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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칠궁 - 1장 타임슬립의 현장 ③
  • 금강 작가
  • 승인 2018.12.2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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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웹소설 <칠궁>은 420년 전 숙종의 비(妃)였던 장희빈이 시대를 뛰어넘는 복수극을 그린 팩션 소설이다. 집필 동기는 2013년 화창한 봄날, 칠궁을 방문했을 때 떠오른 영감에서 비롯됐다. 칠궁은 조선 왕들을 낳은 생모이나 왕비에 오르지 못한 후궁 7인의 신위를 모신 곳이다. 놀라운 것은 불구대천의 원수지간인 장희빈과 숙빈 최씨가 나란히 칠궁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한을 품고 세상을 떠난 장희빈의 입장에서는 원수가 옆에 누워있는 꼴이니 혼령이 편치 못할 것 같았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장희빈과 숙빈 최씨를 칠궁에 합사한 것이 누구의 뜻인지 궁금했다. 필자는 즉시 취재에 들어갔다. 그 결과 육상궁(숙빈 최씨)과 대빈궁(장희빈)은 을사늑약이전에만 해도 각각 따로 떨어져 있었음이 확인됐다. 그런 것이 한일합방 이태 전에 전격적으로 합방(?) 조치가 이루어졌다.

필자는 칠궁에 이어 장희빈의 묘소도 찾아갔다. 장희빈의 묘는 인근에 있는 인원왕후 인현왕후 능에 비해 매우 초라했다. 장희빈은 살아서는 사약을 받고 비극적 생을 마감하더니 죽어서까지 천대를 받고 있었다.

장희빈은 시대가 그녀를 악녀로 규정했다. 다수 재야 사학자들의 표현을 빌면 숙종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죄명은 왕을 투기한 죄, 왕비를 모함한 죄다. 그 죄명은 진실일까. 장희빈은 왜 숙종 시대를 뛰어넘어 후대에까지 악녀의 표상으로 자리매김된 것일까. 숙종의 잘못은 없었을까. 잘못이 있었다면 무엇일까.

<칠궁>은 지금까지 장희빈을 소재로 만든 기존의 소설, 드라마의 내용과 차원을 달리 한다. 장희빈의 입장에서 숙종의 이중성과 잘못을 준엄하게 꾸짖는다. 남성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그 시대에 힘없이 당한 여인(장희빈). <칠궁>은 그 장희빈이 환생해 권력자(숙종)을 찾아가 복수를 펼치고 역사적 재조명을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3.

 

주말이 되자 이숙종은 시간에 맞춰 리무진에 몸을 실었다. 양평 별장으로 달려가는 내내 숙종의 마음은 설랬다. 사춘기 때도 이성 문제로 가슴이 두근거린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천명의 나이에 접어든 지금 이렇게 가슴이 뛰다니. 이숙종은 문득 선친의 당부가 떠올랐다.

“사람들은 나더러 뱀처럼 냉혹한 인물이라고 혹평하지.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경영자는 뱀처럼 차갑고 지혜롭게 행동해야 해. 그렇지 못하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게 기업이다. 유념해라.”

폐암을 앓던 선친은 그 말을 남기고 숨을 거뒀다. 이숙종은 선친의 유지에 따랐다. 늘 냉정한 자세를 유지하다보니 웃음이 사라졌다. 아내 이명신도 그 점을 불평했다. 결혼하고 한 번도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하지만 웃을 일이 없는데 억지로 웃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리무진이 별장에 도착하자 두터운 철문이 스르르 열렸다. 높이 솟은 전나무 사이로 곧게 뻗은 길이 보였고 그 끄트러미에 작은 폭스바겐 차가 서 있었다.

차에서 내린 이숙종은 별장 안으로 들어섰다. 응접실에 앉아 있던 여인이 이숙종을 보고 얼른 일어섰다. 장연아였다. 숙종이 다가갔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연아는 잔뜩 얼어붙은 표정이었다. 숙종은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돼요. 자 날 따라와요. 근사한 걸 보여줄테니.”

숙종은 응접실을 벗어나 2층 베란다로 향했다. 두물머리 가득 황금빛 노을이 잔물결에 섞여 일렁이고 있었다. 장관이었다.

“가끔 외롭거나 가슴이 답답할 때 이곳에 나와 낙조를 바라보곤 해요. 연아씨 보기엔 어때요.”

