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치고 기업인들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2019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를 열고 새해 첫 기업인과의 만남을 가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계 유력인사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신년 경영키워드를 제시하며 정부에 기업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이날 간담회는 상대적으로 경직된 분위기에서 진행됐던 전임 정권 시절과는 달리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역대 정권들은 모두 경제정책 추진 과정에서 협조를 구하기 위해 기업인들을 초청해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왔지만, ‘소통’을 목적으로 한 자리임에도 엄격한 절차에 따라 격식을 갖춰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또한 취임 직후인 2013년, 2015년 등 여러 차례 기업인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행사를 진행했지만 전통적인 기업인 간담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주요 대기업 총수의 경우 공개된 자리에서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개별면담을 통해 비공개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기업인 간담회는 노무현 정부의 ‘삼계탕집 오찬’을 연상케 하는 격의없는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해 노타이 차림에 국산 수제맥주를 마시며 기업인 간담회를 열었던 문재인 정부의 이날 간담회 또한 와이셔츠 차림으로 진행됐다. 사회를 맡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양복 상의를 벗고 진행하자”고 권하자 문 대통령이 “좋습니다”라고 답한 것. 이날 간담회는 당초 1시간 40분 가량 예정돼있었으나 기업인들과 문 대통령의 질의응답이 길어지면서 2시간 이상 이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5년 2월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화체육 활성화를 위한 기업인 오찬에 참석, 인사말하는 한국메세나협회장인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과 목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만 웃고 대기업 총수들은 모두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날 간담회에서 이 부회장은 ‘수출’을 강조하면서도 향후 반도체 시장 경쟁에서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국제 정치 불확실성 높아지고 시장이 축소되었다 하는 것은 핑계”라며 “기업은 그럴 때일수록 하강 사이클에 준비하고 대비해야 하는 게 임무다. 저희가 자만하지 않았나 성찰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어 “설비와 기술, 투자 등 노력하여 내년 이런 자리가 마련되면 당당하게 성과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수출 실적을 개선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지난 7월 인도 노이다 삼성전자 공장 준공식 이후 이날 간담회까지 반년 간 문 대통령과 네번째 만남을 가진 이 부회장은 한층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날 간담회 이후 문 대통령 및 기업인들과 청와대 경내 산책에 나선 이 부회장은 반도체 경기 하락을 우려하는 문 대통령에게 “좋지는 않습니다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거죠”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최 회장이 “삼성이 이런 소리 하는게 제일 무섭다”며 농담을 건네자 이 부회장은 최 회장의 어깨를 툭 치며 “영업비밀을 말해버렸다”고 웃으며 답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 또한 ‘수출’에 방점을 찍으며 정부의 협조를 요청했다. 정 부회장은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수출이다. 현대자동차는 내년 5% 늘려 202만대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무역확장법 232조 등 관세·통상 관련 문제가 잘 해결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이어 “산업부와 외교부, 그리고 현대자동차도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 중인 바,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며 기업과 정부 간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또한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관심도 드러냈다.  “요즘 대기문제·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를 위해서 전기·수소차 등에 향후 4년간 5조원을 투자하고, 몽골 2,700만평의 부지에 나무를 심는 식재사업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이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수소 자동차·버스 등은 미세먼지를 정화하는 기능까지 있으니 효과적이고, 조림협력사업 등도 좋은 대책”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 회장의 키워드는 ‘혁신’이었다. 최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혁신성장을 하기 위해서 기본 전제는 실패에 대한 용납”이라며  “ 법을 적용하거나 규제를 완화하거나 샌드박스를 도입할 때 기본적인 철학적인 배경이 ‘실패를 해도 좋다’라는 생각을 가져 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최 회장은 실패를 용납하는 제도적 환경 외에도 혁신 비용을 절감시키기 위한 정부 지원과 최고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최 회장 발언에 대해 “실패를 통해서 축적이 이루어져야 혁신이 가능하다”고 화답하며 “실패할 수도 있는 과제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R&D 자금을 배분해서 실패를 통해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그래서 실패해도 성실한 노력 끝에 그 결과로 실패한 것이라면 그것 자체를 하나의 성과로 인정해 주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과기부에서 각별히 관심 가져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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