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마포구 KT아현지사에서 황창규 KT 회장이 전날 발생한 화재 사고에 대해 고개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지난 24일 발생한 KT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에 대한 보상 규모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KT는 인근지역 거주자 중 가입자에게 1개월 간 요금을 감면해주는 보상안을 내놓았지만, 비거주자 및 소상공인 등 간접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보상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KT, "1개월 요금 감면으로 보상할 것“

KT는 지난 25일 이번 화재사고로 피해를 입은 유무선 고객에게 1개월 요금을 감면해주겠다는 보상방안을 발표했다. 감면 대상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이번 화재사고로 통신장애가 발생한 서울시 서대문, 용산, 마포, 중구, 은평구, 고양시 덕양구 일대 유선전화, 인터넷, 이동전화 서비스 가입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KT 휴대전화 및 초고속인터넷 이용 약관에 따르면, 고객의 과실이 아닌 이유로 3시간 이상 서비스가 중단되면 시간당 월정액과 부가사용료의 6배(IPTV의 경우 시간당 평균요금의 3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하도록 돼있다. KT의 1개월 요금 감면안은 약관 이상의 보상방안인 셈.

KT는 아현국사 통신구에 백업체계를 마련해두지 않아 통신장애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여론이 악화되자, 이를 되돌리기 위해 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KT 측이 이번 사고로 지출해야 할 보상액은 약 300억원 수준이다. 김준섭·이수경 KB증권 연구원은 무선가입자 239억원, 인터넷 가입자 43억원, IPTV 가입자 35억원 등 보상액이 약 317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KB증권이 추산한 KT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2503억원)의 12.7%에 해당한다.

25일 KT 홈페이지에 올라온 아현지사 화재사고 관련 사과문. <사진=KT 홈페이지 갈무리>

◇ 카드먹통으로 매출감소, 입증 책임은 피해자에게…

하지만 1개월 요금 감면안은 피해지역 거주민 중 KT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화재 당시 해당 지역을 방문했다 피해를 본 비거주자나 카드결제가 막혀 손해를 본 소상공인 등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자 황창규 KT 회장은 25일 자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KT는 관련 기관과 협의해 이번 사고로 피해를 입은 개인 및 소상공인 등 고객들에 대해 적극적인 보상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라며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가입자가 아닌 다른 피해자들을 위한 별도의 보상 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 또한 26일 “소상공인에 대한 피해보상은 피해규모 등을 협의해 적극적으로 배상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아직 구체적인 보상 대책이 나오지도 않은데다, 비거주자, 비가입자의 경우 피해를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것. 특히 카드결제 먹통으로 매출이 감소한 경우, 소상공인이 직접 법원에서 구체적인 감소분뿐만 아니라 KT가 매출 감소를 예상할 수 있었다는 사실까지 입증해야 한다. 예를 들어 휴대폰으로 영업하는 콜택시 등의 업종의 경우, 화재와 매출 감소의 인과관계나 피해 규모를 입증하기 쉽다. 반면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해온 의류 매장에서 화재 당일 매출이 감소했다면, 과연 통신장애와 매출 감소가 인과관계를 가지는지, KT가 매출 감소를 예측할 수 있었는지를 입증하는 것은 상당히 모호한 문제다.

◇ 통신장애, 3시간 넘지 않으면 통신사에 보상책임 없어

과거에도 통신장애로 인한 보상문제가 여러 차례 논란이 돼왔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지난 4월 6일 2시간 31분간 발생한 SK텔레콤의 LTE 음성 통화 및 문자 메시지 서비스 장애다. 당시 SK텔레콤은 피해 고객에게 월정액의 이틀 치를 보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약관에 적힌 ‘3시간 이상 서비스 중단’이라는 조건을 충족한 것은 아니라 법적인 보상책임은 없었지만, 고객 여론을 의식해 나름 성의를 보인 셈이다. 당시 SK텔레콤이 지급한 보상액 규모는 약 220억원 수준이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0월 15일 경북 일부지역에서 5시간 30분가량 발생한 데이터서비스 장애 및 7월 12일 8시간 50분가량 이어진 SMS 전송장애에 총 10.1억원의 보상액을 지급했다. 지난해 9월 20일 부산·울산·경남 일부지역에서 약 40분간 발생한 통신장애에 대해서는 약관상 보상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상액이 지급되지 않았다. 1년 간 세 차례의 통신장애로 360만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1인당 보상액은 채 300원이 되지 않는다.

한편 KT의 경우 지난 2007년 8월 이후 이번 사태를 제외하고 총 8건의 통신장애가 발생했지만 아직 단 한 건도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8건 모두 3시간 이상 통신장애가 지속된 적이 없기 때문.

거대 통신사와의 싸움에서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입증하고 정당한 배상을 받아내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통신사 중심으로 정해진 약관도 피해자들이 배상책임을 묻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심지어 보상액이 지급되는 경우에도 통신사가 아닌 피해자가 직접 보상을 신청해야 해, 제대로 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통신사 중심의 배상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통신장애에 대한 통신사의 배상 책임을 명시하고 배상 절차 및 기준을 이용자에게 알리도록 의무화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KT 아현국사 화재가 통신사 전체의 책임성 강화라는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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