로맨틱한 분위기에 이끌렸는지 연아의 표정이 조금 전과 달라져 보였다.

“예 회장님 풍경이 퍽 아름다워요.”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저녁 식사 메뉴로 싱싱한 생선회가 나왔고, 보르도산 고급 와인이 곁들여졌다. 와인 한 병이 바닥날 무렵 이숙종이 불쑥 물었다.

“근데 참 이상하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아. 혹시 우리 전에 만난 적 있었나?”

“아니오. 처음 뵈요. 하지만 처음 뵈었는데도 낯선 느낌이 안 들어서 저도 조금 이상해요.”

그건 사실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처음 회장의 시선을 느꼈을 때, 그리고 지금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데 전혀 낯선 느낌이 들지 않았다. 연아는 목이 마른 듯 와인을 쭉 들이켰다.

“술을 잘하는군. 음주가무가 특기라던데 정말인가보네.”

“아니에요 회장님. 어려서부터 노래하고 춤추는 걸 좋아했었어요. 특기라고 내세울 정도는 못 되어요.”

“춤은 어떤 춤은 추나. 한번 보여줄 수 있나.”

“지금 여기서요?”

“어떤 동작이든 상관없어. 그냥 연아가 춤추는 모습을 보고 싶어.”

이숙종의 표정에 뭔가 간절함이 깃들어 있었다. 연아는 일어섰다. 치마를 입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연아는 발레의 기본인 5가지 동작을 선보였다. 그런 다음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무용수처럼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학의 날갯짓처럼 우아한 동작이 펼쳐졌다. 이숙종은 홀린 듯 일어서더니 연아에게 다가갔다. 이숙종이 먼저 연아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곤 연아의 동작에 맞춰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이어 둘은 열락의 깊은 심연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연아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성에 눈 뜬 뒤 처음으로 사랑을 느낀 사람. 이젠 어쩌면 목숨보다 더 소중한 사람. 그녀에게서 아기가 생겼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이지 뛸 듯이 기뻤다.

이숙종의 집안은 손이 귀했다. 선친도 외아들이었고 이숙종도 외아들이었다. 선친은 손주를 손꼽아 기다렸지만 결국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떴다. 이숙종은 나이를 먹으면서 오성그룹의 후계가 걱정됐다. 선친에 이어 자신이 갖은 노력 끝에 이룩한 왕국을 물려줄 자식이 없다니 허망하기 짝이 없었다. 병원 진단을 수십 번도 더 받아봤지만 부부 모두 이상이 없었다. 아내 이명신과 잠자리를 함께 하지 않은지도 오래 된다. 신혼 때도 그랬지만 아내와 잠자리에 나란히 누우면 흡사 군대 내무반에서 취침하는 기분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결국 명신은 자식 낳기를 포기했다. 그 대신 양자를 들이자고 졸랐다.

연아와의 만남은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 이숙종은 비로소 삶의 기쁨을 느꼈다. 아내 명신을 안으면 나무토막을 끌어안은 듯 무감각했다. 하지만 연아는 달랐다. 연아를 안고 있으면 온 몸이 불덩어리처럼 격정에 휩싸였다. 근육이 살아 꿈틀대고 뼛속까지 녹아드는 황홀한 느낌. 숙종은 뭐라 표현할 길 없는 그 느낌에 몸을 떨었다. 그런데.

 

“회장님, 오성병원 김태식 원장 전홥니다.”

비서의 전갈에 이숙종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숙종은 수화기를 확 나꿔탰다.

“오 김원장. 어떻게 되었소.”

“아직 혼수상태입니다.”

“병명은 나왔소.”

“저어 그게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요. 의식불명 상태가 벌써 며칠 짼데 아직도 병명을 모르다니.”

“죄송합니다 회장님. 각종 바이러스 검사에 CT 촬영까지 다해봤지만 이렇다 할 원인이 드러나지 않아서…….”

원장은 말꼬리를 흐렸다. 이숙종은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밀어 올랐다. 오성병원은 최첨단 의료시설을 자랑하는 국내 최고 수준의 병원이다. 의사들도 해당 분야에서 인정받는 전문가들이 모였다. 그런데도 병의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니. 이숙종은 감정을 억제하며 다시 물었다.

