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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칠궁 - 2장 장희빈의 환생 ①
  • 금강 작가
  • 승인 2019.01.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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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웹소설 <칠궁>은 420년 전 숙종의 비(妃)였던 장희빈이 시대를 뛰어넘는 복수극을 그린 팩션 소설이다. 집필 동기는 2013년 화창한 봄날, 칠궁을 방문했을 때 떠오른 영감에서 비롯됐다. 칠궁은 조선 왕들을 낳은 생모이나 왕비에 오르지 못한 후궁 7인의 신위를 모신 곳이다. 놀라운 것은 불구대천의 원수지간인 장희빈과 숙빈 최씨가 나란히 칠궁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한을 품고 세상을 떠난 장희빈의 입장에서는 원수가 옆에 누워있는 꼴이니 혼령이 편치 못할 것 같았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장희빈과 숙빈 최씨를 칠궁에 합사한 것이 누구의 뜻인지 궁금했다. 필자는 즉시 취재에 들어갔다. 그 결과 육상궁(숙빈 최씨)과 대빈궁(장희빈)은 을사늑약이전에만 해도 각각 따로 떨어져 있었음이 확인됐다. 그런 것이 한일합방 이태 전에 전격적으로 합방(?) 조치가 이루어졌다.

필자는 칠궁에 이어 장희빈의 묘소도 찾아갔다. 장희빈의 묘는 인근에 있는 인원왕후 인현왕후 능에 비해 매우 초라했다. 장희빈은 살아서는 사약을 받고 비극적 생을 마감하더니 죽어서까지 천대를 받고 있었다.

장희빈은 시대가 그녀를 악녀로 규정했다. 다수 재야 사학자들의 표현을 빌면 숙종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죄명은 왕을 투기한 죄, 왕비를 모함한 죄다. 그 죄명은 진실일까. 장희빈은 왜 숙종 시대를 뛰어넘어 후대에까지 악녀의 표상으로 자리매김된 것일까. 숙종의 잘못은 없었을까. 잘못이 있었다면 무엇일까.

<칠궁>은 지금까지 장희빈을 소재로 만든 기존의 소설, 드라마의 내용과 차원을 달리 한다. 장희빈의 입장에서 숙종의 이중성과 잘못을 준엄하게 꾸짖는다. 남성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그 시대에 힘없이 당한 여인(장희빈). <칠궁>은 그 장희빈이 환생해 권력자(숙종)을 찾아가 복수를 펼치고 역사적 재조명을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1.

 

사흘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문화재연구소로부터 각각 통보가 왔다. 통보서를 받아본 김훈은 놀란 나머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1. 장희빈 묘 근처에서 수거한 나비 모양의 노리개는 약 4백여년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옥나비다. 옥나비는 옥을 다듬어서 나비 모양을 만들고 금으로 장식한 노리개로 대삼작 등과 함께 궁중이나 상류층 여인이 즐겨 사용한 장신구다. 옥나비는 쌍으로 제작되기도 했는데 옥나비 한쌍에는 부부의 해로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노리개에 묻은 지문은 여자의 것으로 추정된다.

 

2. 도깨비 뿔 형상을 한 물체는 무속인 등이 사용하는 양밥의 형태로 보이나 어떤 목적에서 제작되었는지 단정 짓기 어렵다. 재질은 플라스틱 종류이나 시중에서 흔히 유통되는 양밥과 달리 모양새가 독특한 축에 속한다.

 

3. 이 실은 값비싼 남성 정장에 사용되는 원료로, 여러 형태의 동물 털이 복합적으로 교직되어 있다. 히말라야 파시미나(티벳 염소), 키비우크 (툰드라지방의 사향 황소), 남미 야생동물인 비쿠나 털 등을 섞어 혼방으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원사 한 가닥의 굵기가 머리카락 6분의 1 정도로 섬세한 것이 특징이다. 가격은 한 벌에 1천만 원이 넘으며 최상류층이 주 고객이다. 제조사는 이탈리아 브랜드 키톤이다.

 

-이 세 개의 증거품이 암시하는 게 뭘까.

김훈은 추리를 거듭했다. 사건 해결의 핵심은 이 물건의 주인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범인은 꼬리를 남기지 않았다. 도대체 범행 동기가 뭔가. 도사의 말대로 숙빈 최씨와 장희빈이 권력투쟁을 벌인 때문일까. 그게 아니면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진 것일까.

김훈은 고개를 설래설래 저었다. 설령 도사의 말이 맞다고 해도 그런 식으로 수사 보고서를 올릴 수는 없다. 특수수사과장은 물론이고 검사도 비웃을게 뻔했다. 이때, 감정서를 읽던 박찬일이 불쑥 말했다.

