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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까지 인간' 화석과 인류의 진화
  • 이성규 The Science Times 객원기자
  • 승인 2018.11.2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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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은 인터넷 과학신문 <The Science Time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문 보기)

 

독일의 곤충학자 카트빙켈은 수면병을 일으키는 곤충을 발견하기 위해 당시 독일령이었던 동아프리카에서 조사를 벌였다. 의학탐사대를 이끌었던 그는 1911년 탄자니아의 올두바이 계곡에서 발가락이 3개인 멸종된 말의 화석을 찾아냈다. 오늘날 말의 발가락은 하나인데, 그 같은 고대 말의 뼈가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것은 최초였다.

카트빙켈의 권고에 따라 독일의 고생물학자 한스 레크 교수가 이끄는 연구 조사단도 올두바이 계곡에서 1913년~1914년 작업을 진행했다. 조사단은 이곳에서 멸종한 대형 포유류가 포함된 화석 표본을 발견했다. 이후 유럽 학계에서 올두바이라는 이름이 유명해졌다.

그 소식을 들은 영국 인류학자 루이스 리키는 고인류 화석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1931년부터 올두바이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석기 도구들을 발견했으나 인류 화석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다 1959년 아내 메리 리키와 함께 ‘파란트로푸스 보이세이’의 화석을 발견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야생동물의 천국인 응고롱고로 자연보존지역은 포유류 포식자들의 밀도도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다. ⓒ UNESCO / Author : Kishore Rao

약 230만~120만년 전 인류의 직계 조상과 공존했던 P. 보이세이는 뇌 용량이 침팬지보다 약간 큰 500cc 정도로 현생인류의 1/3에 불과했다. 하지만 유난히 큰 턱과 치아 때문에 ‘호두까기 인간’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견과류나 씨앗 등 딱딱한 먹이를 먹었을 것으로 추정한 것이다.

이듬해인 1960년 리키 부부의 아들인 조너선 리키는 새로운 종의 인류인 호모 하빌리스의 화석을 발견했다. 손을 사용하는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였다. 약 250만년 전에 나타나 죽은 동물을 주로 먹었던 호모 하빌리스는 골수를 추출하기 위해 석기를 사용했으며, 그로 인해 호모 속은 영양가 높은 먹을거리로 두뇌 용량을 증가시킬 수 있었다.

이후 호모 하빌리스의 진화상 위치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나, 큰 두뇌를 지닌 호모 하빌리스는 현생 인류와 같은 후기 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발견은 동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화석 인류학적 관심을 증폭시켰을 뿐만 아니라 유인원에서 인류가 발생한 과정을 보여주는 ‘인류의 요람’이 바로 아프리카라는 생각을 더욱 강하게 뒷받침해주었다.

올두바이 계곡이 위치한 응고롱고로 자연보존지역에서는 인간이 진화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흔적들이 꾸준히 발견되고 있다. 마사이족 말로 ‘큰 구멍’이라는 뜻의 응고롱고로는 세계 최대의 원형 분화구다. 약 250만년 전 화산이 폭발하면서 무너져 내려 분지 모양의 땅이 된 곳으로서, 분화구 깊이는 약 600m, 남북 16㎞, 동서 19㎞에 이른다. 즉, 사방을 높이 500~600m의 산들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이 분지에는 야생동물의 천국이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동물들이 서식한다. 얼룩말과 누를 비롯해 표범, 치타, 하이에나, 코끼리, 버펄로 등 약 3만 마리의 야생동물이 이동도 하지 않고 일생 동안 이곳에서 살아가는 것.

그것은 이 분지에 숲이 우거진 산을 비롯해 먹을 것이 풍부한 초원, 호수, 늪지대 등 동물들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응고롱고로 자연보존지역은 포유류 포식자들의 밀도도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다. 사자의 경우 1987년에 68마리에 이곳에 서식한다고 알려졌는데, 이것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 중 밀도가 가장 높은 사자 군집이다.

메리 리키 박사팀은 1976년 또 하나의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올두바이 계곡에서 남쪽으로 45㎞ 떨어진 라에톨리 지역에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일명 루시)’의 발자국을 발견한 것. 루시는 한때 최초의 인류라고 여겨졌으며, 그에 따라 이 발자국도 ‘인류 최초의 발자국’으로 비유되며 유명세를 탔다.

라에톨리의 발자국이 전 세계 고인류학자들의 관심을 끈 진짜 이유는 고대 인류가 직립보행을 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약 360만년 전에 그곳을 걸어간 발자국의 주인공들은 인간처럼 균형을 잡으며 일직선으로 걸었으며, 걸음걸이의 특징도 현생 인류와 거의 같다. 이 발견 이후 인류가 획득한 최초의 정체성은 두뇌 발달이 아니라 직립보행이라는 사실이 인정되기 시작했다.

이후 루시보다 더 오래된 인류 조상 후보가 여럿 발견되었으며, 그들에게서도 직립보행이 가능한 해부학적 특징들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라에톨리의 발자국 같은 직접적인 증거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응고롱고로 자연보존지역 전체에 걸쳐 해부학적 현생 인류의 등장 및 그 행동 양식과 생태 환경에 관한 증거들이 더 많이 발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지역은 반유목민인 마사이족이 방목을 하며 살아가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마사이족은 14~16세기경 북아프리카에서 남쪽으로 이주해와 17세기 중반쯤 아프리카 동부에 정착했다. 이후 케냐와 탄자니아에서 전사로서 명성을 떨쳤다.

그러다 1904년에 식민 세력이 강제로 맺은 마사이 협정 등에 의해 마사이족은 탄자니아의 보호구역에 갇히게 됐다. 1959년에는 세렝게티 국립공원에서 쫓겨나는 대신 응고롱고로에 살도록 허락되었다. 하지만 1960년대에 약 1만명 정도였던 응고롱고로 자연보존지역의 마사이족은 오늘날 6만명이 넘음에 따라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

응고롱고로 지역은 1979년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그런데 인간 진화 및 인간과 환경 간의 역동적 상호관계를 보여주는 흔적들이 계속 발견됨에 따라 2010년에는 유네스코 문화유산 기준이 추가 적용되었다. 세렝게티 생태계의 일부인 이 유산은 동물의 대규모 이동이 펼쳐지는 마지막 남은 생태계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성규 The Science Times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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