“태아 상태는 어떻소.”

“예 회장님. 태아는 건강한 상태입니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유의해서 들여다보고 있으니 그 점은 염려하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

이숙종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연아의 상태도 걱정됐지만 행여 태어날 아기가 잘못될까 노심초사했었는데 그나마 다행이었다.

“암튼 모든 수단을 다해 환자를 회복시키도록 하시오. 필요하면 외국의 저명한 의료진을 데려와도 좋소. 그리고 참 이 일이 바깥에 새나가지 않도록 입단속을 철저하게 시키시오. 알겠소.”

“예 회장님. 각별히 유념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이숙종은 벌떡 일어나 창가로 갔다. 머릿속으로 차가운 표정의 아내 얼굴이 떠올랐다.

아내 이명신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 연아와 딴 살림을 차린지 2년째 접어들면서 집에 들어가지 않는 날이 잦아지자 의심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연아가 자신의 핏줄을 가졌다는 사실은 상상조차 못하고 있을 거였다. 성미가 급하고 신경질적인 아내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사생결단으로 나왔겠지. 헤어지자라거나 아님 뱃속의 아이를 지우라고 양자택일을 강요했을 것이다. 이숙종은 그러나 이혼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장인이 대통령의 자리에 있는 한 밉보여선 안된다. 오성그룹은 요 몇 년 사이 살얼음판을 걷듯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가뜩이나 수출이 어렵고 내수부진에 시달리는 마당에 주력업종인 건설과 조선의 손실이 커 그룹 전체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비슷한 처지의 다른 기업은 재무개선약정을 맺는 등 채권은행의 압박을 받고 있지만 오성은 아직 그 단계까지 가지 않았다. 모두가 장인 덕이다.

아내에겐 연아 뱃속의 아기가 태어난 뒤 알릴 작정이다. 눈에 쌍심지를 켜고 반대하겠지만 어쩔 건가. 본인이 아이를 못 낳은 처지에 바깥에서 바람을 피우던 어쨌든 내 자식을 데려오겠다는데.

이숙종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아내의 불같은 성미가 염려됐다. 아이를 순순히 받아들이기는커녕 연아와 아이를 저주하고 해치려들지도 모른다. 그런 점은 장인과 붕어빵처럼 닮았다. 장인은 2인자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았다. 정적은 잔인하리만큼 철저히 제거한다. 사위라고 해서 예외는 없을 것이다. 눈밖에 나면 가차없이 응징하겠지. 부녀가 함께 쌍끌이로 매장시키려 들지도 모른다. 그런데 참. 실장이 말한 키톤인가 뭔가 하는 그 양복. 그걸 명신이 구입한 건 사실일까. 경찰이 근거도 없이 말했을리 만무하고. 그렇담 누구에게 그런 비싼 양복을 사줬나.

이숙종은 생각할수록 흥미가 당겼다. 이제껏 결혼생활을 하면서 명신이 그런 명품 양복을 누구에게 선물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 보통 양복이면 모르겠지만 그 정도 가격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봐야 한다. 그 특별한 대상에 장인이나 처가 쪽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 특별한 사람, 늘 고고한 척하는 명신의 마음을 빼앗은 사내놈이 과연 누굴까.

이숙종은 인터폰을 눌러 비서실장을 호출했다.

“아까 말한 그 경찰, 소속이 어디라고 했나.”

“특수수사과 박찬일 수사관이라고 밝혔습니다.”

“그 경찰에게 연락해. 내가 한번 만나봐야겠어.”

비서실장이 머리를 조아리고 나가자 이숙종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혹시 모르지. 잘 하면 대어를 낚을지도. 장인을 꼼짝 못하게 만들 아킬래스 건을 찾는다면 그땐…….

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비서실장이 다시 들어왔다.

“회장님 가실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숙종은 잠깐 망설이더니 벌떡 일어섰다. 내키지 않은 걸음이었지만 연아를 위해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 차에 오른 이숙종은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앞좌석의 비서실장에게 물었다.

“지금 만나려는 사람 정말 용한가.”

