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농협중앙회가 사업구조 개편 이후 과도한 차입금 증가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임기를 1년 남겨둔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차기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12년 단행된 사업구조 개편으로 중앙회·경제사업·신용사업으로 조직이 분리된 뒤 농협의 차입금 규모는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 농협중앙회의 경우 개편 전인 2012년 9조2천억원 규모였던 차입금이 2017년 기준 12조4천억원으로 약 35% 가량 증가했다. 농협금융지주와 은행, 보험사를 모두 합치면 차입금은 약 20조8천억원에 해당한다.

현재 농협중앙회 차입금은 사업구조 개편 시 법인별 필요자본 배분을 위한 명목으로 10조2천억원, 개편 후 운영자금 부족으로 2조2천억원 등으로 구성돼있다. 장상환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지난해 4월 열린 한 토론회에서 “추정대비 실적 부진으로 중앙회 차입금 증가세가 지속됐다”며 2022년까지 차입금 규모가 13조5천억원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실제 농협중앙회의 손익 추정과 실적은 매년 큰 차이를 보여왔다. 2016년 추정 실적은 1조8733억원이지만 실제 실적은 10% 수준인 1731억원이었다. 지난해에도 추정 실적은 무려 2조1446억원이었지만 실적은 5236억원에 불과했다. 매년 1조원 이상 추정 실적과 실제 실적이 차이가 나는 셈. 계속된 손익 추정과 실제 실적이 차이가 나다보니 차입금 상환 기반도 마련하지 못하게 됐다.

차입금 문제는 국회에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농협중앙회와 경제·금융지주의 종합 차입금이 매년 1조원씩 눈덩어리처럼 증가했다”며 “지난해 20조8,300억원 수준의 차입금은 2025년에는 28조6,661억원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016년 1월 취임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이후 불안정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성과는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다. 김 회장은 농협중앙회 수익이 악화일로인 상황에서 취임한 뒤 2016년 1731억원 수준이었던 순익을 2017년 5236억원으로 3배가량 증가시켰다. 하지만 지속적인 차입금 증가세를 되돌리고 재무구조를 안정화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취임 초 내세웠던 “농가소득 5천만원 달성” 공약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17년 기준 농가소득은 전년 대비 2.7% 오른 3800만원. 남은 임기 동안 5000만원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농가소득을 30% 증가시켜야 한다. 일각에서는 구체적인 로드맵도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목표를 설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취임 초부터 부정선거 논란과 경제지주 폐지 공약 철회 등 논란을 겪어왔던 김 회장이 남은 1년 간 농협중앙회의 고질적인 재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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