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자본은 위험은 높지만, 평균보다 많은 이익을 가져오는 사업에 투자하는 자본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큰 수익을 가져오는 투자는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 그래서 모험자본은 다른 말로 위험자본이나 벤처캐피털이라 불린다. 모험자본 운영을 주된 업무로 수행하는 창업투자회사는 법적으로 “창업을 준비 중이거나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자본력이 미약한 중소기업에 납입자본금의 50% 범위 내에서 직접 투자하는 투자회사”로 정의되고 있다.

한국의 모험자본 규모는 인구 110명당 1개의 스타트업이 운영되는 이스라엘, 실리콘밸리라는 혁신센터를 보유한 미국, 캐나다에서 이어 세계 4위 규모이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 창업기업의 5년 생존율은 27% 정도로, 이스라엘의 55%, 미국의 58%에 비하여 상당히 낮은 편이다. 혁신적 아이디어나 기술력으로 무장한 창업보다는 생계형 창업이 많으며, 벤처기업을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도 충분히 형성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한국의 벤처기업과 이들을 지원하는 모험자본에 대하여 살펴본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모험자본은 왜 중요한가?

2018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6% 정도로 전망된다. 한국의 가계대출은 수년간 증가했으나, 기업자금 대출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약 20년 전인 1999년 은행의 대출은 68%가 기업에 대출되었다. 그러나, 최근 은행자금의 약 54%만이 기업에 대출되고 있다. 반면 가계부채는 올해 2,300조에 육박하고 있다. 은행대출이 어려워진 만큼 신생기업은 더욱 모험자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성공적인 기업으로 간주되는 애플, 인텔, 마이크로소프트도 초기에는 다양한 벤처캐피털이나 다른 기업의 도움을 받았다. 조앤 롤링이 원작자인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가 최근 영화로 만들어져 극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녀가 창작한 해리포터 시리즈는 초창기에 겨우 500부 정도만 인쇄되어 스코틀랜드의 동네서점에서 빌빌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해리포터의 성장을 도운 것은 미국의 출판사 스콜라스틱이다. 이 출판사는 소설의 재미를 알고는 과감하게 소설책을 50,000부 이상 인쇄했고, 소설의 성공을 견인했다. 한국에서도 게임사인 넷마블은 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2,014억원을 투자했고, 방탄소년단의 성장에 도움을 주었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가 상장될 경우 시가총액은 9,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B2B거래 알선 사이트로 유명한 중국의 알리바바는 설립 등기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200억원을 투자하면서 성장이 본격화되었다. 손정의 회장은 오늘날 시가총액이 427조원을 넘는 알라바바의 성장만 견인한 것이 아니다. 그는 2년전 비전펀드를 조성했고, 70조 이상을 투자하여 유망기업들을 다수 지원했다. 여기는 미국의 우버, 중국의 디디추싱. 동남아의 그랩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영국의 반도체 기업 ARM도 포함되어 있다.

2년전 사우디국부펀드(PIF)는 50조를 투자하며 손정의의 비전펀드에 동참했다. 사우디국부펀드는 5개월만에 20%가 넘는 수익을 냈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손정의 사장은 110조 규모의 2차 비전펀드를 만들었고, 사우디국부펀드는 다시 50조원 규모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콘텐츠나 기업의 성공 뒤에는 결국 거대한 모험자본의 꾸준한 투자가 있었던 것이다.

 

국경을 뛰어 넘는 모험자본

한국의 경우 모험자본 시장이 그리 크지 않다. 창업을 기획하는 엑셀러레이터는 40곳 정도로 많지 않고, 엔젤투자자는 겨우 110여명 수준에 불과하다. 세계적으로 조성된 모험자본 중 비교적 규모가 큰 것은 미국의 타이거 글로벌 메니지먼트로 11조원 이상을 조성했다. 뉴엔트프라이즈 어소시에이츠의 규모는 8조원, 세콰이어캐피털의 규모는 7조원이 넘는다. 미국의 경우 국내총생산 (GDP)에서 벤처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0.33% 정도로 한국의 3배에 가깝다.

물론 미국과 전세계 IT업계와 모험투자가들도 한때 닷컴버블로 어려움을 겪었다. 닷컴버블은 나스닥에 상장된 IT기업의 주가가 갑자기 붕괴한 것으로 2000년 3월 11일 시작되어 2002년 10월 9일까지 2년 이상 지속되었다. 닷컴버블 당시 실리콘밸리의 수도 산호세시의 경우, 1번가의 교통체증이 일시에 싹 사라질 정도였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은 모험자본이 더욱 옥석을 가려 투자를 하도록 만들었다. 미국의 경우 작년 90조원 이상이 벤처기업에 투자되었다. 이러한 수치는 2000년도 닷컴버블 이후 최고 수치이다. 검증받은 기업의 경우 최근 여러 투자가들이 중복적으로 투자하는 신디케이션투자도 활성화되고 있다.

