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정 기자

전쟁을 싫어한 전쟁 사진작가’ 로버트 카파 사진전
‘한발짝 더… 카파처럼 다가서라’

로버트 카파 탄생 100주년과 한국 전쟁 정전 60주년을 기념해 ‘로버트 카파 100주년
사진전(www.robertcapa.co.kr)’이 세종문화회관 미술관(B1)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들은 그의 기념 재단인 뉴욕 ICP가 소장한 오리지널 프린트로 카파의 일대기를 총망라한 대표 사진 160여점이다.

 

 

사진전은 사진작가 및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교수, 연예인 등 유명인사는 물론 학생, 시민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유병선 사진작가협회장을 비롯 강운구박주석조세현 등 유명 사진작가는 물론 신수진강용석이대영김명회서예원 교수, 그밖에 이명옥사비나미술관장, 송수정 사진전기획자를 비롯한 문화계 인사들도 줄을 잇고 있다. 특히 궂은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카메라를 든 아마추어 작가들의 관람열기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단체 관람을 마치고 돌아가면서 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은 “사진전이라기보다 한 컷 한 컷이 가지고 있는 역사성은 물론, 세계사 속의 거대한 사건이 기록되어 있어, 진실의 힘이 내뿜는 여운이 오래 남는다.”며 보다 많은 학생들이 봤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남겼다. 

 

전쟁은 잔인하다 못해 때로는 비현실적이다. 전쟁 속 한가운데 놓여 진 인간들은 지금 이 순간이 현실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기도 한다. 그래서 전쟁과 인간의 이야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상의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생산되고 소비된다.  
 

 

1944년 6월 6일 이른 아침,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2,000명의 군사들은 데크에서 침묵하며 대기했다. 카파는 “오마하 해변”이라는 작전명으로 미 육해 합병군이 프랑스 쪽 노르망디 해변에 상륙하는 것을 카메라에 담았다. 동이 틀 무렵 그는 가장 먼저 물가에 내리는 부대와 함께 배에서 내려 해변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던 적군을 뚫고 전진하는 미군의 모습을 찍었다. 
“총알이 나를 빗겨가 물을 때리고 있었고 나는 가장 가까이 몸을 숨겼다. 좋은 사진을 찍기에는 너무 이르고 어두웠다. 하지만 잿빛 바닷물과 잿빛 하늘은 군사들이 히틀러의 반침략 작전이 가져온 초현실적인 상황 안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었다.”
 

 

카파가 담은, 유럽을 위한 운명의 전투사진은 흥분한 조수의 인화 과정에서의 실수로 거의 대부분의 필름이 망가졌다. 겨우 남은 10장의 사진은 “오마하 공격시 최악의 시간을 더할 나위 없이 생생하게 기록한 유일한 사진이었다.
 

 

“If your pictures aren't good enough, you're not close enough./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충분히 다가서지 않아서다.”
마흔 한 살의 나이로 세상과 작별했지만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세상을 살았던 예술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카파가 남긴 명구는 단지 사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카파는 당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로 삶에 대한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촬영-세종회관 로버트카라 지하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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