“예 회장님 명을 받고 전국 각지에서 그 방면의 유명한 이는 다 수소문했었습니다. 그중에서 딱 두 사람이 물망에 올랐는데요 한 분은 무명스님이라고 사주관상을 보는 안목이 탁월하고 귀신을 쫓는 능력까지 겸비했는데 수년 전부터 돌연히 자취를 감췄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최상류층 고객만 상대하는 분인데 무명스님같은 신통력은 없지만 길흉화복을 기가 막히게 알아 맞춘다고 합니다. 들리는 말로는 국회의원이나 장관들도 자주 찾는데 인사철에는 사전 예약을 하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합니다.”

“그래서 내 신분을 밝혔나.”

“아닙니다. 회장님 존함은 거론하지 않고 제 이름으로 예약을 했습니다.”

“암튼 김실장도 알다시피 나는 지금 길흉화복에 관심 있어 가는게 아닐세. 멀쩡하던 연아가 왜 갑자기 사경을 헤매는지 그 연유를 알고 싶어 가는 거야. 화장실 갈 힘조차 없어 방에서 똥을 뭉개고 앉았는데도 병원에서 원인조차 파악을 못하고 있으니 이런 답답한 노릇이 어디 있나.”

“예 그래서 자세히 알아본 분이니 어쩌면 원인을 규명해줄 수 있을지 모릅니다.”

비서실장이 솔깃하게 말했지만 이숙종은 반신반의했다.

“흥 점쟁이 따위가 의사도 모르는 병을 과연 알아낼 수 있을까. 헌데 무명스님이라는 그 양반은 왜 갑자기 사라졌나. 내 느낌엔 그 양반은 제대로 원인을 알 것 같은데.”

“실은 저도 첨에는 무명스님이 적임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알아보니 어느날 갑자기 온데간데없이 종적을 감췄다고 합니다. 그게 몇 년 전 일인데 그 뒤로 아무도 스님을 본 사람이 없다고 하더군요. 무명스님과 가깝게 지낸 스님 말로는 찾을 생각은 하지 않는 게 나을 거랍니다. 산문에도 없고 인적 드문 토굴에서 면벽수도 중일 거라고 전했습니다.”

차는 삼청동을 지나 아리랑 고개 끝 지점에서 멈췄다. 비서실장은 사전답사를 한 듯 지체 없이 이숙종을 안내했다. 초인종을 누르자 대문이 열렸다. 한복을 입은 중년 여인이 성함을 물어본 뒤 앞장서서 지하로 향했다. 지하는 동굴을 연상케 했다. 컴컴한 동굴 여기저기 촛불이 켜져 있었고 뭔지 모를 으스스한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동굴 끝에 이르자 제단이 보였다.

“어서 와.”

제단 위에 앉은 사내가 대뜸 반말을 했다. 이숙종은 사내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사십대 중반쯤 됐을까 창백한 얼굴에 하얀 눈자위가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 사내의 손에는 부채가 쥐어져 있었다.

“여자 문제로 왔군. 그것도 새파랗게 젊은 여자야.”

사내는 물건을 던지듯 툭 말을 던졌다. 이숙종은 속으로 뜨끔했다. 묻지도 말하지도 않았는데 방문한 이유를 알다니 명성이 헛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을 앞으로 쑥 내밀어 봐.”

사내가 계속해서 반말을 하자 실장은 안절부절 못했다. 감히 회장님께 야자 하다니 예기치 못한 사태였다. 이숙종은 말없이 사내를 노려봤다. 비서실장의 이마에서 진땀이 솟았다.

“얼굴 안 내밀 거야.”

사내의 시선이 이숙종을 향하고 있었다. 이숙종은 엉겹결에 얼굴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사내는 두 손을 뻗어 이숙종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얼굴에 닿은 손바닥의 감촉이 여인의 손처럼 매끄러웠다. 이마에서 코, 볼까지 차례차례 더듬어가던 손은 인중에 이르러 딱 멈췄다.

“어? 불길한데. 아주 불길해.”

사내는 그 말을 하고는 손을 거둬들였다. 그리곤 다시 부채를 집어들었다. 이숙종이 입을 열었다.

“뭐가 불길하다는 겁니까. 자초지종 설명해 주시오.”

“당신 상은 제왕의 상이야. 일반인은 흉내 내지도 못할 부귀영화가 가득해. 그런데 초년부터 중년까지 운은 좋지만 말년이 불길해 보여.”

이숙종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무당이나 점쟁이들이 겁주려고 하는 수작 아닌가 싶었다.

