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화재 진단②] 쥐, 환풍기, 누전 발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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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화재 진단②] 쥐, 환풍기, 누전 발화 가능성
  • 임해원 기자
  • 승인 2018.11.2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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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과학수사연구소 관계자가 2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지난 24일 발생한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사고 원인이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조사 과정이 길어지면서, 사상 최장 기간의 통신장애를 초래한 대형 사고가 어떻게 촉발됐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 통신구 내부 자체 발화요인 없어…

이번 사고가 우연한 재해인지 부주의로 인한 인재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통신구에는 일반적으로 발화원인이 될 만한 물질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외부 요인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전력선이나 가스관이 지나가는 공동구와 달리 통신구에는 유리섬유로 된 광케이블과 구리케이블로 된 통신선만 설치돼있다. 자체발화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뜻.

실제 과거 통신구 화재도 감식 결과 외부요인에 의한 사고임이 밝혀진 경우가 많았다. 1994년 서울 종로5가 통신구 화재의 경우 통신구에 설치된 배수펌프의 자동분전반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며, 2000년 서울 여의도 화재는 통신구가 아닌 지하공동구 화재로 함께 설치된 전력선의 과부하가 문제였다.

전문가들은 환풍구의 먼지나 내부 조명, 쥐 등을 잠재적 화재 원인으로 고려하고 있다. 케이블 외피가 고무재질인 만큼 통신구 조명이 누전으로 폭발하거나, 쥐가 케이블을 갉아 마찰을 일으키는 등의 요인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 방화·실화 가능성은?

그렇다면 이번 사고가 우연히 버린 담배꽁초나 의도적 방화 등으로 인해 촉발됐을 가능성은 없을까? 27일 동아일보는 취재진이 사고 다음날인 25일 오후 8시 KT혜화타워를 방문했으나 별다른 검문절차나 제지 없이 내부를 모두 둘러볼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통신구가 보안시설인 만큼 출입기록이 남는다고 하지만, 관리가 허술해 외부인이 침입할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은 셈이다.

하지만 26일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2차 합동 감식 결과를 발표하며 “감식결과 방화나 담배꽁초 등에 의한 실화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찰과 소방, 한국전기안전공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오전 10시부터 합동 감식을 진행했지만 실화나 방화의 흔적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통신구는 국가보안시설로 이중문과 자물쇠 등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며, 신상을 밝히고 출입통보를 한 뒤에야 들어갈 수 있다. 화재 당일 아현지사 통신구에 무단 침입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 KT 아현지사 화재, 시작은 '우연'이지만 피해는 '필연'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운 이유는 지하에 매립된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접근이 어려운 데다, 유독가스가 발생하는 케이블화재 특성 상 소방대원이 초기에 현장에 진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당 통신구에는 CCTV마저 설치돼있지 않아 영상을 통해 화재원인을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전체 통신구의 절반 이상이 소실됐다는 점도 초기 화재발생 원인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화재 원인에 대한 통일된 의견이 모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화재로 인한 피해가 대규모로 확산된 이유에 대해서는 KT의 허술한 관리가 원인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아현지사에는 전화선 16만8000회선과 광케이블 220조가 설치돼있지만, D등급 통신구라는 이유로 백업체계가 마련되지 않았다. 이석채 전 회장 시절부터 시작된 지사통폐합으로 D등급 시설에 주요 통신망이 집중됐지만, 그에 걸맞은 대비체계는 갖추지 않은 셈이다.

2014년 황창규 회장 취임이후 지속적인 인력감축으로 통신지사 관리인력이 제대로 배치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아현지사는 시설집중국이지만 화재 당일 현장 근무인력은 단 2명뿐이었다. 현재 통신케이블 포설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것도 대부분 외주업체 소속 일용직 근로자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KT새노조는 지난 25일 성명서를 내고 통신공공성을 포기하고 수익만을 추구하는 현 KT경영진의 경영방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하에 매립된 통신구에서 우연히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국가기반시설을 관리하는 만큼 통신사는 그런 우연조차 대비해야 할 책임이 있다. 사고 원인을 찾는 노력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KT의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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