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대기장소인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계기로 사법불신을 해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이런 여론에도 불구하고 언론사들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코리아>는 양 전 대법원장 구속과 관련된 국내 주요 언론사의 사설을 비교 분석했다. 

♢ 조선일보, “양승태 구속, 좌파단체가 이석기 석방 주장하게 될 것”

특히 조선일보는 보수 언론 중에서도 가장 강도높게 양 전 대법원장 구속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25일 사설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거나, 강제징용 재판과 관련해 변호사를 따로 만난 것은 부적절하고 지탄받아 마땅하다”면서도 “부적절한 행위와 범죄는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조선일보는 이어 “양 전 대법원장 구속으로 그의 재임 기간 중 논란이 된 판결은 모두 불신과 의심의 대상으로 전락했다”며 “좌파 단체들은 전교조 법외노조 재판 등 각종 시국 사건을 문제 삼을 태세”라고 우려했다.

조선일보 외 다른 보수성향 일간지들은 법원의 결정은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구속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양 전 대법원장 구속이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돼서는 안된다며 “법원의 판단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이 도주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과연 구속영장 청구와 발부가 불가피했느냐는 일각의 문제 제기에도 타당한 측면은 있다”며 “가급적 불구속 상태에서 피고인이 재판을 받게 해야 한다는 형사소송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또한 “검찰은 구속영장에서 양 전 대법원장에게 40여 가지 범법행위를 적용했지만 주요 혐의는 재판 개입 의혹과 관련된 직권남용 혐의”라며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할 정도로 증거와 법리가 충분한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 보수언론, 일관된 ‘김명수 책임론’ 제기

보수 성향 언론들의 양 전 대법원장 구속에 대한 논조에는 온도차가 엿보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김명수 대법원장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일보는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구성한 조사팀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도 김 대법원장은 사실상 대통령 뜻에 맞춰 문제를 검찰로 넘겼다”며 사법농단 수사에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선일보는 김 대법원장이 24일 사법불신에 대해 사과한 것에 대해서도 ‘악어의 눈물’이라고 꼬집었다.

문화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이 지경에 이른 1차적 책임은 김명수 현 대법원장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일보는 판사 블랙리스트와 재판거래에 대한 대법원 자체조사에서 뚜렷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고, 김 대법원장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했다. 여당은 판사 탄핵에 나서고 있다. 사법 독립은커녕 청와대와 여당 하수인이자 ‘코드 사법부’를 자초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 또한 “과거 사법부의 잘못만 사과할 일은 아니다. 지금 사법부 역시 정치권에 동료 법관 탄핵을 촉구하는 등 내홍에 휩싸여 있다. 사법개혁은 지지부진하고 ‘코드 인사’의 폐해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 다수 일간지 사설, '양승태 구속 지지' 한 목소리

반면 한겨레, 경향신문 등 진보 성향 일간지를 비롯해, 한국일보, 서울신문, 국민일보 등 다수의 일간지들은 법원의 양승태 구속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국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여러 정황상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은 충분히 납득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양 전 대법원장은) 법관 블랙리스트에서 인사 불이익을 줄 판사에 ‘v’ 표시 한 것을 뒤에 조작했다고 둘러댔다니 ‘증거 인멸 우려’도 없지 않다”며“지난 시절 사법농단이 삼권분립을 망각하고 헌법이 보장한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한 사건이라는 점만으로도 사안의 중대성은 소명되고 남는다”고 덧붙였다.

서울신문은 구속을 앞둔 양 전 대법원장의 태도를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를 열거하며 “하지만 그는 지난 11일 검찰의 공개 소환 전 ‘친정’인 대법원 앞에서 본인의 책임을 부인하는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양 전 대법원장이) ‘과오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제 책임이고 제가 안고 가겠다’라고 해놓고도 ‘대법원장의 지시’를 인정한 후배 법관들의 진술에 대해 ‘거짓 진술’이라거나 ‘사후에 조작됐을 수 있다’며 부인으로 일관했다”며 “사법부의 수장답게 책임지는 자세는 찾아볼 수 없어 허탈하기까지 하다”고 평했다.

국민일보, 경향신문 등은 향후 사법농단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사법부 개혁이 필요하다며 김명수 대법원장의 분발을 촉구했다. 경향신문은 “김 대법원장의 사과가 진심일 것으로 믿는다. 그렇다면 만신창이가 된 사법부를 폐허에서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며 “관료적 사법행정 체계를 개편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또한 “사법부 내 문제점으로는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왜곡된 인사 구조 등이 꼽힌다”며 “대법원장이 독점하는 사법행정 권한을 분산하는 등 제도개혁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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