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소속 택시기사들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카풀 규탄 및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하며 입김을 내 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카카오모빌리티가 13일 카풀서비스 출범 계획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지만, 택시업계의 반발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양대 택시노조 및 개인택시연합, 법인택시연합 등 4개 단체가 모인 비상대책위원회는 연기가 아닌 철회 결정이 나올 때까지 투쟁을 끝낼 수 없다며 20일 예정된 파업 및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유경제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차량공유 서비스와 택시업계의 마찰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문제다. 이미 해외에서는 대표적인 차량공유 플랫폼 우버를 필두로 다양한 형태의 차량공유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법적인 문제와 업계의 반발로 아직 널리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차량공유 서비스를 도입할 경우 택시 시장이 완전히 잠식될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된다. 수입의 변동폭이 크고 근로시간이 지나치게 긴 택시근로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더라도, 궁극적으로 먹거리를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한 국내에서 차량공유 서비스가 제도화되기는 어렵다.

◇ 차량공유서비스- 택시시장, 중첩보다 분할돼

그렇다면 과연 차량공유 서비스와 택시의 시장이 중첩된다고 볼 수 있을까? 한국교통연구원 박준식 부연구위원이 지난 2015년 발표한 ‘카셰어링 서비스가 교통수요와 택시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차량공유 서비스와 택시 시장은 중첩되기보다는 분할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그린카·쏘카 등 카셰어링 서비스업체 이용자 12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및 서울 택시 디지털 운행기록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택시의 경우 5km 이내 통행거리를 이용한 경우가 65.7%였던 반면, 쏘카·그린카는 각각 3.4%, 6.0%였다. 이용시간 또한 택시의 경우 20분 이내가 80.7%인 반면, 카셰어링은 약 88%가 60분 이상 장거리 운행을 목적으로 한 승객이었다.

이 연구결과만 놓고 보면 택시업계가 카풀서비스 등 차량공유 서비스 제도화에 반발하는 것은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도 카풀서비스를 도입하면서 택시의 수요공급이 불일치하는 출근 및 심야시간대의 승격 불편 해소라는 명분을 들고 나왔다. 택시 공급이 부족한 시간대에만 서비스를 운영하기 때문에 택시업계 수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

택시와 차량공유 서비스의 이용거리 및 시간 분포. 주 이용승객층이 택시-단거리, 차량공유-장거리로 분리돼있음을 보여준다.<자료=박준식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 박지홍 국토교통부 신교통개발과장이 2015년 발표한 '카셰어링 서비스가 교통수요와 택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일부 발췌>

◇ 옥스퍼드대 연구팀 "우버 도입 후 택시 고용 증가"

하지만 위 연구는 공용주차장에 주차된 공유차량을 이용하는 ‘카셰어링’에 국한된 연구이기 때문에 우버와 같은 승차공유나 카풀서비스도 영향력이 없을 것이라는 근거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영국 옥스퍼드대 마틴스쿨 연구팀이 지난해 1월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우버 도입 후 택시 고용은 증가한 반면 소득은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이 2009년~2015년 우버 택시 영업을 허용한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주요 도시를 분석한 결과, 기존 택시업체 고용은 약 10% 증가한 반면 택시근로자 소득은 10% 가량 하락했다.

미 경제전문매체 포브스가 2016년 미국 주요 도시의 우버 및 택시근로자들의 시간당 수입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일반적으로 우버가 택시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차이가 많이 나는 샌프란시스코·뉴욕의 경우 우버와 택시의 시간당 수입 차이는 약 11달러였다. 회사가 주유비·보험비 등의 경비를 부담하는 택시와 달리 우버근로자는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도 시간당 7~8달러 가량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가장 차이가 적은 시카고의 경우도 우버가 택시보다 시간당 약 2.3달러를 더 번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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