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금융지주 본점에서 열린 지주 출범식에서 출범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우리금융지주가 비은행부문 인수합병(M&A) 의지를 내보이며 금융지주 간 선두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지난 13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비은행 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M&A를 통해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며 “중장기적으로 은행과 비은행 비율을 7대3, 또는 6대4정도까지 조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 회장은 자산운용사, 부동산 신탁사 등 규모가 작은 회사부터 인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비은행부문 비중을 40%까지 늘리기 위해서는 규모 있는 보험사 인수가 필수적이다. 특히 현재 국내 1위 금융그룹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인 4대 금융지주 중 보험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곳은 우리금융지주 뿐이다. KB금융지주는 생보사와 손보사를 모두 가지고 있으며,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생보사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신한금융의 경우 지난해 9월 오렌지라이프생명(구 ING생명) 지분 약 59%를 2.3조원에 인수하며 KB금융에 내줬던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았다.

우리금융이 보험사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지주사 출범 전부터 제기돼왔다. 우리금융은 이미 우리생명보험, 우리손해보험, 우리재보험 등 향후 보험사 인수를 대비해 지난해 상표권 등록을 마친 상태다. 문제는 마땅한 매물을 찾기 어렵다는 것. 현재 시장에 나온 매물은 롯데손해보험 정도다.

손보업계 시장 9위권으로 평가되는 롯데손보에 대한 입찰은 오는 28일부터 시작된다. 시장에 나온 유일한 보험사라는 점에서 우리금융이 나설 가능성도 있지만, 한화그룹이 인수의지를 보이며 강력한 경쟁자로 나섰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재무부담 또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현재 롯데손보 자산의 44%는 계열사 퇴직연금으로, 10% 안쪽인 여타 손보사에 비해 계열사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우리금융이 인수한다 해도 해당 연금 물량을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데다, 향후 금융당국의 퇴직연금 리스크 관리가 강화되면 부담이 더해질 우려가 있다.

최근 자본확충안이 지연되면서 다시 매각설이 나오고 있는 MG 손보 또한 우리금융이 노려볼만한 매물이다. 하지만 재무건전성이 심각하게 악화된 MG손보 인수에 쉽게 나서기는 어렵다. MG 손보는 지난해 9월 기준 지급여력(RBC) 비율에서 보험사 유일 100% 미만이 86.5%를 기록하며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을 권고받았다. MG손보는 작년 말 기준 RBC가 다시 100% 이상으로 회복될 것이라 추산하고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업계 최저 수준이다. 대주주인 새마을금고조차 출자에 인색한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MG손보 인수가 우리금융에게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이 밖에도 생보사 중에는 중국 안방보험이 대주주로 있는 동양생명과 ABL생명, 산업은행 계열사인 KDB 생명 등이 잠재적 매물로 거론된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 자산 규모가 큰데다 대주주의 입장 변화를 막연하게 기다려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저축성 보험 비중인 큰 동양생명의 경우 IFSR17 도입 이후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우려도 있다. KDB생명은 이미 산업은행에서 2020년 상장 후 매각한다는 계획을 세워 올해 안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낮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국내 보험업계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공격적 M&A를 꺼리게 하는 요소로 지적된다.  손태승 회장이 비은행 부문 인수합병에 의지를 보이면서도 “우선은 규모가 작은 자산운용사나 부동산 신탁사, 저축은행 등을 보고 있다”라고 조심스럽게 언급한 것도 이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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