“반장님, 양밥 같은 허무맹랑한 것 말고 실조각부터 추적해 보는게 어때요.”

“키톤 말이지.”

“예. 이 정도 고가 명품이면 일반인들은 어림도 없고, 국내에서도 입을 만한 사람이 몇 명 안되지 싶어서요.”

“일리 있는 얘기군. 좋았어. 키톤이라는 회사부터 조사해 보자구.”

 

한 시간 후 서울 남산의 한 칠성급 호텔.

“고객 명단을 확보해야 해.”

호텔 로비에 들어서며 김훈이 강조했다.

“점장이 꽤 까다롭게 굴던데요. 수사할게 있어 방문하겠다니까 무슨 일로 그러냐고 꼬치꼬치 묻더니 겨우 10분 면담을 허락했어요. 만만찮을 것 같은데.”

박찬일은 인터넷을 뒤져 키톤 국내 매장이 H 호텔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곤 곧바로 전화를 걸어 수사 협조를 구했다. 하지만 점장은 매우 까칠했다.

“최상류층만 상대하니 목에 힘이 들어갔나 보군. 여긴가.”

“예 들어가시죠.”

매장은 한눈에 보기에도 고급스러웠다. 키톤사의 세련된 문장이며 잘 전시된 양복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왠지 주눅을 들게 했다.

“어떻게 오셨나요?”

프론트 데스크에서 섹시하게 생긴 여성이 말을 걸어왔다. 말투는 상냥했지만 표정은 경계심이 엿보였다. 박찬일의 외모와 옷차림을 보고 고객은 절대 아니라고 판단한 듯했다.

“경찰입니다. 지점장 계십니까.”

“아 네. 점장이 아니고 사장님이신데요. 지금 통화중이세요.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그러죠. 기다리는 동안 구경 좀 해도 되겠습니까.”

김훈의 시선은 이미 벽에 걸린 사진을 향하고 있었다. 리처드 기어, 톰 크루즈, 조지 클루니 등 낯익은 영화배우들이 멋진 정장 차림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사진 아래에는 상세한 설명도 곁들였다.

-헐리우드 스타들이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수제양복 키톤.

장인이 100% 수작업으로 만들었으며 양복 한 벌에 4000땀 이상 바느질할 정도로 정성을 들인다. 재봉틀은 사용하지 않고, 가위·무쇠 다리미 등 100년째 내려온 공구를 그대로 쓴다.

 

한국에는 어떤 사람들이 이런 옷을 입을까?

김훈은 문득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인터폰이 울렸다.

“들어오시랍니다.”

김훈과 박찬일은 안으로 들어갔다. 깔끔한 인상의 중년 남자가 다가왔다.

“경찰에서 여긴 무슨 일로……”

“고객 명단이 필요해서 왔습니다. 좀 보여주시죠.”

김훈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그건 곤란한데요. 영업상 비밀인데다 고객 분들이 노출되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노출 시키는 건 아니니 염려마세요. 수사상 참고만 할 겁니다.”

남자는 선뜻 응하지 않았다. 김훈이 다시 물었다

“이탈리아 키톤사와 관계가 어떻게 됩니까. 여직원 말로는 점장이 아니라던데.”

“아, 여긴 키톤 제품을 수입해 하는 곳입니다. 제가 사장이고요.”

“한 달에 평균 몇 벌 정도 팝니까.”

“많지 않습니다. 워낙에 고가라서 찾는 분들이 한정돼 있죠. 그런데 도대체 무슨 사건인데 우리 고객을 조사하는 겁니까.”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닙니다. 여기서 양복을 구매한 사람이 범행에 연루됐는지 확인이 필요해요. 정 협조를 안 하시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다시 올 겁니다.”

압수수색이라는 말에 남자의 안색이 달라졌다. 잠시 후 남자는 체념한 듯 순순히 응했다.

“잘 알겠습니다. 경찰에서 공무를 집행하겠다는데 뭐 어쩔 수 없지요. 명단만 드리면 되겠습니까.”

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은 컴퓨터에 입력된 고객 명단을 출력했다. 사장은 자료를 넘겨주며 완곡하게 당부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수사 목적 외에는 외부에 노출이 되지 않게 해 주십시오. 저희 회사 고객분들 중에는 대기업 오너나 유명연예인 같은 저명인사가 꽤 있습니다. 그중에는 사생활이 노출되는 걸 아주 싫어하는 분도 계세요.”

이때 명단을 훓어보던 박찬일이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키톤 양복을 구입한 사람이 이렇게 많습니까.”

명단에는 200명이 넘는 사람의 이름이 빼곡히 들어 있었다. 한 벌에 1000만원이 넘는 양복을 입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이렇게 많단 말인가. 박찬일의 얼굴엔 그런 표정이 역력했다. 신속히 수사해 보고해야 할 마당에 200명이라니. 이 사람들을 다 조사하려면 인력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수사상 필요하시다기에 전부 다 뽑아드린 겁니다.”

