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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택시 상생 해법①] 택시 사납금제 개선해야
  • 임해원 기자
  • 승인 2018.12.1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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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불법 카풀 앱 근절 제2차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삭발식을 마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지난 10일 한 택시기사가 카풀 서비스 전면 도입을 반대하며 분신한 사건으로 인해 택시업계와 카카오 간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택시단체는 11일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오는 20일 국회 앞에서 10만명 규모의 카풀 도입 반대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택시업계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심야시간 및 출퇴근 시간대 택시 공급부족과 잦은 승차거부, 난폭운전, 내비게이션과 다른 경로로 운행하면서 요금을 올려받는 등 택시 서비스에 실망한 승객들은, 카풀 서비스 도입을 반대하며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택시업계에 대해 냉정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택시 파업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택시 파업으로 길이 덜 막혀 좋다”, “택시가 안보이니 운전하기 편하다” 등 냉소적인 글들이 줄을 이어 올라왔다. 실제 리얼미터가 지난달 19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6.0%가 카풀 도입에 찬성한 반면, 반대한 응답자는 28.7%에 불과했다.

◇ 택시산업이 지닌 공공성 간과해선 안돼

승차거부, 난폭운전, 불친절 등은 승객들이 택시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공통된 불만이다. 하지만 이런 관점에서 카풀 대 택시의 갈등을 바라보면 결국 택시산업의 도태라는 극단적인 결론 밖에 나올 수 없다. 택시는 여전히 도시교통의 한 축을 담당하는 주요 운송수단이며, 영리목적의 사업임에도 공공성을 지닌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택시기사의 불친절이 고질적인 문제라면 신산업 도입을 통해 도태시키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촉발하는 제도적 요인이 무엇인지, 개선의 여지는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 우선이다.

택시 서비스의 질이 향상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택시기사가 상당히 불안정한 직업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통제 하에 있는 철도나 어느 정도 안정성이 보장되는 버스와 달리 택시는 고용 안정성도 낮은 편이며 수입의 변동 또한 크다.

평균 근로시간도 건강을 해칠 정도로 긴 편이다. 2015년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택시업종 최저임금 현장연구 및 제도 개선 방안’에 따르면 1인1차제의 경우 평균 월 근무일수는 24.6일, 월 근로시간은 292.7시간이었다. 노동연구원의 2008년 조사(24.6일, 291.6시간)에 비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1일2교대제의 경우 256.9시간으로 조금 덜하지만 지역에 따라 2교대제임에도 월 근로시간이 270시간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

다른 산업과 비교해도 택시산업의 근로환경은 딱히 나아진 것이 없다. 노동연구원은 “전산업은 2003년부터 2013년까지 근로시간은 11.1% 감소, 임금은 60.4% 증가했다”며 “그러나 택시는 근로시간이 약 18.5% 증가했지만 반대로 서울택시 수입은 26.8%, 대구택시는 18.4% 증가하는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근로시간은 전산업의 1.5배나 증가했지만 임금 증가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 수입금전액관리제 도입 필요성 제기돼

불안정한 수입과 장시간 노동이라는 열악한 환경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현재 택시업계의 일반적인 임금제도인 ‘사납금제’다. 택시기사가 매일 일정 금액을 차 대여료로 회사에 납입하고 매달 일정기간 근무 시 지급되는 고정급과 운송수익을 임금으로 받는 사납금제는 사실 현행 법이 규정하고 있는 임금제도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택시기사가 모든 수입을 회사에 납입한 뒤 월급 및 실적에 따른 추가 수당을 받는, 일반 직장과 비슷한 형태의 수입금전액관리제(완전월급제)를 시행했다.

2015년 노동연구원의 설문조사(복수응답 가능)에 따르면, 국내 택시업체의 59.7%는 사납금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사납금에 연료비를 포함해 받는 곳이 36.3%, 택시기사가 자유롭게 입금하는 입금자율제가 21.4%였다. 사납금+연료비, 입금자율제가 모두 사납금제의 변형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업체가 사납금제를 도입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수입금전액관리제를 도입한 곳은 겨우 11.2%에 불과했다.

사납금제 또한 그 이전의 도급제(기사가 사업주에게 지불할 도급료 및 모든 운행 경비를 부담하고, 고정급 없이 개인수익만 가져가는 방식)의 불안정성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지만 여전히 택시기사의 수입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과도한 근로시간을 강요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서울 지역의 사납금은 평균적으로 14~18만원 수준. 사납금을 채우고 개인수익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장시간 노동과 장거리 운행 선호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2015년 노동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비교적 대도시 중 운송수입이 높은 서울도 8.2시간을 운행해야 겨우 사납금을 채울 수 있다. ‘워라밸’을 지키기 위해 주 40시간을 일할 경우 월 사납금에서 약 65만 원가량이 미달돼, 고정급에서 이를 공제하면 겨우 월 평균 60만원의 수입밖에 올리지 못한다.

결국 최소한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일 11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이 강제될 수밖에 없고, 이는 건강 악화와 피로누적으로 인한 잦은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사납금으로 인한 수익 불안정은 택시기사들이 한 번의 운행으로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장거리 운행을 선호하며 승차 거부를 일삼게되는 원인이기도 하다.

수입금전액관리제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의 고정급과 실적에 따른 성과급을 받는 형태이기 때문에 택시기사의 수입안정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실제 노동연구원 설문조사에서 택시노조원 중 사납금제를 선호하는 것은 대도시 11.1%, 도지역 11.8%에 불과했다. 이들은 설문조사에서 전액관리제의 경우 수입 불안 해소로 인해 운행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미 20여년 전 시행된 전액관리제가 전혀 확산되지 않은 채 정부에 의해 방치되고 있다는 것.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강신표 위원장은 11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완전월급제는 저희가 항상 우리 택시 단체들이 요구하는 사항”이라며 “이걸 정부가 거의 시행할 의지도 없다 보니 법이 있어 봐야 무용지물이다”라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이어 “이런 상태다 보니 지금 택시업계가 더 힘들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월급제만 된다고 하면 저희 택시업계들이 (카카오 카풀을) 반대할 일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택시와 카풀의 대결을 기존 산업이 신규 산업에 대해 몽니를 부린다는 관점에서만 본다면 현재 분신까지 치닫고 있는 갈등을 해결하기 어렵다. 카풀 서비스가 기존 택시산업과 시장이 중복되지 않는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지만, 실제 카풀 시간대를 통제하기 어렵고 경우에 따라 주요 영업시간에 택시 수입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택시 종사자들 사이에 만연하다. 적어도 불안정한 삶에 내몰린 법인택시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려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없다면 택시종사자들의 양보와 타협을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임해원 기자  champr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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