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미국 동맹국 중심으로 화웨이 통신장비를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은 보안상의 이유로 올해 초 동맹국들에게 5G 네트워크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 것을 권했다. 이에 호주·뉴질랜드·일본·영국·캐나다 등은 화웨이 장비를 퇴출했거나 검토 중이다.

이 가운데 일본의 사정이 독특하다. 최근 산케이신문은 “IT, 방송통신 관계자들은 중국 통신장비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있다. 직업상 여러 정보를 다루고 있어, 중국 해커에 의한 사이버 공격에 노출될 위험성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 기업, 개인 할 것 없이 화웨이 제품을 애용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가성비다. 경쟁사들의 제품에 비해 저렴하고 품질이 좋다는 것이다. 일본 기업들과 화웨이 일본 법인의 거래액은 2009년 340억엔에서 2017년 5천억엔으로 늘었다. 올해는 6800억엔에 달할 전망이다. 개인들의 화웨이 통신기기 이용률도 높다. 지난 11월 기준 일본에서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량은 1위, 태블릿 판매량은 3위다.

일본 정부의 움직임은 정반대다. 일본 정부는 공공기관에 통신장비를 조달하는 자국 전자업체, 이동통신사들과 화웨이 부품 배제 방침을 논의 중이다. 이에 화웨이는 일본 전자업체 등에 자사 제품 배제 불안을 불식하기 위한 취지의 문서를 보내고 있다.

일본 전자업체들은 화웨이 장비에 대해 어느 정도 불안을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가성비를 무기로 깊숙이 침투한 화웨이 부품을 바로 퇴출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정부 방침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산케이 신문은 15일 “화웨이를 배제할 시 전자업체가 집적된 간사이 지방 경제에 타격이 올 수 있다. 파나소닉, 교세라, 무라타 제작소 등 많은 전자업체가 화웨이 부품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반면에 이동통신사들은 화웨이 장비 퇴출에 적극적이다. 일본 대형 통신사 가운데 유일하게 4G 네트워크 장비 일부를 화웨이, ZTE 등 중국제품으로 사용하는 소프트뱅크는 “화웨이 장비를 단계적으로 유럽산 장비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TT도코모, KDDI 등 다른 통신사들은 5G 네트워크 구축에 중국산 통신장비 배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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