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대출금리를 조작해 고객에게 수십억원의 피해를 입힌 시중 은행이 금융당국의 처벌을 피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일보는 7일 금융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현행 법에서 처벌 근거로 활용할 만한 게 없는지 다각도로 검토했지만 처벌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경남은행은 지난해 6월 금융감독원 점검에서 대출금리를 조작해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이 적발된 바 있다. 경남은행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가산금리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대출신청자의 소득을 빠뜨리거나 축소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금리를 실제보다 높게 책정해 약 25억원의 이자를 더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대출금리 조작 건수는 총 1만2000여건으로 무려 전체 대출건수의 6%에 해당한다. 이는 같은 혐의로 적발된 하나은행(1억5800만원), 한국씨티은행(1100만원)에 비해 수십배나 큰 규모다.

대출금리 조작은 고객을 기만한 중대 범죄지만 현행 은행법으로는 처벌할 방법이 없다. 금융당국이 아니라 은행이 자율적으로 정한 내규에 따라 가산금리를 책정하고 있기 때문. 설령 대출금리 조작이 적발된다 하더라도 ‘내규 위반’에 해당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강도높은 제재는 사실상 어렵다.

이 때문이 일각에서는 금리 조작을 방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금융당국은 경남은행의 가산금리 조작사실이 적발된 지난해 6월 대출금리 제도개선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합리적인 가산금리 산정체계 구축을 추진 중이다.

국회에도 금리 조작을 방지하기 위한 은행법 개정안에 여러 차례 발의됐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7월 발의한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은행의 불공정 영업행위에 “여신거래와 관련하여 차주 등에게 부당하게 금리를 부과하거나 요구하는 행위”를 추가했다. 같은 시기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도 같은 내용으로, 은행의 금리 조작에 대한 책임을 명문화한 셈이다.

같은 달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은행의 금리 산정방식 및 근거 등 중요 정보 공개 의무를 명문화했다. 현행 법상 은행은 이용자에게 금융거래상 중요 정보를 제공해야 하지만, ‘중요 정보’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명시돼있지 않다. 전재수 의원안은 “금리, 계약 해지 및 예금자 보호에 관한 사항”을 공개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고, 계약 단계에 따라 계약조건 및 거래비용, 약관, 금리 산정 방식 및 그 근거가 되는 소득, 담보에 대한 정보를 밝히도록 했다.

현재 세 가지 개정안은 모두 소관위 접수 상태에 머물러 있다. 금융당국 또한 이달 중 대출금리 조작 재발 방지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경남은행 사태에 소급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또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금리조작 사태에 대한 질문에 “은행을 처벌할 수 있는 법률상 근거가 아직 없다”며 “환급 외에 제재조치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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