한국은 모험자본비중은 GDP의 0.13%에 불과하다. 다만 2010년 10조원 규모였던 한국 모험자본의 투자가능재원은 2015년 이후 15조원 이상으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작년 투자가 이루어진 금액은 1,266개사에 대한 2조4000조억원 규모이다. 기업당 평균투자액은 18억 8,000만원이다. 이 수치는 전년대비 10%가 넘게 증가한 것이고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한국의 유니콘들을 키워내는 큰손은 한국기업 만이 아니다. 배달의 민족앱으로 유명한 '우아한형제들'은 중국의 힐하우스로 부터 570억원을 투자받았고 동시에 미국의 골드만삭스로부터는 400억원을 투자받았다. 일부 투자자들은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가 2조원에 육박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모바일 금융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 리퍼블리카는 미국 페이팔로부터 550억원, 굿워터로부터 265억원을 지원받았다. 벌써부터 기업가치가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온라인과 오프라인 광고에 열심인 직방은 골드만삭스로부터 38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미 기업가치가 5,00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이 있다.

일부 기업들은 한국정부가 운영하던 모태펀드로부터도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아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모태펀드는 투자자가 개별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벤처캐피털이 결성한 투자조합에 출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정부의 여러 부처가 창업투자회사들이 결성한 투자조합에 투자한다면 개별기업 투자에 따른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블루홀은 모태펀드 투자를 받아 배틀그라운드를 동시접속자 수만 330만명이 넘는 대작으로 성공시켰다. 이로 인하여 블루홀의 기업 가치는 현재 5조원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부족한 M&A시장과 기업가정신

벤처기업이 투자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기업공개나 M&A을 통하여 투자대금을 회수하기 위해서이다. 보유한 주식이 상장되면 투자자들은 손쉽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고, 직원들은 스톡옵션잔치에 동참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한국의 자금회수 시장은 기업공개(IPO)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다. 반면 한국 M&A시장은 크게 활성화되어 있지 않으며, 이점은 모험투자가들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만든다. 여러 관계자들이 한국에서도 성공적인 M&A시장을 만들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나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다. 그나마, 정부가 벤처기업들의 상장요건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었고, KONEX나 K-OTC 등의 장외거래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한국도 내부적인 투자자금으로 충분히 성장할 준비가 되었다. 그런데, 정작 청년들은 공무원 시험이나 공사 입사에 목메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청년들이 고시에 매달리는 사회적 비용이 17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아직 한국사회에는 "너는 취업하니 나는 창업하는데"라고 자랑할 수 있는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다. 기업가정신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원이나 능력에 구애받지 않고 기회를 적극적으로 포착해 자신의 목표를 추구하는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말한다.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아니고, 원하는 데로 변화시켜 나가는 숭고한 정신이다. 기업가정신을 가신 사람은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성장의 기회를 살피고 긍정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기업가정신이 널리 보급된 것으로 알려진 이스라엘은 기회형 창업이 58%로 미국의 54%보다 높은 편이다. 하지만 한국은 기회형 창업이 21%에 그치고, 반면에 생계형이 63%를 차지하고 있다. 아직도 한국에서 창업은 취업에 실패한 청년들이 진출하는 분야로 간주되고 있다. 한국의 경쟁국인 중국은 2015년부터 ‘대중창업 만중창신(大衆創業 萬衆創新)’을 내세우며, 기업가정신을 고취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편성하여 연간 60만명이 창업에 나서고 있다.

과거에 비하여 제4차 산업혁명을 향한 발걸음을 지원하는 벤처투자가들이 한국에도 늘어났다. 만약 한국에서 투자를 받지 못해도, 성장성이나 우수한 기술력이 있다면 다른 벤처기업처럼 외국에서 투자자를 찾을 수 있다. 현재 한국시장에서 부족한 것은 ‘다른 사람의 삶을 살지 않고 자신만을 삶을 살고자 하는 기업가 정신’이다, 기업가정신은 꼭 새롭고 혁신적인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물건에 대한 새로운 원료공급원을 개발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기존제품을 새로운 시장에 판매하기 위한 고민에서도 기업가정신은 싹틀 수 있다. 청년들이 현재의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거나 안주하기보다, 기업가정신을 가지고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꾸준히 성장의 기회를 찾는다면, 모험자본을 만나 그들의 성장을 크게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약력>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주)명정보기술 산호세법인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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