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혜화지사 국제통신운용센터에서 열린 KT아현지사 화재로 인한 후속대책 논의를 위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통신 3사 최고경영자 긴급 대책회의에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이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지난 24일 발생한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는 통신 공공성을 무시한 경영진의 구조조정 강행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KT새노조는 25일 성명서를 내고 “민영화 이후 KT는 공공성을 저버리고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면서 비용절감이 모든 경영진의 최우선 방침이 되었다”며 “이석채, 황창규 등 통신 문외한인 KT의 낙하산 경영진들로서는 통신공공성을 불필요한 비용요소로 취급하였고 이번의 KT 아현지점 화재로 인한 통신대란은 그러한 인식의 필연적 귀결”이라고 주장했다.

KT 새노조는 이번 화재가 경영진의 경영방침 상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인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영화 이후 과도한 비용절감 노력으로 재난 대처 인프라와 인력이 부족해 피해가 확산됐다는 것. 실제로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화재 당시 아현지사의 근무 인력은 단 두명에 불과했다.

KT 새노조의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KT는 지난 2014년 황창규 회장 취임 후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해, 2013년 3만1592명이었던 정규직 인력이 지난해 2만3420명으로 약 26%나 줄어들었다. KT새노조는 “민영화 이후 KT는 비용절감을 위해 노동자들의 휴일근무를 대폭 줄여나갔고 그 결과 긴급장애에 대비할 최소 인력조차 갖추지 않았다”며 “수익에만 관심을 두는 경영진들의 눈에는 긴급사태에 대비하여 휴일근무를 시킨다는 것은 인건비 낭비로 보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황창규 KT 회장 취임 이후 시작된 지사 통폐합도 이번 사태의 피해가 확산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황 회장은 지난 2014년 취임과 함께 현장 실행력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기존 236개 지사를 79개로 통폐합하고 각 지사 아래에 181개 지점을 신설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아현지사의 경우 관리자가 없는 ‘폐쇄형 전화국’이어서 화재 리스크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통신장비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분산배치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비용절감을 위해 지사를 통폐합하면 장비가 일부 지점에 집중배치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재난을 대비한 관리인력을 증원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아현지사는 정반대였던 것이다. 

이에 대해 KT새노조는 “(수익성을 위해) 곳곳에 분산되어있던 통신 장비를 고도로 집중시켰고 장비가 빠져나가면서 비게 된 전화국 건물은 통째로 매각하거나 부동산을 개발해서 오피스텔, 호텔 등 임대업으로 돌렸다”며 “그 실적 덕분에 경영진들은 두둑한 보너스를 챙길 수 있었다.  통신공공성을 위한 분산 배치는 완전히 무시되었다”고 경영진 책임을 강조했다.

재난으로 인한 통신 장애를 대비하기 위한 우회로가 없었던 것도 문제다. A~C등급 지사의 경우 백업체계를 갖추고 있으나, 아현지사는 D등급이기 때문에 단선 광케이블만 설치돼있다. 화재로 케이블이 타버린 아현지사 통신구 복구과정에 시간이 걸리는 이유다.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사장)은 25일 “아현지사는 D등급으로 백업 체계가 없다”며 “(D등급 지사의) 백업 체계 구축에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KT 새노조는 백업체계 구축이 부실했던 것은 규정때문이 아닌 현 KT 경영진의 경영방침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KT 새노조는 “KT는 아현지점이 D등급 지사여서 백업체계가 안되어 있었다고 밝혔는데, 장비를 아현으로 집중화시키는 과정에서 ‘설비 최적화’라는 이름으로 유휴 동케이블마저 빼서 팔아먹을 정도로 KT 경영진이 수익에 집착했다”며 “백업체계 구축에 비용을 쓰느니 대형 장애가 발생해도 그만이라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통신공공성을 외면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KT새노조는 이어 “화재는 어쩔 수 없이 발생했을지 모르지만 이것이 엄청난 통신대란으로 비화된 것은 인재”라며 “이번 통신대란 피해에 대해 KT 경영진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며, 동시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KT 구성원 모두 통신공공성에 관한 깊은 성찰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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