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이헌 전 국회의원이 차기 저축은행중앙회장 후보 사퇴를 결정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차기 저축은행중앙회장 선거가 오리무중으로 빠져들고 있다. 후보 중 한명이 모욕감을 느꼈다며 사퇴를 선언한데다, 노조는 회장후보추천위원 전원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4일 저축은행중항회장 최종면접 대상자 3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됐던 한이헌(75) 전 국회의원이 17일 후보 사퇴 의사를 중앙회에 전달했다. 한 전 의원은 이날 회원사 대표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16일 회추위 최종후보자 면접 도중 양현근 회추위원으로부터 연봉 삭감을 통보받았다”며 “면접에서 이를 통보한 것은 후보자들이 연봉만 즐기려는 무능한 자들이라고 보는 시각에서 나온 심각한 모욕행위”라고 비판했다.

사무금융노조 저축은행중앙회지부는 회원사들이 중앙회를 길들이기 위해 과도하게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며, 선거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18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회추위원의 역할은 후보자의 자질과 역량, 전문성을 검증하고 중앙회와 업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경영계획 및 의지를 심의하는 것”이라며 “이와 전혀 관계가 없는 임직원의 연봉삭감과 인사관여, 중앙회 예산축소 등을 사전적으로 요구하는 행태는 결국, 회장후보 시절부터 길들이는 것이 주목적이며 중앙회장 자리를 일종의 거래로 전락시키는 불공정 행태이자 후보자와 중앙회를 모욕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어 “남은 2명의 후보자는 회추위원의 이러한 불공정 요구를 수용한 댓가로 최종 후보자로 추천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과연 회추위의 깜깜이 밀실검증과 더불어 일종의 거래를 통해 선출된 후보자가 서민금융을 대표하는 회장의 자격이 될 수 있는지 의구심만 증폭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지난 15, 16일 두 차례 성명서를 내며 이번 선거와 회추위에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노조에 따르면 일부 회원사 대표가 회장 후보들에게 중앙회 임직원 연봉을 삭감하고 회원사가 중앙회 인사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각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러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회원사의 갑질 횡포를 떠나 중앙회에 대한 과도한 지배개입이며 중앙회의 역할과 기능을 사실상 무력화 시키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회원사 대표들이 입맛에 맞는 회장 선출을 위해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회추위원의 전원 사퇴와 선거의 재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한 전 의원에게 면접 도중 연봉삭감을 통보한 양현국 민국저축은행 대표가 수년 전부터 중앙회에 대한 갑질을 일삼고 있다며 중앙회 모든 직책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노조는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전면파업 등을 통해 정면대응할 방침이다.

한편 한 전 후보의 사퇴로 저축은행중앙회장 선거는 남영우(65) 전 한국투자저축은행 대표, 박재식(61)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회추위는 오는 21일 최종 투표를 통해 차기 회장을 선정할 방침이다. 회원사의 과도한 중앙회 개입을 비난하며 노조가 강경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회추위가 차기 회장 선거를 강행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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