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신한금융지주가 7개 계열사의 CEO 교체를 결정한 가운데,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신한금융그룹 내 라응찬 전 회장 라인으로 알려진 경영진이 새로운 얼굴들로 교체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21일 임시 이사회와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열고 계열사 13개 중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11개 계열사 대표 후보자를 추천했다. 이번 인사 대상 11곳 중 연임에 성공한 대표는 불과 4명. 신한금융지주는 11개 계열사중 총 7곳의 대표를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신한금융그룹의 이번 파격인사에서 주목을 끄는 점은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인맥으로 분류되던 위성호 신한은행장과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대표가 각각진옥동·김병철 신한금융 부사장으로 교체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신한금융이 현재 ‘남산 3억원 사건’과 관련해 법무부 산하 과거사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는 이들을 경질해 CEO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것 아니냐고 풀이하고 있다.

남산 3억원 의혹은 라 전 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08년 2월 서울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이 전 대통령 측근에게 3억원을 전달했다는 내용이다. 이 사건은 2년 뒤인 2010년 라 전 회장이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등을 고발하면서 시작된 신한금융그룹의 내부갈등(신한사태)로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과거사위는 최근 해당 사태를 재조사하면서 남산 3억원 의혹이 실체가 있다고 판단하고, 라 전 회장에 유리하도록 위증했다는 혐의로 위 행장과 김 대표 등에 대한 재수사를 검찰에 권고한 바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채용비리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10년 전 남산 3억원의혹까지 다시 불거질 경우 신한금융그룹 경영진 전체에 대한 불신이 확산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꼽히는 위 행장을 경질함으로서 지배구도를 확고히 하려 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조 회장은 이번 인사는 세대교체 차원이라며 ‘라응찬 라인’ 물갈이로 해석하는 의견에 대해 선을 그었다. 조 회장은 21일 이사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교체된 분들은 임원생활을 8년~11년 정도 하신 분들”이라며 “후배들을 위한 세대교체 차원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실제 이번에 교체 대상으로 지목된 신한금융 계열사 대표들은 모두 1950년대 생이다.

하지만 위 행장은 이번 인사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해 조용병 회장이 설명한 '용퇴론'을 반박했다. 위 행장은 26일 오전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주 갑작스러운 통보에 당황스럽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대부분 CEO들의 임기가 3개월 이상 남았는데 왜 이렇게 했을까 의문이다”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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