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방송 3사의 연말 시상식이 지루하게 이어진 끝에 막을 내렸다. 현재 연말 시상식을 갖는 방송사는 KBS, MBC, SBS 등 소위 방송 3사다. 각각 연기대상, 연예대상 그리고 가요관련 시상식이 이어진다. 연기대상은 한 해 동안 방송된 드라마에서 두각을 나타낸 연기자들에게 주는 프로그램이고, 연예대상은 예능 프로그램과 관련된 시상식이다. 알다시피 가요대상은 줄세우기 폐단을 지양하기 위해 축제형식으로 꾸며진다.

언제부턴가 축제가 돼야할 이들 연말시상식 프로그램이 시청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왜 그럴까? 우선 소위 지상파라고 일컬어지는 방송 3사가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시대가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이 50%를 넘어서 60%를 육박하던 시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30%대에 올라가도 부동의 1위를 지키는 시대가 됐다. 게다가 종편들이 만든 드라마가 승승장구하면서 지상파 드라마들을 위협하고 있다. 드라마의 질도 예전만 못하다. 일일극이나 주말극은 그렇다 치고 미니시리즈 중에는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났는지 모르는 드라마들이 허다하다. 시청률이 한 자리수로 시작해서 한 자리수로 끝나는 드라마들이 많아지다보니 자연스럽게 주목도도 떨어진다. 지상파가 드라마의 제왕 자리를 내준 데는 콘텐츠의 질적 하락 외에도 외부적인 요인도 작용한다. 유튜브를 비롯한 영상콘텐츠 공급업자들이 군웅활거하고 각종 SNS가 이 싸움에 뛰어들고 있다. 한 마디로 핸드폰 한 대만 들고 다녀도 볼거리가 넘쳐나는 시대다.

게다가 각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도 예전만 못하다. 2018년 시상식에서도 시작한 지 한두달 밖에 되지 않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들에게 상을 주는 것만 봐도 얼마나 콘텐츠가 빈약한 지 알 수 있다. 상을 받는 수상자들조차 민망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또 하나의 이유는 나눠먹기식 시상식의 정례화 때문이다. 방송 3사의 결산은 물론 쇼로 따지면 가장 핫한 쇼가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김 빠진 맥주에 앙꼬 없는 찐빵이랄까. 상 종류는 왜 그렇게 많은지 또 공동수상은 왜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이라고는 요즘 말로 1도 없다. 두 시간 이상 지루하게 이어지는 시상식을 보고 있자면 짜증이 밀려온다. 이런 시상식을 왜 중계하는지 의문스러울 정도다. 시청자들을 생각해서라도 각 방송사 별로 조촐하게 시상식을 갖고 그 시간에 다른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또 하나 지루한 요인이 있다. 상을 주고 상을 타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시상자로 나온 모든 연예인들의 한결같은 수상소감을 시청자들의 짜증을 돋군다. 물론 고마운 사람들이 많겠지만 제작진, 동료, 가족, 친구, 소속사 직원들의 이름을 길게 나열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해결책은 없을까? 방송 3사가 말끝마다 시청자들을 위한 방송이라고 외치면서 왜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시상식을 매년 되풀이할까? 이쯤 되면 각 방송사가 연기대상, 연예대상, 가요대상을 하나씩만 나눠서 진행하는 방법도 있다. 한 해 동안 지상파에서 방영된 드라마의 왕중왕을 뽑는 시상식을 개최하고, 한 해 동안 방영된 예능프로그램의 왕중왕을 뽑는 시상식을 갖는 것이다. 또 한 해동안 가요계에서 활약한 모든 가수들을 대상으로한 가요대상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그 선발과정에서는 시청자들이 참여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평소 온갖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짜릿한 경쟁을 이끌어내는 방송사들이 왜 통합 시상식을 만들지 못할까? 당장 방송3사 실무진들이 모여 앉아서 2019년 시상식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올해 연말부터는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연말시상식을 방영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를 계기로 방송 3사가 연합하여 ‘외부의 적(?)’과 싸울 수 있는 기반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물론 상의 숫자가 줄어들어서 받는 사람들은 다소 서운하겠지만 상의 무게감은 남다를 것이다. 또한 시청자들의 주목도는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2019 통합 연기대상, 통합 연예대상, 통합 가요대상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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