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검찰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이번 사태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 대한 재검토로 이어질지 주목을 끌고 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삼성물산에 대한 특별감리 요구가 거세지면서, 법조계 및 금융계에서는 수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승계과정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참여연대, “삼바 분식회계는 합병 정당화 위한 작업”

참여연대는 22일 금융감독원에 2015년 통합삼성물산 회계처리에 대한 특별감리요청서를 발송했다. 참여연대의 주장은 이번 고의 분식회계건이 삼성바이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삼성물산이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 주도면밀하게 계획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참여연대가 입수한 삼성바이오 내부문건에 따르면 통합 삼성물산 TF가 삼성바이오 재경팀 및 안진회계법인과 협의하여, 합병 시 제일모직 주가의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합병회계에서 삼성바이오 사업가치를 6.9조원으로 산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불과 수개월 전 합병비율을 정당화하기 위해 산정된 삼성바이오 가치 18.5조원에서 무려 65%나 급감한 수치다.

또한 제일모직이 (구)삼성물산을 헐값에 매입한 근거를 숨기기 위해 재무제표상에서 염가매수차익(순자산 대비 저렴하게 기업을 매입한 경우 발생하는 과소지급액)이 드러나지 않도록 회계기준을 변경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통합삼성물산은 2015년 9월 사업보고서에서 합병에 따른 염가매수차익을 2.71조원으로 표시했다가 12월 이를 1.97조원으로 수정했는데, 같은 시기 삼성바이오 영업권이 2.68조원, 1.89조원으로 상계됐다. 이 때문에 통합삼성물산 손익계산서에는 염가매수차익이 전혀 드러나지 않게 됐다.

참여연대는 “(구)삼성물산 관련 염가매수차익이 계산되는 방식과 삼바 관련 영업권이 계산되는 방식은 전혀 상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염가매수차익이 감소한 만큼 영업권도 감소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며, “통합 삼성물산 합병회계처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6.85조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4.81조원, 그리고 12월에 갑자기 관계회사로 분류 변경한 것이 (구)삼성물산을 헐값에 매입한 흔적인 염가매수차익을 표시하지 않기 위한 목적에 의한 회계처리”였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또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의 합작사 바이오젠의 삼성에피스 콜옵션(부채)를 고의적으로 누락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2015년 사업보고서에 해당 콜옵션을 부채로 표시했으나, 동년 3분기 보고서에는 이 같은 회계처리가 확인되지 않는다. 참여연대는 삼성물산이 3분기 보고서를 작성할 시점에서 이미 콜옵션 부채의 공장가치 평가액을 알고 있었다며, 콜옵션 부채 누락이 과실이 아닌 부당한 목적을 위한 의도적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 금융위 책임론 대두, 삼성물산 감리 가능성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가 이 부회장 승계 작업의 핵심인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연관돼있다는 의혹은 이미 각계에서 제기돼왔다. 일각에서는 당시 삼성바이오 가치평가의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하지 못한 금융당국도 책임을 져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지난 21일 “지난 2015년 5월 구 제일모직, 구 삼성물산이 양사의 합병 의사결정 전에 회계법인에 의뢰한 가치산정 보고서는 회사 내부참고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라며 “계약 당사자 간에 합의된 방법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금융위는 이어 “기업 내부참고 목적의 기업가치 평가에는 금융당국의 조사·감독 권한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 같은 금융위의 태도에 대해 시민단체 및 정계에서는 책임회피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장에서 기업 내부참고 목적용으로 작성된 기업 가치평가보고서가 버젓이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그 결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이 성사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는데도 금융위는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듯 엉뚱한 답변만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금융당국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데다, 참여연대가 삼성바이오 내부문건을 근거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통합삼성물산과 깊이 연관돼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향후 금융당국이 삼성물산에 다시 현미경을 들이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실제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삼성물산 감리 여부에 대해 “삼성바이오 재무제표가 수정된 뒤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금감원과 증선위가 검토해 판단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검찰도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작업까지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증권선물위원회의 고발에 따라 이번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 배당했다. 제기된 의혹이 검찰 조사에서 어떻게 결론이 날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