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미세먼지 수치가 올라가면서 거리에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띠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착용한 마스크가 또다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현재 미세먼지 대책으로 사용되는 마스크는 기존에 감기 등의 전염을 막기 위해 사용되던 마스크와는 달리 산업 현장에서 사용되던 방진 마스크를 일반 소비자용으로 개량한 것이다. 기존과는 달리 상당히 작은 입자까지 걸러낼 수 있어야 하는 방진마스크의 가장 큰 불편함은 숨쉬기가 어렵다는 것.

한국에서 유통되는 보건용 마스크는 보통KF80, KF94, KF99등이다. 뒤의 숫자는 미세먼지 제거율을 의미하는데, 이 숫자가 높을수록 호흡도 더욱 어려워진다. 일반 소비자의 경우 호흡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미세먼지를 막기 위해 높은 수치의 마스크를 선호하지만 임산부, 노약자나 호흡기 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의 경우 마스크 착용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의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 착용 관련 주의 문구. 호흡기 질환이 있는 경우 의사와 상담하라고 권하고 있다. <사진=FDA 홈페이지 갈무리>

미 식품의약국(FDA)의 경우 “호흡 곤란을 초래하는 만성적인 호흡기, 심장 질환 또는 다른 의학적 문제가 있는 사람의 경우 N95 마스크를 사용하기 전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 N95 마스크가 착용자의 호흡을 더욱 곤란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 흉부학회(American Thoracic Society) 또한 “폐 및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마스크(respirator) 착용 시 호흡 곤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이 단체는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가 어린이용으로 제작되지 않으므로 어린이에게 사용하는 것 또한 숙고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미 흉부학회(American Thoracic Society)가 질답식으로 정리해놓은 마스크(respirator) 착용 설명서  중 일부. 폐, 심장질환 환자 및 어린이들에게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것을 권하고 있다. <사진=미 흉부학회 홈페이지 갈무리>

아주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장재연 교수는 지난해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 기고한 글에서 “미세먼지 오염과 관련해서 마스크 착용에 관한 권고를 명시적으로 하고 있는 국가로 우리나라 말고는 싱가포르가 있다”며 “(싱가포르 환경청은) 등하교나 출퇴근 또는 버스 정류장에서 쇼핑몰에 가는 것과 같이 짧은 시간의 노출, 그리고 실내에는 착용할 필요가 없다고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 환경부는 이런 외국 사례와는 전혀 다르게 모든 사람에게 무차별로 시도 때도 없이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고, 마스크 검증 책임을 맡고 있는 식약처 역시 마찬가지”라며 “대기질 개선을 위한 노력은 기울이지 않고 오히려 국민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권고나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질병관리본부는 “마스크 착용여부는 반듯이 의사와 상의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보건용 마스크에 관련된 주의사항이 표시돼있는 경우는 드물다. 미세먼지를 피하려다 오히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에 대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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