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도시 살생부』는 제목부터가 꽤나 섬뜩하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는 언제나 중앙이 문제 아니었던가? 과도한 수도권 편중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수많은 사람들이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목놓아 부르짖었다. 이에 화답하여 새로운 정부는 재임기간 동안 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4대강 사업의 두 배 가까운 돈으로 500곳의 쇠퇴지역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자, 그럼 모두 만족한 것 아닌가? 그런데 갑자기 살생부라니?

저자는 책의 첫머리부터 ‘골고루 나눠 갖지 말자!’고 선언한다. 이유는 바로 그것이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도시가 쇠퇴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는 인구 감소다. 출생‧사망에 따른 ‘자연적 감소’와 더불어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에 따른 ‘사회적 감소’가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40년에는 전국 지자체 중 30%가 기능을 상실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지방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산업의 집중도가 높은 도시들이 특히 경기변동의 직격탄을 맞았다. 거제시는 조선업 불황으로 신음하고 있고, 탄광도시인 태백시와 문경시는 원자력이 발전하며 경쟁력을 잃었다. 동두천시는 미군부대의 이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나주시는 육상교통이 발달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물론 지자체도 이를 막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쏟아 붓는다. 대표적으로 지방산업단지를 꼽을 수 있다. 최근 6년 동안 200곳 이상의 산업단지가 새롭게 개발되었다. 그러나 공급이 폭주하자 미분양이 발생했고, 결국 지자체들의 형편은 더 어려워졌다. 그렇지만 비장의 무기가 있다. 비교적 적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한 관광산업. 축제를 열어 대박을 치면 도시가 다시금 북적일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전국의 대규모 축제 361개 중 흑자를 낸 것은 화천의 산천어축제 하나뿐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중앙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 쇠퇴지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여러 특례들을 도입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정선군에 자리한 카지노 강원랜드다. 유일하게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는 도박장이라 성장을 거듭했고, 고용효과도 점점 커졌다. 문제는 이 특례법이 한시적이라는 점이다. 원래 2005년에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경제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두 번이나 연장되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연장으로 연명할 수는 없는 법이다.

지방도시의 쇠퇴가 불러오는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인구가 줄면 도시가 거둬들이는 세금도 감소한다. 수입은 감소하는데 지출은 그대로니 공공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방재정 역시 흔들리기 시작한다. 대도시 지역의 경우에는 1인당 평균 세출액이 15년간(2001~2016년) 427만 원→1619만 원으로 1192만 원이 증가했다. 그러나 축소도시 20곳에서는 1368만 원→4822만 원으로 무려 3454만 원이나 증가했다. 이런 추세를 바탕으로 10년 후를 예측해 본다면 대도시의 1인당 세출은 2467만 원, 20곳의 축소도시는 7568만 원이 될 것이라고 한다. 결국 대도시의 생산가능인구가 지방 중소도시의 노년층을 짊어져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놓여 있다. 햇볕이 내리쬐는 대낮, 물을 사방에 흩뿌릴 것인가 아니면 웅덩이를 깊게 파 모아둘 것인가? 정답은 자명하다. 더 이상의 외곽개발을 막고 원도심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여 인구를 끌어 모으는 동시에 사람들이 떠난 빈집은 허물어 자연으로 되돌린다. 이렇게 밀도를 높인 다음 중소도시만의 특색을 가꿔야 한다. 대규모 체인점을 규제하는 동시에 마을기업을 키워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낡은 주택의 지붕을 개량하고, 벽화를 칠하고, 예술 활동을 활성화하는 것보다, 도시의 근본적 체질을 개선하는 데 정책적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것이다.

지방도시의 쇠퇴는 우리가 마주한 현주소이자, 가까운 미래다. 시간이 얼마 없다. 모든 도시를 지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능성 있는 곳에 최대한 압축해야 최소한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필자 소개>

1998년 끝자락에 태어났다. 지금까지 학교에 다니지 않는 대신 홈스쿨링으로 공부했다.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며, 정치, 경제, 사회, 역사, 철학에 관심이 많다. <소년여행자>, <학교는 하루도 다니지 않았지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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