“내 관상은 그만 봐도 되니 아까 말한 여자 이야기 한번 해 보시오. 무슨 문제가 있는 겁니까.”

“그 여자 문제가 당신 상하고 관련이 있어. 그래서 불길하다는 거야.”

순간 기분이 상한 이숙종은 입을 다물었다. 침묵이 흘렀다. 사내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불쑥 내뱉었다.

“당신 여자가 귀에서 무당 굿소리나 징소리가 들린다고 하던가.”

이숙종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어 연아의 절규에 가까운 호소가 뇌리를 스쳤다.

보름 전이었다. 그날은 아침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연아는 매일 아침 문자를 보냈다. 애정이 듬뿍 담긴 문자를 볼 때마다 숙종은 엔돌핀이 솟았다. 하지만 그날은 문자가 오지 않았다. 오전에 내내 바빴던 숙종은 점심시간에 연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아는 휴대폰을 받지 않았다. 그러기를 여러 차례. 걱정이 된 숙종은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한남동 빌리지로 향했다. 숙종은 현관 앞에서 벨을 눌렀다. 응답이 없었다.

연아에게 혹시 무슨 일이? 그럴 리 있나. 여기 빌리지는 경비가 철저한 곳이다. 잡상인이나 외부 사람은 얼씬도 못한다. 그런데 무슨 일일까.

숙종은 불안했다. 서둘러 경비원을 부른 뒤 문을 따고 들어갔다. 헛기침을 했는데도 인기척이 없었다. 거실을 지나 안방 문을 열었다. 악취가 훅 밀려왔다. 숙종은 반사적으로 코를 틀어막았다.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방 안 여기저기 널려있는 배설물. 연아는 방한구석에 쓰러져 있었다. 숙종은 미친 듯이 달려들어 연아를 안았다. 혼절한 연아를 흔들어 깨웠지만 반응이 없었다.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 버턴을 눌렀다. 비서실장이 받았다.

“119! 119를 불러. 아니 오성병원을 연결해.”

그날 숙종은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아내 명신에게 못 들어간다고 전화도 하지 않았다. 아니 그럴 정신조차 없었다. 연아는 사경을 헤맸다. 호출을 받은 김태식 원장이 황급히 달려왔고 의료진이 대거 투입됐다.

“호흡이 불규칙합니다. 맥박도 느리고요.”

원장이 바짝 긴장한 채 보고했고 숙종은 단호하게 말했다.

“살려. 내 목숨과 같은 사람이니 무조건 살려내.”

 

숙종은 병실에서 뜬 눈으로 밤을 샜다. 새벽이 되었을 때 연아가 몸을 뒤척였다. 상태를 체크하던 원장이 밝은 음성으로 말했다.

“회장님 다행입니다.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숙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연아가 눈을 떴다. 숙종은 충혈된 눈으로 연아를 바라봤다. 연아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왜 그런 거야. 누가 나쁜 짓이라도 했니.”

숙종이 물었고 연아는 말할 힘조차 없는 듯 띄엄띄엄 대답했다.

“머…머리가 너무 아파요. 깨질 듯이 아파서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어요. 귀에서 자꾸 이상한 소리가 들려요.”

“무슨 소린데 그래.”

“징치는 소리. 무당이 징치는 소리. 너무 무서워요. 소리를 피하려고 할수록 악착같이 파고들어요.”

연아의 얼굴엔 공포감이 가득했다. 숙종이 뭐라고 다시 물어보려는 순간 연아의 눈동자가 뒤집어졌다. 숙종은 섬뜩했다. 그 모습은 마치 영화 엑소시스트에 나오는 악령 깃든 소녀를 연상시켰다. 놀란 원장이 황급히 진정제를 투여했고 연아는 다시 혼수상태로 빠져들었다.

 

숙종은 제단 위의 사내를 새삼 다시 쳐다봤다.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귀에서 징소리 같은 것이 자꾸 들리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고 했소.”

“그 봐 내 말이 맞았지. 사람들이 나를 왜 심통이라고 부르는지 아나? 마음 심(心) 통할 통(通). 사람의 마음을 읽고 미래를 환하게 들여다보지. 그래서 내 복채는 비싸.”

심통은 그 말을 한 다음 입을 다물었다. 눈치 빠른 비서실장이 대답했다.

