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이 직접 쓴 악보 스케치 (작품 101) 1. <사진 출처 = 픽사베이>

"가장 뛰어난 사람은 고뇌를 통하여 환희를 차지한다."

"나의 운명의 목을 죄어 주고 싶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운명에 져서는 안 된다."

"나의 예술은 가난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서 바쳐지지 않으면 안 된다."

위와 같은 명언을 남긴 그는 1770년 12월 17일, 지금의 독일 북서부 본에서 맏아들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음악적 재능은 뛰어났지만 생활태도는 불량하기 그지없어 온갖 말썽을 부렸는데 초등학교 졸업 후 라틴어 학교를 다닐 때는 동급생들이 그를 ‘몹시 불결하고 수업을 빼먹기 일쑤’인 학생으로 멀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남달라 그의 음악적 재능을 그의 명언처럼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무료로 베풀기도 했는데 일례로 시골길을 산책하다가 마을의 소규모 악대가 농민들이 즐길만한 무도곡을 지어달라고 하면 즉석에서 아무런 대가도 없이 작곡을 해주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성년이 된 이후 죽을 때까지 셀 수도 없을 만큼 이사를 많이 다녔는데 하루는 새 집으로 이사를 가던 도중 악상이 떠올라 갑자기 짐을 버리고 숲속으로 들어가더니 날이 새도록 작곡을 하고는 이사 가던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태연히 옛집으로 되돌아갔다고 한다. 돈에 있어서만큼은 철저했던 그인지라 항상 영수증을 받아오라고 까다롭게 굴었지만 정작 자신은 산수실력이 형편없어 숫자 계산을 제대로 못했다고 한다.

그는 아무린 친한 사이라도 다른 사람의 음악을 듣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자신의 독창성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한다는 유별난 고집도 있었으며, 저명한 대문호 괴테와 산책을 할 때 사람들이 인사를 하자 괴테는 일일이 그들의 인사를 받으며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 때문에 귀찮아하자 그는 사람들이 괴테를 보고 인사를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보고 인사를 하는 거라며 엉뚱한 자존심을 내세우기도 했다.

언젠가 어느 대학의 교수가 학생들에게 ‘어떤 남편이 심각한 알코올 중독자로 돈이 필요하면 폐결핵에 걸린 아내를 항상 구타했는데 그런 아내가 임신을 했다면 태아를 어떻게 해야 하나?’ 라는 질문을 하자 학생 한 명이 그런 아이는 지워야한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그러자 그 교수가 학생에게 ‘자네는 방금 베토벤을 죽였네!’라고 말했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그’가 바로 며칠 후면 탄생 248주년을 맞는 루트비히 반 베토벤이다. 우리들에게 베토벤은 청각 장애를 지녔지만 그 장애를 끊임없는 노력으로 뛰어넘은 불굴의 의지를 지닌 음악가로 잘 알려져 있다. 이미 교향곡 1번을 완성하기 전부터 작곡가로서 생명이나 다름없는 귀가 점점 안 들리게 된 그는 한때 자살까지 생각했지만 결국 자신의 ‘운명’ (교향곡 5번의 제목)과 싸워 이겼다. 모차르트에 비하면 훨씬 적은 수의 음악이지만 베토벤의 음악은 지금까지 850여 편 이상의 영화에 쓰였을 정도로 현재도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음악가이다.

베토벤의 경우처럼 우리 주변에는 성치 않은 몸을 가졌지만 각고의 노력을 통해 자신이 가진 재능을 개발하고 발전시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사람들이 많다. 장애를 이겨낸 뛰어난 음악가 중에는 선천성 시각장애를 딛고 일어서서 흑인 팝 음악의 살아있는 신화가 된, 우리에게 너무나도 유명한 스티비 원더가 있다. 또한 2004년 개봉한 영화 ‘레이’의 주인공이기도 한 미국의 가수이자 피아니스트인 레이 찰스는 7살 때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었지만 그런 장애와 편견을 이겨내고 세계적인 음악가로 거듭났다. 왼쪽 다리가 마비되어 서있을 수조차 없었던 잉글리시 실내관혁악단의 수석지휘자인 제프리 테이트는 의자에 앉아 지휘봉을 잡기도 했고 청각장애인이지만 50여개의 타악기를 한꺼번에 다루는 스코틀랜드 농촌 출신의 애블린 글래니는 1년에 120여회의 연주회를 갖기도 한 연주자로 잘 알려져 있다.

비록 유명인은 아니더라도 우리 이웃 중에는 자신의 신체적인 장애를 딛고 꿋꿋하고 힘차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각박한 현대 사회 속에서 자칫하면 갖게 될지 모르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그들을 조금 더 배려하고 더불어 함께 살아갈 때 우리 사회는 더욱 멋지고 보람차고 행복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필자 소개)

한국을 대표하는 공포 미스터리 작가다. 이십대에 유니텔 등 각 PC통신사로부터 최고의 공포 미스터리 판타지 작가로 선정됐으며, 뉴시스에 공포 미스터리 소설 ‘악령의 추종자’를 연재했다.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하고 연극과 영화 보기를 즐겨했으며 현재는 작가 겸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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