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장.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철수’ 논란 속에 추진됐던 한국GM의 연구개발(R&D) 법인 분리가 확정됐다. 그동안 법인 분리에 반대해왔던 산업은행이 찬성 입장으로 돌아선 가운데, 노조 측은 파업을 예고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18일 한국GM은 이사회 및 주주총회를 잇달아 열고 연구개발 법인(GM테크니컬센터 코리아)의 신설 안건을 의결했다. 한국GM의 법인 분리가 의결된 것은 산업은행이 반대에서 찬성으로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최근 GM의 법인분리 강행을 막기 위해 해당 안건이 통과된 한국GM 주주총회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가처분신청을 제출했으며, 지난달 28일 서울고등법원이 이를 일부 인용하면서 법인분리에는 제동이 걸린 상태다.

GM의 독단적인 행보를 견제해온 산은은 최근 한국GM이 제출한 연구개발 법인 사업계획서를 전문 용역기관에 맡겨 검토한 뒤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1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법인분리로 인해 한국GM 생산법인과 신설되는 연구법인의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용역 결과가 나왔다”며 “기업가치가 증가하고 한국GM의 부채비율이 개선돼 재무안정성이 좋아지는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GM 또한 연구개발 법인 분리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듯 보상안을 제시했다. 산은에 따르면 한국GM은 신설 연구개발 법인을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및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중점 거점으로 지정하고 향후 최소 10년 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 또한 배리 엥글 GM인터내셔널 사장은 “한국 사업에 대한 GM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2개의 엔지니어링 프로그램을 추가로 한국에 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GM의 법인분리가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투자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연구개발 법인 분리가 향후 한국기지 철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핵심인 연구개발 분야는 법인 분리로 GM 본사가 챙기는 한편, 한국에는 껍데기뿐인 생산·판매기지만 유지하다 결국 한국에서 철수하는 수순으로 진행될 거라는 예상이다. 실제 GM은 호주 등에서 생산기지 유지를 약속하며 정부 지원을 받은 뒤 결국 일방적인 철수를 결정한 바 있다.

이동걸 회장은 이러한 우려에 대해 “64억달러를 투자한 기업이 껍데기만 둘 거라고 예단한 것은 무리라고 보고, 그에 걸맞은 생산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가 당연히 있을 것”이라며 “10년 동안 생산법인과 연구법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그 이후를 보장할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답했다.

입장을 바꾼 산은과 달리 노조 측은 연구개발 법인 분리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는 18일 입장문을 내고 GM과 산은의 연구개발 법인 분리 합의는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난했다. 노조 측은 “지난달 28일 서울고등법원이 법인분리를 중단하라는 판결 이후 불과 20일 만에 주주총회를 개최한다는 것은 승소한 산업은행과 패소한 GM자본 간의 모종의 거래가 성사됐다는 추측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노조 측은 앵글 사장과 이 회장 및 당정 관계자들이 법인 분리 논의에서 한국GM 노동자들이 완전히 배제한 채 밀실협상을 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노동조합은 문재인 정부가 주장하던 ‘노동존중’은 오간데 없이 노동조합이 배제된 채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주주총회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노동조합의 최후의 수단인 총파업을 포함한 강도 높은 투쟁방안을 마련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노조 쪽에서도 이번 합의안에 대해 심도있게 검토한다면 기존 계약에 비해서 손해보거나 피해보는 부분은 없는 반면, 경제적으로 이익이 될 건 많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법인 분리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노조 측과 고용불안을 우려해 법인분리에 반대해왔던 인천시 등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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