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오른쪽)이 지난해 5월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올해 부활되는 금융권 종합검사 계획을 두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다. 금감원은 금융산업의 위험 관리를 위해 종합검사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지만, 금융위는 검사 대상 선정기준의 투명성이 필요하다며 견제하는 분위기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미 지난주 종합검사 시행계획 초안을 금융위에 제출했으며, 금융위는 이를 검토 중인 상황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종합검사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금융위는 종합검사가 자칫 금융사 길들이기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윤 원장은 지난해 7월 진웅섭 전 금감원장이 2015년 폐지했던 종합검사를 부활시키겠다고 공식 선언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저인망식 검사로 금융사 자율성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으나, 금감원은 유인부합적 검사를 통해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유인부합적 검사란 모든 금융사를 돌아가며 조사하던 관행과는 달리 규정을 잘 준수한 금융사는 검사를 면제시켜주는 유인책을 제시하는 대신, 기준 미달의 금융사는 집중 조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종합검사 부활에 대해 불편한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종전에 금융사 부담이 너무 커지지 않도록 금감원이 스스로 (종합검사 폐지를)결정했는데, 그것을 다시 부활시키는 것에 대해 약간의 우려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신년사에서도 금융당국 수장의 입장 차이는 뚜렷하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암묵적 규제, 보신적 업무처리, 과중한 검사⋅제재 등 혁신의 발목을 잡는 금융감독 행태도 과감히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반면 윤 원장은 “새해에도 일관되게 금융 소비자 보호를 중점 과제로 추진할 것”이라며 “금융회사의 영업행위 감독을 강화하고 소비자 교육과 분쟁 조정 등 소비자 보호방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양대 수장이 혁신과 감독이라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무게를 기울인 셈이다.

윤 원장의 종합검사 추진 의지는 확고하다. 윤 원장은 지난 10일 국실장급 30여명에 대한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며 종합검사를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특히 이번 금감원 인사에서 올해 첫 종합감사의 유력한 타깃으로 예측되는 생명보험업계를 감독할 생보검사국장에는 지난 2014년 삼성생명 특별검사를 맡았던 박상욱 국장이 발탁됐다. 차기 보험담당 부원장보 자리에는 보험업계 저격수로 알려진 이성재 여신금융감독국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국장은 2016년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 당시 생보사들에 대한 중징계를 주도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는 자칫 종합검사가 과거와 같이 저인망식 검사, 또는 금융당국의 특정 업체 길들이기로 비칠 우려가 해소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검사계획을 정례회의에서 보고받던 관례와 달리 시행계획에 대한 사전 보고를 요구한 것도 그 때문. 금융위는 금감원이 종합검사 대상 선정 기준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 연말 예산문제로 한 차례 갈등을 겪었던 금융위와 금감원은, 최 위원장과 윤 원장의 금융감독에 대한 뚜렷한 의견 차이로 인해 또다시 사이가 멀어지는 모양새다. 3년 만의 종합검사 부활을 앞두고 두 금융당국이 기존의 갈등을 봉합하고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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