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일본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민음사>

[이코리아]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13일 아마존재팬에 따르면 ‘82년생 김지영’은 현재 아시아문학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있다. 지난 8일 출간된 ‘82년생 김지영’은 출간 이틀 뒤인 10일부터 현재까지 사흘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일본어 판권을 가진 출판사 치쿠마쇼보는 지난 12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82년생 김지영’의 3쇄를 결정했다고 알렸다. 치쿠마쇼보는 “12월 8일 발매로부터 4일째인 오늘 3쇄 중판이 결정됐다. 이렇게 빠른 중판은 좀처럼 없은데 감개무량하다”고 밝혔다.

일본 독자들의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평은 극과 극이다. 13일 현재 일본 아마존에는 총 25건의 리뷰가 올라와 있는데 별 1개~5개로 구분되는 평점에서 5개를 준 독자가 14명, 1개를 준 독자가 10명이다. 4개를 준 1명을 제외하면 모든 리뷰가 최고점과 최저점으로 양분된 것.

이중 301명의 추천을 받은 최다추천 리뷰어는 ‘82년생 김지영’에 대해 “이 책에는 많은 여성이 일상에서 직면하는 차별로 감각이 마비되고 평벙하게 느끼게 되어버린 절망을 그리고 있다”며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한국이 부럽다”고 말했다.

242명의 추천을 받은 리뷰어는 “현실을 감안하면 결코 무거운 내용이 아니다. 이 책을 ‘불행 포르노’라고 하는 사람이 아직 현실 감각이 없는 것”이라며 “여성과 남성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상 어느 나라에서도 통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평했다. 이 리뷰어는 이어 “이 책이 반드시 일본에서 사랑받지 않더라도 괜찮다”며 “하지만 이 책과 같은 위상과 영향력을 가진 문학이 일본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82년생 김지영'의 일본 판권을 가진 출판사 치쿠마쇼보가 12일 3쇄를 결정했다고 알렸다. <사진=트위터 갈무리>

반면 58명으로부터 추천받은 한 리뷰어는 별 1개를 주며 “주인공 김지영이 경험한 것 자체는 여자로서 있을 수 있는 이야기지만 일반화하는 것이 문제”라며 “이 책 때문에 한국에서는 남녀혐오가 사회문제가 됐다. 여성을 위해 쓰여진 책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별 1개를 준 악평 중에는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밝히거나 한국의 상황을 자세히 묘사하는 경우도 많았다. 한 리뷰어는 “한국인으로서 일본인들에게 사과한다”며 “이 책의 좋은 점이라면, 이 책을 읽고 있는 여자를 피하면 인생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리뷰어는 “한국에서는 남성이 병역 도중 죽거나 치한으로 몰려 체포된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데이트 비용도 모두 남자가 내고 있는 걸까?”라며 “여성을 불쌍한 존재로 그리면서 남성은 사악한 존재로 묘사하고 있다. 실제 한국에서의 상황은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일본 독자들의 평이 최고점과 최저점으로 양분되고 있다. <사진=아마존재팬 홈페이지 갈무리>

반면 한국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일본의 책 리뷰 사이트 ‘독서미터’(読書メータ)에 올라온 4개의 평은 모두 ‘82년생 김지영’에 공감하는 내용이었다. 한 리뷰어는 “김지영과 어머니, 누나, 동료들의 모습에 답답하고 억울해 여러 번 손을 멈추고 눈물을 참았다. 괴로운 것은 읽으면서 자신의 경험이 생각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리뷰어는 이어 “이 책에 무관심한 여성이 있다면 이야기 해보고 싶다”며 “남녀를 가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현실을) 바꾸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리뷰어도 “이 책에 써있는 것은 이웃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일본은 이미 이 단계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오히려 일본의 미래를 이 책에 본 느낌이다”라고 공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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