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2011년에 현대건설을 인수한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하여 따가운 시선이 있었다. 그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 2001년에 현대건설의 부실로 인하여 부도처리 될 회사를 채권금융단의 출자전환과 주주들의 6:1감자와 9:1 감자라는 두 번의 희생으로 기껏 정상화시켜 놓았더니 10년만에 현대자동차가 날름 다시 가져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건설을 인수한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건설을 통하여 사회에 공헌하고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것이 당시의 여론이었다. 그런데 그렇지 못하고 오히려 하지 말아야 할 분식회계를 하고, 아파트 재개발 수주를 위하여 현금을 뿌렸다는 혐의를 받는 등의 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거기에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있겠지만 첫 출발부터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그 첫 출발이 무엇일까? 2011년 결산보고서를 보면 2010년과 매출액은 동일 함에도 불구하고 채권 금액이 갑자기 증가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면 매출액 증가 없는 채권금액만의 증가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및 사기 범죄에 대한 처벌을 보면서 이유 없이 증가하는 자산은 분식회계의 모습임을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 되었다. 허위 매출을 손익에 반영하면 그만큼의 허위 자산이 재무상태표에 등재되어야 한다. 따라서 손익을 조작한 혐의보다는 허위 자산을 과대하게 계상하여 대출 사기를 한 혐의로 대우조선해양 관련자들을 처벌한 것이다.

그렇다면 2001년 부실투성이가 되었으며 주가는 1,000원까지 추락하는 최악의 상황에서 수 조원의 국민적 도움 또는 희생으로 겨우 정상적인 회사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건설을 인수한 첫해부터 분식회계를 감행하였다면 그것은 매우 엄청난 잘못을 한 것이 분명하다.

현대건설은 2010년 10조원 매출액에 영업이익률이 5.8%에 이르고 채권 금액은 3조 2천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우수한 상태였다. 그런데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다음부터 영업이익률은 나빠지고 채권 금액은 아주 가파르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 2014년까지 계속 이어졌다. 그러다가 2015년에 건설회사 및 조선업 분식회계 논란이 터지면서부터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2010년 대비하면 2014년 채권 금액이 2.2조원이 늘어났고 증가율은 68%다. 반면에 매출액은 2010년 대비하여 2014년이 겨우 6,200억원 6% 증가한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분명하다. 저 2.2조원과 6,200억원 차이 숫자가 모두 분식회계에 사용된 것은 아니겠지만 제법 많은 숫자가 사용된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결과에 의한 학습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대건설을 인수한 현대차그룹은 왜 국민과 국가의 여망을 저버리고 분식회계에 첫발을 들여 놓게 되었을까? 더구나 대우조선해양처럼 엄청난 적자를 숨기기 위하여 그야말로 목숨(사장 연임)을 부지하기 위하여 실행한 분식회계도 아닌데 말이다.

사실 2010년 현대건설 입찰을 앞둔 시점에 현대자동차그룹 안에서는 현대건설 인수에 대하여 찬반 양론이 있었다. 반대론은 자동차 제조업과 건설업은 시너지효과가 나타나기 어려운 산업이므로 인수 비용 대비하여 그 효과가 크지 않으리라는 주장이었다. 반면에 찬성론자들은 자동차와 철강과 건설이 시너지효과가 크게 나올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찬성론자의 이야기대로 입찰에 참여하였으나 전략적인 실수로 입찰에서 패배를 하였다. 여기서 갑자기 놀라운 반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채권단이 현대그룹의 인수 자격 문제가 있다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이의 제기를 인정하여 입찰 결과를 갑자기 뒤집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

이런 극적이며 대단한 반전 드라마로 현대건설을 인수하였으니 얼마나 감격하였을 것인가? 뿐만 아니라 저런 대단한 반전에 도움을 준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하여 얼마나 고마워했을 것인가를 쉽게 짐작할 수가 있다. 따라서 저렇게 힘들게 인수한 현대건설을 인수 첫 해인 2011년부터 더 좋은 손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현대건설 인수를 주장한 사람들 입장이었다.

그런데 2011년부터 조선업과 건설업 손익이 악화될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절대적으로 환율효과가 크기 때문이었다. 2007년부터 국내부동산이 침체되면서 삼성엔지니어링을 선두로 대부분의 건설업체가 해외건설만이 살길이라고 하면서 해외로 나가서 과당 경쟁까지 하면서 수주를 하였다. 따라서 대부분 건설사의 해외 매출 비중이 50%에 이를 정도로 대단히 커졌다.

그런데 2008년 달러 환율이 1,200원이던 것이 2009년 1,290원 2010년 1,159원이었다. 2008년과 2009년은 2년간은 환율효과로 손익이 좋아졌다. 그런데 2010년 1,159원이던 환율이 2011년 1,100원이 되었다. 그러면 저 달러당 59원변화로 인한 현대건설 손익 효과는 얼마나 될까?

2011년의 현대건설의 해외건설 매출액은 6조 5천억원이며 이를 달러로 환산하면 59억불이 된다. 만약 2010년 환율 달러당 1,150원으로 환산하면 6조 7,850억원이 된다. 따라서 환율변동으로 인한 매출액 차이가 2,954억원이며 이것은 바로 손익에 영향을 주게 된다. 왜냐하면 여기에 수반되는 원가가 없기 때문이다. 순환율효과로만 2011년 손익이 2010년보다 3천여억원이 나빠지게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을 GS건설 재무제표와 비교해보면 이해가 한층 쉬워질 것이다. GS건설은 2010년 대비하여 2011년 매출액이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채권 금액은 소폭 증가하였고 영업이익은 크게 악화되었다. 이것은 현대건설의 2011년 결산 숫자와 정반대의 결과이며 GS건설 결산 방향이 정상적이다.

그런데 현대자동차그룹내 현대건설 인수 찬성론자들은 2010년 대비 악화된 손익, 즉 3,000억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 2011년 영업이익을 그대로 보여줄 수 없다고 판단하였던 것이다. 그렇게 한 결과로 겨우 2.9% 수준에 불과하였던 영업이익률을 4.9%로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 분식회계 하고 나니 손익 모양은 좋아졌다.

이런 것들이 현대건설이 첫번째 분식회계를 하게 된 이유다. 또한 이것은 분식회계에 대한 죄의식이 현대자동차그룹 일부 사람들에게 전혀 없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내용이기도 한 것이다. 그것은 그렇다 하고, GS건설의 채권 금액이 현대건설보다 더 많은 모순은 다음 기회에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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