김훈이 차분한 음성으로 물었다.

“언제부터 키톤 양복을 수입해 판매했습니까.”

“올해로 8년째 됩니다.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양복에 관한 건 저도 전문가라서 혹시 도움이 될 수도 있거든요.”

김훈은 잠깐 생각한 다음 대답했다.

“사건 현장에 실조각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국과수에 의뢰했더니 키톤 양복에 들어가는 재료라고 나왔어요.”

사장은 그제서야 이해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사건 현장이 어딥니까.”

“그건 밝힐 수 없습니다. 궁금한 점이 생기면 다시 연락드리죠.”

매장을 나오자마자 박찬일이 말했다.

“반장님, 이 많은 인원을 어떻게 일일이 조사하죠?”

“최근 칠궁 출입자 명단하고 대조해봐. 200명이 다 칠궁을 왔다간 건 아닐 테니. 알리바이가 입증된 사람만 빼고 나머지를 대상으로 수사하자구.”

“참 그렇겠군요. 역시 반장님 머리는 못 따라가겠네요. 그나저나 어디 사우나라도 갔다 오시죠. 날밤샜더니 눈 좀 부쳐야겠어요.”

“그래, 나도 집에 가서 옷 좀 갈아입고 갈테니 사무실에서 봐.”

 

그로부터 2시간 후.

김훈은 요란한 벨 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쇼파에 기대어 잠깐 눈을 감았는데 그새 깜빡 잠이 든 모양이었다. 휴대폰을 귀에 대자마자 박찬일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렸다.

“반장님. 그 명단 말입니다. 꽝이에요.”

“꽝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사우나에 갔는데 잠이 안 오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청와대 경호처에 가서 칠궁 출입 명단 받아와 가지고 대조해봤는데요. 아무도 없어요. 키톤 양복 구매 고객 중에 칠궁에 간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단 말예요.”

“뭐라고. 그럼 그게 왜 거기 떨어져 있었지?”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요 반장님. 명단을 대조하면서 보니까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어요. 키톤 양복 구입 고객이 전부 남잔데 딱 한 사람 여자가 있더라고요.”

“여자가 양복을 샀어?”

“예. 보통 양복도 아니고 그런 명품 양복을 여자가 비싼 돈을 주고 산게 좀 이상하잖아요. 본인이 입을 것도 아닌데 말이죠.”

“선물 목적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남편이라던가. 아니면 돈 많은 여자가 애인에게 사랑의 증표로 줄 수도 있고.”

“물론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느낌에 뭔가 냄새가 나요.”

그때 김훈의 뇌리 속으로 섬광같은 의문이 스쳤다. 혹시 여자에게서 양복을 받은 사람이 칠궁을 방문했다면?

“박경사, 당장 그 여자 신원부터 확인해. 지금 사무실로 갈테니. 조사 마치고 와서 보고해.”

통화를 끝낸 박찬일은 키톤 매장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장과 연결되자 박찬일은 결제 수단에 대해 물었다.

“할부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업인의 경우엔 대부분 체크카드로 일시불 결제합니다. 가끔 현금 결제를 하는 고객 분도 계시지만 영수증은 철저히 발급하고요.”

“이명신 고객은 어떻게 결제했습니까. 카드입니까 아니면 현금으로 했습니까.”

“……”

선선히 응하던 사장은 이명신이라는 이름을 듣자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여보세요? 사장님 듣고 있습니까. 왜 아무 말씀이 없으세요.”

박찬일이 재촉하자 사장은 망설이는 듯한 음성으로 말했다.

“저어기 수사관님. 그 고객 분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니 왜요.”

“저희 회사 입장에서는 VIP라서 조심스러운 점도 있고 여하튼 함부로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이거 참, 지금까지 순순히 협조를 잘 하시더니 갑자기 발을 빼는 이유가 뭡니까. 일단 이명신이 뭐로 결제했는지만 대답해주세요.”

박찬일은 당장이라도 쳐들어갈 기세였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사장이 대답했다.

“카드로 결제했고 카드사는 신한입니다. 더 이상 말하지 않겠습니다. 찾아오셔도 마찬가집니다.”

사장은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박찬일은 수상한 느낌이 확 솟구쳤다. 사장이 이명신에 대해 유독 민감해 하는 이유가 뭘까. 그걸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박찬일은 지체 없이 카드사로 달려갔다.

 

박찬일은 저녁 늦게서야 사무실에 들어섰다.

“왜 이렇게 늦었어.”

김훈의 말에 박찬일은 말없이 서 있었다.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우선 앉아.”

