타난 아버지 역시 맺고 끊는 맛이 없는 유약함으로 딸을 괴롭힐 뿐이다. 김도란의 계모나 여동생 등 다른 인물들에게 사소한 갈등이 있지만 대부분 김도란을 불행에 빠뜨리는 불쏘시개로 사용될 뿐이다. 문제는 김도란이 늘 주체적이지 못하고 착해 빠져서 모든 갈등의 중심에서 눈물만 흘린다는 점이다.

언제부턴가 지상파, 특히 KBS주말극은 시청률 면에서 늘 국민드라마 반열에 오를만큼 사랑을 받아왔다. 대개의 시청자들이 황금같은 시간인 주말 저녁에 드라마를 보면서 휴일을 즐기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런데 가끔 드라마를 보면서 화가 난다. 왜 이렇게 스토리 전개가 세련되지 못할까? 너무나 뻔한 드라마를 하염없이 봐야할까?

인간사 늘 다양한 갈등요소가 있고, 그런 갈등요소가 얽히고 설키면서 기쁨과 슬픔의 롤러코스터를 맛보면서 살아가는 것이긴 하지만 ‘하나만 남의 편’인 드라마를 보는 건 영 불편하다. 종영을 향해 치닫고 있는 이 드라마가 뻔한 결말이 아닌 좀더 세련된 결말을 보여주길 기대하는 건 지나친 욕심일까?

 

<필자 소개>

오건은 대중문화 주변부에서 오랫동안 일해왔다. 신명 나게 사는 딴따라들을 사랑하고, 그들이 만든 콘텐츠들을 좋아하고 지지한다.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그날까지 글을 통해 비판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계속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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