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의 핵심 피의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사법농단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국민 여러분께 우리 법관들을 믿어 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하고 싶다”고 심경을 밝혔다.

양 전 원장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양 전 원장은 “제 재임기간 중에 일어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이토록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다.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이니 그에 대한 책임은 모두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양 전 원장은 이어 “이 사건과 관련된 여러 법관들도 각자의 직분을 수행하면서 법률과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고 있고, 저는 이를 믿는다”며 “절대 다수의 법관들은 언제나 국민 여러분에게 헌신하는 마음으로 법관으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성실히 봉직하고 있음을 굽어 살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양 전 원장은 재임 시절 사법부 최고책임자로서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및 법관 사찰,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비롯해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 등을 소환 조사해 양 전 원장의 혐의를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검찰 조사에서는 양 전 원장이 사법농단 핵심 의혹과 관련해 이들에게 직접 지시를 내리고 보고를 받는 등, 공모관계에 있는지를 파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양 전 원장은 이날 대법원 앞에서 입장발표를 한 이유에 대해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한다기보다는, 전 인생을 법원에서 근무한 사람으로서 수사 과정에서 법원을 한번 들렀다 가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다.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이 사건을 봐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설명했다.

양 전 원장은 이날 대법원 앞 기자회견 이후 검찰청사로 이동한 뒤, 서울중앙지검 15층에 마련된 조사실로 들어갔다. 검찰 포토라인에서는 취재진 질문에 응하지 않았다.

다음은 양 전 원장 입장문 전문.

무엇보다 먼저, 제 재임기간 중에 일어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이토록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 일로 법관들이 많은 상처를 받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수사기관의 조사까지 받은 데 대해서도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이니 그에 대한 책임은 모두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이 자리를 빌어 국민 여러분께 우리 법관들을 믿어 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하고 싶습니다. 절대 다수의 법관들은 언제나 국민 여러분에게 헌신하는 마음으로 법관으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성실히 봉직하고 있음을 굽어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여러 법관들도 각자의 직분을 수행하면서 법률과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고 있고, 저는 이를 믿습니다. 그 분들의 잘못이 나중에라도 밝혀진다면 그 역시 제 책임이므로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자세한 사실관계는 오늘 조사 과정에서 기억나는 대로 가감 없이 답변하고, 오해가 있는 부분은 충분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모쪼록 편견이나 선입감이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이 사건이 조명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이런 상황이 사법부 발전과 그를 통해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루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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