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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배꼽' 이스터섬의 비밀
  • 이성규 The Science Times 객원기자
  • 승인 2018.11.3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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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은 인터넷 과학신문 <The Science Time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문 보기)

 

동인도회사의 네덜란드인 야코프 로게벤은 1722년 부활절에 그때까지 세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섬을 발견했다. 그 섬은 가장 가까운 육지가 동쪽으로 3700㎞ 떨어진 칠레 해안이며, 서쪽으로는 폴리네시아의 피케엇섬으로부터 2100㎞나 떨어진 지구상의 가장 외딴섬이었다. 로게벤은 부활절(Easter day)에 상륙했다고 해서 그 섬에 이스터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발견 당시 그 섬의 원주민은 약 3000여 명이 살고 있었지만, 거의 불모지에 가까웠다. 나무다운 나무 한 그루 없고 식물이라곤 거의 잡초뿐이었으며, 동물도 곤충류 정도밖에 없는 황량한 곳이었다. 하지만 섬의 곳곳에는 약 900개에 가까운 특이한 형태의 인면석상들이 건립돼 있었다.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이 기후변화로 인해 파괴될 위험에 처해 있다는 연구 보고서가 발표됐다. ⓒ 위키미디어(Arian Zwegers)

이스터섬의 놀라운 수수께끼는 화분(花粉)을 이용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밝혀졌다. 이 섬에는 30만년 이전부터 높이 25m에 이르는 야자수를 비롯한 아열대수림이 우거져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후 연구에 의해서 이스터섬의 원주민들은 서기 300년 무렵, 마키저스 제도에서 이주해온 폴리네시아인들이 정착한 것으로 추정됐다. 그들은 자신들의 섬을 ‘거대한 땅’이라는 의미를 지닌 ‘라파누이(Rapa Nui)’라고 불렀으며, 이곳을 ‘세상의 배꼽’이라 생각했다. 어디를 둘러보나 막막한 바다로 둘러싸였기에 이곳이 세상의 중심이자 가장 큰 대륙이라고 여긴 것이다.

동서 15㎞, 남북 10㎞ 길이의 삼각형 모양인 이스터섬은 넓이가 약 118㎢로서 제주도의 1/10에 불과하다. 그러나 가장 높은 지역이 해발 507m로 지세가 완만할 뿐더러 토양이 비옥하고 기후가 온난해 작은 낙원으로 불려도 손색없는 땅이었다.

덕분에 서기 1200년 이후 인구가 2만 명에 이를 정도로 번성한 이 섬은 전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문화를 발달시켰다. 대표적인 것이 인면석상인 ‘모아이’로서, 종교의식에 의해 지역을 지켜주는 신성한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동굴 안의 벽화와 주거지 터, 아직까지 뜻을 판독하지 못한 상형문자 등이 독특한 라파누이 문화에 포함된다. 유럽인들이 이곳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다른 종족의 문화가 유입된 흔적이 전혀 없다는 것이 라파마이 문화의 가장 독특한 점이다.

현대 의학이 발견한 최고의 불로초로 불리는 ‘라파마이신’이 발견된 곳도 바로 이스터섬이다. 1972년 이 섬의 토양 세균에서 처음 발견돼 항진균제로 사용되던 라파마이신은 지난해에 실험쥐의 평균수명을 1.77배 연장시키는 것으로 드러나 화제를 모았다. 라파마이신의 라파는 라파누이, 마이신은 이 항생물질을 만드는 스트렙토미세스 균에서 따온 말이다.

이처럼 독특한 환경과 문명을 지녔던 이스터섬은 로게벤에게 발견되기 전의 수백년간 몰락의 길을 걸었다. 기존의 가장 유력한 가설은 무분별한 벌채와 그로 인해 식량이 부족해져서 사람을 잡아먹는 카니발리즘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저서 ‘문명의 붕괴’에서 이스터섬의 몰락을 통해 미래 지구에 닥칠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시했다. 자원 남용으로 곤경에 빠졌던 이스터섬의 원주민들이 구원을 요청할 곳이 없었던 것처럼 지구인들도 우주에서 고립돼 있다는 주장이다.

기존 가설 외에도 최근에는 천적이 전혀 없는 섬에서 살게 된 쥐가 급속히 불어나면서 섬의 야자 씨를 먹어 치워 야자수들이 사라졌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는가 하면, 이스터 문명의 몰락 원인은 벌채와 식인 풍습이 아니라 유럽인들이 도착하면서 천연두와 매독 등의 질병을 옮겨왔으며 원주민들을 노예로 대거 끌고 갔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등장했다. 또한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는 이스터섬 원주민들의 유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서기 1300~1500년경 이곳 주민과 남미인들 사이에 유전자 혼합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스터 문명의 몰락과 번영은 아직 미스터리로 남아 있지만, 현재 이곳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변신했다. 공항과 도로, 항만 등 정비된 시가지에 레스토랑과 호텔, 주유소, 학교, 병원, 박물관, 방송국 같은 시설이 들어선 것.

1877년에 겨우 111명만 남아 있던 주민들은 칠레에서의 유입 등을 통해 약 50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현재 이스터섬은 칠레 정부에 의해 라파누이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으며, 1995년에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그런데 최근 이스터섬의 가장 독특한 문화유산이자 관광자원인 모아이 석상이 기후변화로 인해 파괴될 위험에 처해 있다는 연구 보고서가 발표됐다. 지난 5월 유네스코와 유엔환경계획(UNEP) 등에서 발표한 그 보고서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높아진 파도가 서서히 해안을 침식해 모아이 석상이 서 있는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분석이 담겨져 있다.

이스터섬의 자연환경과 자원을 파괴시킨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모아이 석상이 이젠 현대 문명의 환경 파괴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셈이다.

이성규 The Science Times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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