김훈은 박찬일의 태도가 석연치 않음을 느꼈다. 박찬일은 잔뜩 굳어 있었다. 이제껏 박찬일과 호흡을 맞춰오며 저렇게 긴장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저어 반장님, 그 키톤 고객 이명신 말입니다.”

박찬일은 입 안이 바싹 마른 듯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나도 명단에서 이름을 확인했어. 어서 말해봐.”

“그 분 신원을 알아냈습니다.”

박찬일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키더니 엄지손가락을 위로 올렸다.

“VIP 가족입니다. 청와대요.”

순간 정적이 흘렀다. 김훈은 귀를 의심했다.

“대통령 말인가, 그게 사실이야?”

“예, 본청을 통해 확인을 했고요. 혹시 동명이인일 가능성이 있어 고객명단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 확인했습니다. 대통령 따님 집 전화번호였습니다.”

김훈은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대통령의 딸이 이 사건에 연루될 줄은 꿈에서조차 상상을 못했다.

“조사를 계속할까요.”

박찬일이 김훈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김훈은 난감했다. 대통령의 가족을 조사하려면 우선 과장에게 보고를 해야 하고 과장은 청장, 나아가 청와대 비서실장에게까지 보고되어야 한다. 윗분의 허락 없이 수사를 할 수는 있지만 그럴 경우 파장은 엄청날 것이다. 자칫 보고 없이 수사했다간 좌천되거나 옷을 벗을 수도 있다. 더구나 이명신이 누군가. 대통령의 딸일 뿐 아니라 남편이 대한민국 굴지의 재벌인 오성그룹 이숙종 회장 아닌가. 박찬일도 거기까지 생각을 하고는 저렇게 긴장을 하는 것이리라.

“자네 생각은 어때, 수사를 계속하고 싶나.”

“예 반장님. 대통령 가족이 이번 사건에 정말 연루됐는지 꼭 확인하고 싶습니다.”

박찬일은 고개를 빳빳이 세웠다. 그 모습은 불독의 전투태세를 연상시켰다. 김훈은 박찬일의 그 자세가 마음에 들었다.

“내 생각도 같아. 넘어야 할 산은 많겠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겠지. 수사를 계속하자구.”

박찬일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김훈에 대한 신뢰감이 묻어나는 눈빛이었다. 박찬일이 말했다.

“과장님께 이명신 건에 대해 보고를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이지. 이 건이 청와대 하명 수사인데 과장님 모르게 할 수는 없지.”

“과장님이 쫄지 않을까요. 대가 약하다고 들어서요.”

“일단 부딪혀 봐야지. 그런데 이명신 말이야. 양복 구매 건에 대해 물어봤나.”

“예 내친 김에 물어봤죠. 여비서가 전화를 받았는데 처음엔 잘 모르겠다면서 무슨 일로 그러냐고 되묻더라고요. 그래서 대통령 따님께서 키톤 양복을 구매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죠. 그리고 한 시간쯤 뒤에 전화가 왔어요. 비서 대답이 확인이 불가능하다면서, 경찰이 할 일이 없냐. 뭐 그렇게 세세하게 옷 산 것까지 조사를 하냐. 여기가 누구 댁인데 알아서 처신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고압적으로 나오더라구요. 그 말 듣고 얼마나 열이 받는지 법대로 할 수도 없고. 으이그.”

“내 생각은 이래. 일단 이명신이 키톤 양복을 산 건 팩트야. 비서가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말한 건 뭔가 구린데가 있기 때문 아닐까. 만약에 구입하지 않았으면 그런 적 없다고 간단하게 부인하지 그렇게 아리송하게 말했겠나. 이상한 점은 이명신의 태도야. 비서는 경찰이 문의를 했으니 이명신에게 틀림없이 보고했을 건데, 이명신은 왜 오리발도 아니고 시인도 아닌 애매한 화법을 구사했을까.”

“대통령의 딸이 10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양복을 샀다는 얘기가 세상에 알려지는게 싫어서가 아닐까요.”

“물론 그럴 수도 있어. 하지만 이명신은 한국 최고 재벌집 안주인인데 1000만원짜리 양복 샀다고 대놓고 비난하기는 어렵지.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게 분명해.”

“그럼 이명신이 구매한 키톤 양복의 행방을 알아봐야겠네요.”

“그렇지. 그 양복을 누가 입고 있는지, 그리고 그 사람이 칠궁에 출입했는지 그 점을 조사해야지.”

“하지만 반장님, 그 부분을 조사하려면 이명신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그 문제는 일단 과장님께 보고 드린 뒤에 결정하자구.”

 

* <칠궁>은 매주 금요일에 연재됩니다.

 

<작가 소개>

금강(錦江·필명) 웹소설 작가. 시나리오 작가 겸 문화평론가

금강 작가  kntimes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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