“복채는 염려마십시오. 만족할 만큼 준비해왔습니다.”

실장이 숙종을 쳐다봤고, 숙종은 고개를 끄덕했다. 실장이 품에서 봉투를 꺼내 내밀었다. 심통이 봉투를 만졌다. 그리곤 열어보지 않은 채 도로 내밀었다.

“이거 수표 아닌가. 나는 현금만 받아.”

“염려마세요. 이거 세탁한 겁니다. 기계세탁이요.”

“그럼 됐어. 이제 처방을 해주지. 잘 들어. 당신 여자는 빙의가 씌웠어. 빙의가 뭔 줄 아나.”

심통의 질문에 숙종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들어보긴 했소만 구체적으로는 모르오.”

“빙의는 쉽게 말해 다른 사람의 영이 들어가 그 사람을 지배하는 거야. 일단 영이 들어가면 그때부터 영이 시키는 대로 하게 돼 있어. 당신 여자도 마찬가지야. 억울하게 죽은 어떤 영이 당신 여자에게 들어가려는데 여자가 거부했어. 그래서 징소리가 들리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픈 거야. 심하면 의식을 잃기도 하지.”

숙종은 심통의 말에 점점 빠져들었다. 의사도 제대로 알아내지 못한 병의 원인을 족집게처럼 알아맞히니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굿을 하면 정상으로 돌아오겠습니까.”

“아니, 난 굿은 안해. 처방만 알려줄 뿐 치유할 능력은 없어. 일부 무당들이 귀신 씐 걸 낫게 해준다고 굿을 하라고 요구하는데 그거 믿을게 못돼. 못하는 건 못한다고 해야지 돈을 뜯어내려고 그런 짓을 하는 건 사기꾼이나 다를 바 없지.”

초조해진 숙종은 심통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럼 어떻게.”

“영을 몰아낼 능력을 가진 자를 찾아야지. 달리 방법이 없어.”

“그 자가 어디 있소. 알려주면 후하게 보상하겠소.”

“나도 몰라. 빙의를 치유하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당신 여자에게 붙은 영에겐 어림없어. 기가 워낙 세서 도력 높은 고승이라면 모를까.”

숙종은 가슴이 답답해졌다. 심통이 들고 있던 부채를 제단 위에 내려놓았다.

“시간 다 됐어. 이제 그만 가봐.”

“한가지만 더 물어보겠소. 혹시 다른 방법은 없는 겁니까. 있으면 알려주시오.”

그 말에 심통은 다시 부채를 쥐었다. 그리곤 부채를 좌우로 흔들며 뭔가를 생각하더니 말했다.

“있긴 해. 당신 여자가 영과 맞서 싸워 이기면 돼. 징소리가 들려도 피하면 안 돼. 고통스럽더라도 끝까지 맞서 징소리의 근원을 찾아야 해. 하지만 당신여자에겐 그럴 만한 기가 없어. 보통은 빙의 걸린 사람들이 내림굿을 받거나 하면 아픈 증상이 사라지지만 당신 여자 경우는 달라. 영이 너무 세. 무시무시하게 느껴져. 섣불리 내림굿을 하다 죽을지도 몰라. 조심해.”

심통은 그 말을 끝으로 부채를 탁 내려놓았다.

숙종은 일어섰다. 바깥으로 나오자 운전기사가 공손한 자세로 차문을 열었다. 비서실장은 심통의 불손한 태도가 마음에 걸린 듯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말투가 건방진 게 예의 없는 사람인 줄 몰랐습니다.”

“아니 괜찮아. 그 사람 눈이 멀었더군.”

“예에?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자네 몰랐나. 그 사람 시각장애인이야. 내 얼굴을 더듬거리며 만질 때 알아봤어. 봉투를 열어보지 않을 때 확신했지. 눈 먼 자가 심안이 열려 그런 능력이 생긴 것이니 이해해야지.”

“예 회장님. 사무실로 가시겠습니까.”

“오성병원으로 가. 연아의 상태를 확인해야겠어. 그리고 참, 자네가 말한 무명스님 말이야. 그 분을 찾아. 어떻게 해서든 꼭 찾아내. 내가 직접 만나 볼 테니.”

 

그 시각 연아는 혼수상태에서 영과 싸우고 있었다.

