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포토AC

Should auld acquaintance be forgot, and never brought to mind?

오래된 인연을 어찌 잊고, 기억 속에 떠올리지 않으리?

1759년 겨울, 스코틀랜드 에리셔의 어느 가난한 농부 집에서 한 남자 아이가 태어난다. 그는 어려운 집안 살림으로 힘든 일을 하면서도 틈틈이 시를 읽다가 17살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한다. 그는 27살이 되던 1786년에 모든 일이 잘 풀리지 않자 자메이카 섬으로 이주를 하려고 했는데 배를 탈 차비조차 없었다. 그래서 뱃삯이라도 벌 셈으로 시를 지어 팔게 되는데 그것이 ‘주로 스코틀랜드 방언에 의한 시집’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그의 첫 시집으로 인해 그는 단숨에 천재 시인이라고 불리며 유명세를 얻기 시작하고 성공해서 자메이카로 이주할 필요가 없어져 그 후로는 시를 짓는 데만 열중했다고 한다. 스코틀랜드의 농부와 시민의 소박한 모습을 담아낸 그의 많은 시들은 훗날 여러 작곡가들에 의해 음악으로 재탄생되기에 이른다. 그가 바로 지금도 스코틀랜드의 국민 시인으로 존경과 사랑을 받는 로버트 번스다.

1940년에 세계 제 1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 전쟁 멜로 영화가 개봉을 한다. 이 영화는 원래, 1930년 미국의 비평가이자 극작가인 로버트 셔우드가 쓴 희곡을 바탕으로 1931년에 영화로 한 차례 제작되었지만 비평과 흥행에서 참패를 하고 대중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었다. 그러다가 머빈 르로이 감독이 비비안 리와 로버트 테일러를 주인공으로 써서 그 영화를 1940년에 다시 리메이크를 하게 되는데 이것이 크게 성공을 거두며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게 된 것이다. 이 영화의 제목이 바로 그 유명한 ‘애수 (Waterloo Bridge)’ 이다. 영화의 명장면 중의 하나로 두 주인공이 함께 춤을 추는 씬이 있는데 여기서 그들은 영화의 주제곡인 스코틀랜드의 어느 민요에 맞춰 아무런 대사도 없이 춤을 춘다. 사실 이 장면에는 원래 대사가 있었다고 하는데 새벽까지 이어진 촬영에 주인공들은 계속 대사를 NG 냈고 마침내 이 장면을 대사 없이 편집하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관객들은 아무런 대사도 없이 주인공들의 춤과 함께 흘러나오는 영화 음악에 더욱 몰입을 하게 되었고 관객의 심금을 울리는 명장면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 영화의 주제곡이 바로 그 유명한 스코틀랜드의 민요 ‘올드 랭 사인 (Auld Lang Syne)’이다. ‘올드 랭 사인’은 스코트어로 ‘오랜 옛날부터 (영어: old long since)’ 라는 뜻인데 몇몇 논쟁은 있지만 앞서 언급한 스코틀랜드의 시인인 로버트 번스가 1788년에 어떤 노인이 부르던 노래를 시로 바꾸고 그 시에 영국의 오페라 작곡가인 윌리엄 쉴드가 곡을 붙였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1907년 즈음에 조국애와 충성심 그리고 자주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대한민국 애국가의 노랫말이 완성되었는데 민중들이 올드 랭 사인의 곡조를 붙여 널리 불렀다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석별의 정’이란 제목으로도 불리는데 처음에 언급한 시구를 ‘영원한 어린이의 벗’이라고 불리는 아동문학가인 강소천이 1940년대에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작별이란 웬 말인가 가야만 하는가...’ 로 시작하는 가사로 멋지게 역사(譯詞)한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불리고 있다.

미국의 빌보드가 선정한 ‘뉴 이어 송(New Year Song)’에서 1위를 하기도 했던 이 노래는 영미권에서는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부르는 축가로 쓰이며 우리나라에서도 각종 졸업식이나 행사 마무리에 그리고 요즘 같은 연말이면 어디서든 흔히 들을 수 있고 흔히 부르는 명곡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며칠 후면 다사다난했던 2018년도도 저물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한 해로 남게 될 것이다. 지나간 한 해의 기뻤던 일과 또 슬펐던 일들 모두 추억으로 아름답게 가슴 속에 간직하고 밝아오는 새해에는 더욱 희망차고 보람 있고 모든 분들의 소원이 반드시 이루어질 수 있는 2019년 황금 돼지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한 해를 잘 마무리하는 의미로 모처럼 ‘올드 랭 사인 (석별의 정)’을 감상해 보는 건 어떨까 한다.

 

(필자 소개)

한국을 대표하는 공포 미스터리 작가다. 이십대에 유니텔 등 각 PC통신사로부터 최고의 공포 미스터리 판타지 작가로 선정됐으며, 뉴시스에 공포 미스터리 소설 ‘악령의 추종자’를 연재했다.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하고 연극과 영화 보기를 즐겨했으며 현재는 작가 겸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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