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사진 왼쪽)과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가 20일 오후 프로야구 삼성과 넥센 경기가 열린 서울 목동야구장을 찾아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이재용 사장은 아들과 딸을, 이부진 사장은 아들을 데리고 본부석쪽 테이블석에서 관전했다. 뉴스1 © News1
최근 그리스발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회사 회의실이 아닌 야구장으로 향하는 이른바 '야구장 경영'에 나서 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여동생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비롯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채계 총수들이 잇따라 야구장에 나와 경기를 관람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 11일 오후 삼성라이온즈와 LG트윈스간 경기를 보기 위해 아들과 함께 야구장을 방문해 관심을 모았다.

또한 한동안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지난 16일 한화와 두산간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을 방문해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날 한화는 4대 3으로 뒤지다가 김 회장이 지켜보는 동안 6대 4로 역전성을 거뒀다.

두산가(家) 맏형인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도 1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한화 경기를 관람했다.

OB베어스(두산베어스의 전신) 창단 구단주인 박용곤 회장은 올해 81세 고령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두산 경기가 있을 때마다 야구장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도 지난 18일 두산과 LG 트윈스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잠실구장을 찾았고 다음날인 19일에는 박정원 두산 구단주가 잠실구장을 방문했다.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로 유명한 박용만 회장은 자주 잠실야구장을 찾는데다 야구장에서 일어난 일들을 트위터로 중계하기도 한다. 그는 또 집무실에 두산베어스 점퍼를 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또 지난 20일에는 여동생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겸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과 함께 야구장을 찾아 야구에 대한 높은 관심을 과시했다.

이재용 사장은 유럽 출장에서 돌아온 지난 11일에 이어 20일에는 아들, 딸은 물론 여동생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모자와 같이 경기장을 찾았다.

최태원 SK그룹회장도 대표적인 야구 매니어로 꼽힌다.

그는 지난해 10월 19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3차전 직후 SK 덕아웃을 찾아 이만수 감독대행 등 선수단을 격려했다.

최 회장은 SK 4번째 우승을 염원하는 손가락 4개를 펼친 뒤 팬들 앞에서 "이만수 대행을 한국시리즈 1~2차전이 열리는 고향 대구로 보내자"고 말하기도 했다.

유럽 경제위기가 극심한 가운데 기업 총수들이 야구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이른바 '야구장 경영'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계 관계자는 "대다수 CEO들이 주로 좋아하는 운동이 야구"라며 "이는 이들 총수들이 청년 시절 미국이나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야구를 자주 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총수의 야구장 방문은 소속팀 구단과 선수들에게 자극과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 16일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에 계열사 임직원 7000여명과 함께 잠실구장을 찾아 한화를 응원하며 구단에 힘을 실어줬다.

김승연 회장은 이날 경기후 선수들을 만나 일일이 격려하며 금일봉을 전달했다.

기업총수들이 야구장을 방문해 재벌가(家)에 대한 대중 친화적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재문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재벌총수들이 야구 등 대중적인 스포츠에 적극 참여해 일반인들과 소통경영을 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문 연구원은 "과거에는 재벌총수가 되려면 탁월한 경영능력 등이 중요한 자질이지만 최근에는 소통경영과 트렌드에 민감해야 한다"며 "반(反) 대기업 정서가 심각한 상황에서 대기업 총수가 최근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트렌디한 스포츠인 야구를 통해 일반인들과 소통하겠다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얼마전까지 온라인을 통한 트위터가 소통의 통로가 됐지만 최근 대중이 야구에 열광하기 있기 때문에 야구쪽으로 소통의 방향을 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 총수들에게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는 야구장은 위기경영을 타파하고 혁신경영을 하기 위한 '다짐의 장(場)'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즉 새로운 사업을 찾거나 위기를 돌파하는 경영전략을 고심할 때 야구장을 찾아 '경영의 맥'을 찾겠다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인들에게는 야구가 단순한 공놀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꿈과 인생, 경영전략을 빗댈 수 있는 시험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 16일 경기 후 선수들을 만나 일일이 격려하면서 "프로가 뭐냐? 아마추어는 재미삼아 해도 되지만 프로는 직업이니까 목숨 걸고 해야 한다. 꼭 우승해달라"고 당부한 점도 김 회장이 신규사업 발굴과 위기경영을 펼치기 위해 '자기암시'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김재문 연구원은 또 야구는 기업 조직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내놨다.

야구가 개인마다 수비와 공격 등 포지션이 있는 조직있는 스포츠라는 측면에서 기업조직과 비슷하다는 얘기다.

기업을 이끌고 가는 총수의 결단과 위기관리 능력이 중요하듯 야구역시 감독의 전략과 선수들의 경기능력이 경기결과를 좌우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야구는 기업경영의 단면을 잘 보여줘 재계 관계자들이 재충전을 하며 기업 관리능력을 점검하는 스포츠가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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