고운 다홍치마에 왕비 복장을 한 영이 서슬 퍼런 기색으로 연아를 꾸짖었다.

“나는 조선의 국모다. 너의 혼을 지배하는 나의 이름은 옥정 성은 장이다. 세상 사람들은 나를 장희빈이라고 부르지. 너도 이제부터 나를 중전마마로 불러라. 아니 네가 곧 장옥정이고 중전이다. 알아듣겠느냐.”

연아는 연신 식은땀을 흘렸다. 뭐라고 대꾸하고 싶었지만 너무 무서웠다. 반항하려 할 때마다 거역하지 못할 기운이 목을 눌러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쯧쯧. 그렇게 몸부림쳐도 소용없어. 이미 정해진 운명이니 순순히 받아들여라. 그리고 넌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고 충실히 따라야 할 것이야. 나는 억울하게 죽임을 당했다. 420년 전 그날, 숙종은 강제로 내 입을 벌리고 사약을 먹였다. 숙종은 매우 교활한 인간이다. 내가 무수리를 시켜 양밥으로 인현왕후를 저주했다고? 투기를 했다고? 하늘을 우러러 맹세하지만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내 죄목은 그자가 지어낸 것이다. 나를 왕비의 자리에서 쫓아내고 죽이기 위해 꾸민 짓들이다. 그냥 죽인 것도 모자라 갖은 소문을 다 내며 나를 악녀로 만들었다. 내가 세자의 고환을 잡아당겨 고자로 만들었다고? 누가 그런 소문을 만들고 퍼뜨렸는지 생각해본 적 있나. 세상에 어느 어미가 자기 자식을 고자로 만들겠는가. 분하고 원통했다. 정말 너무 억울해서 눈을 감을 수 없었다. 나는 구천을 떠돌며 숙종이 환생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그 인간 참 복도 많더군. 살아서는 46년 동안이나 왕 노릇을 하더니 환생해서는 조선 굴지의 재벌로 온갖 부귀영화를 다 누리고 있다니.

너는 400년 전 나와 똑같은 외모를 지녔다. 숙종이 그래서 첫눈에 반한 거다. 숙종이 널 사랑하고 있다고? 착각하지마. 숙종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짓거리를 하고 있어. 본부인을 두고 이 여자 저 여자를 탐하는 것도 같고, 회사 내 파벌을 조장해 충성심을 유도하는 것도 판에 박은 듯 닮았어.

그때도 그랬지. 사대부집안의 여식이 아닌 나를 중전의 자리에 앉힌 것은 나를 이용해 왕권을 강화하려는 목적이었다. 나는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사내자식이 여인네보다 더 잘 삐지고 질투와 변덕이 죽 끓듯 했다. 군왕의 위엄과 체모는 어디로 가고 약한 여자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다니 그게 사내대장부로서 할 짓인가. 좋을 때는 품고 싫을 때는 내팽개치고 극약을 먹여 죽이는 게 사랑인가.

내 죄가 있다면 임금을 지극 정성으로 모시고 사랑한 죄밖에 없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질투를 하긴 했다. 그걸 숙종은 투기로 몬 것이지. 하지만 여자로서 그런 질투는 당연한 것 아닌가. 나 외에 다른 여자를 넘보는 사내를 가만히 보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백성들은 모르지만 그때 나를 좋아한 내시가 있었다. 여자들은 사내들 눈빛만 봐도 안다.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그 내시는 숙종보다 더 잘 생겼고 사내다웠다. 하지만 나는 외면했다. 그건 궁중의 법도 탓도 있었지만 숙종을 향한 사랑이 더 컸기 때문이었다. 숙종은 그런 나를 사랑한게 아니라 철저히 이용하고 농락했다.

그때 백성들이 잘 몰랐던 사실 하나를 더 공개하겠다. 인자하고 착하기로 소문난 인현왕후도 숙종을 향한 복수심에 불탔다는 사실. 또 있어. 세상사람들은 내가 그녀에게 저주를 퍼부었다고 하는데 오히려 사이가 좋았어. 숙종이 나를 내쫓은 뒤 그녀가 나를 다시 불러들이려 했지. 그걸 숙종 어머니가 막았어. 숙종 어머니가 나를 천한 출신이라고 아주 싫어했거든.

인현왕후가 죽은 것은 나 때문이 아니야. 내가 저주해서 병들어 죽은 것이 아니고 숙종이 그렇게 만든 거야. 나도 그렇지만 그녀도 숙종의 변덕에 치를 떨었어. 그 변덕 때문에 그녀가 버선발로 쫓겨난 뒤 얼마나 비참하게 산지 아니.

<인현왕후전>을 읽어봐 봐. 인현왕후가 폐출된 뒤 살았던 사가를 이렇게 적고 있어. ‘비로소 대문을 여니 수목이 무성하여 사람의 키와 같고. 풀 이끼가 섬돌 위에 가득하고, 먼지와 창호를 분별치 못하니…….’

 이런 더러운 환경에서 오랫동안 살게 했으니 병이 들 수밖에. 그래놓고 숙종은 내가 그녀를 저주해 병이 들었다고 뒤집어씌운 거야.

숙종이 날 얼마나 비참하게 죽였는지 백성들은 잘 몰라. 나는 사약을 받고 죽기 전에 아들의 얼굴을 한번만 보게 해달라고 간청했어. 그러면 구천에 가서도 한을 품지 않겠다고. 그때 숙종이 뭐라고 했는지 아니. ‘참으로 염치가 없구나. 네 얼굴을 보기 더러우니 얼른 약을 받아라. 삼족을 멸하지 아니하고 사약을 내리는 것을 상으로 알지어다.’ 그러면서 내 입을 강제로 벌리고 독한 약을 세 사발이나 들이부었어. 설령 내가 잘못이 있다 해도 한때 사랑했던 사람을 그렇게 처참하게 죽일 수 있나. 내가 환생한 것도 그 원한을 풀기 위해서야.

장연아, 잘 새겨들어. 넌 이제 내 분신이야. 내가 시키는대로 말하고 행동해야 해. 그것만이 네가 살 길이야. 알겠느냐.“

연아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항하려고 해도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조차 없었다. 그러자 한줄기 강력한 빛 덩어리가 연아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숙종이 병원에 도착하자 원장이 반갑게 맞이했다.

“어떻게 되었소.”

“방금 의식이 돌아왔습니다. 많이 좋아졌습니다. 호흡도 정상으로 돌아왔고요.”

“오 그래 수고 많았소. 어서 가봅시다.”

병실에 들어선 숙종은 앉은 채 자신을 쳐다보는 연아를 보고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살아났군. 정말 다행이야.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니.”

숙종은 연아의 볼을 어루만졌다. 연아가 숙종의 손을 마주 잡았다.

“회장님 죄송해요 저 때문에.”

“무슨 소리야. 그래 몸은 좀 어때.”

“괜찮아요. 회장님 저 배고파요. 먹을 것 좀…….”

“그래 배고플 거야. 보름째 뭘 제대로 먹지 못했으니.”

숙종은 부리나케 특식을 주문했고, 20분이 채 안돼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전복죽이 배달됐다.

“애기는요.”

연아가 죽을 먹다 말고 물었다.

“건강해. 의사들이 잘 챙기고 있으니 염려 마.”

죽 한 그릇을 깨끗이 비운 연아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회장님, 우리 집으로 가요.”

숙종은 깜짝 놀라 제지했다.

“아니 벌써. 안돼. 좀 더 있다가 의사가 퇴원해도 된다고 할 때 가야지.”

“아니에요 회장님. 저 다 나았어요. 그만 퇴원할래요.”

숙종은 난감했다. 숙종은 김원장을 불렀다.

“환자가 퇴원하고 싶다는데 괜찮겠소.”

“지금은 곤란합니다. 하루 이틀 경과를 본 다음에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소. 그렇게 합시다.”

숙종은 연아에게 다시 말했다.

“오늘은 여기서 몸조리를 해. 내일 다시 올 테니 괜찮으면 나랑 같이 퇴원해. 알았지.”

숙종은 연아의 배를 한차례 쓰다듬었다. 숙종이 돌아서자 연아의 눈빛이 변했다. 비수처럼 날카로운 눈빛이 숙종의 등을 향해 날아갔다.

 

* <칠궁>은 매주 금요일에 연재됩니다.

 

<작가 소개>

금강(錦江·필명) 웹소설 작가. 시나리오 작가 겸 문화평론가

금강 작가  kntimes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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