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이코리아]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의 가해자가 사망한 피해자의 옷을 입고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청소년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에 대한 논쟁에도 다시 불이 붙고 있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A군(14)이 지난 16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인천지법으로 이동할 당시 입고 있던 패딩점퍼는 숨진 피해자 B군(14)의 옷인 것으로 밝혀졌다. A군은 사건 발생 당일 오전 2시경 인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B군과 옷을 교환했다며 갈취한 것은 아니라고 진술했다. 반면 경찰은 B군이 사망 당시 A군의 옷을 입고 있지 않았던 데다, 해당 공원에서 A군이 B군을 폭행했다는 점에서 강제로 빼앗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옷을 뺏어 입고 포토라인에 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점증하고 있는 청소년 강력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한다는 주장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 형사 처벌 강화에 딤긴 두 가지 논리 축

청소년 처벌 강화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최초로 20만 명 이상의 참여를 이끌어낸 국민청원 1호다. 당시 청원인은 부산 사하구 여중생 폭행사건, 대전 여중생 자살사건 등을 예로 들며 청소년 보호법 폐지를 청원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6월에는 미성년자 성폭행범 처벌 강화 청원이 올라와 35만4935명이 동의를 눌렀으며, 지난달 24일에는 청소년 범죄로 17살 조카를 잃었다는 청원이 올라와 현재까지 20만2646명이 참여했다.

청소년 처벌 강화를 주장하는 논리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범행을 저지른 청소년들이 충분히 합리적인 의사결정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처벌을 경감할 경우 이를 악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통계적으로도 청소년 강력범죄는 계속 증가 중이다. 청소년 범죄자 수는 2007년 8만8104명에서 2016년 7만6000명으로 감소했으나, 청소년 강력범죄는 같은 기간 1928명에서 3343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청소년 범죄 중 강력범죄 비율은 약 4.4%로 전체 범죄 중 강력범죄 비율(1.6%)의 4배에 달한다.

늘어나는 청소년 강력범죄에 대해 정부에서도 대책을 논의 중이다. 김상곤 전 교육부장관은 지난 8월 청소년 처벌 강화 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현재의 14세 기준은 1953년에 만들어진 것”이라며 “과거에 비해 청소년의 정신적 신체적 성숙도가 현저히 높아졌고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의 연령이 낮아짐에 따라 형사미성년자, 즉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연령을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해왔다”고 답했다. 실제로 프랑스·호주·영국 등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형사미성년자 기준이 만 10세 미만으로 우리나라보다 현저히 낮다.

<자료=통계청>

◇ 조국 수석 "청소년 범죄 처벌 강화가 능사 아냐"

반면 반대 측은 처벌 강화의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조국 수석은 지난해 9월 청원 답변에서 “통상의 경우 형사정책학에서 입증된 것인데, 형벌을 아주 강화한다고 범죄가 주느냐? 그렇진 않다”고 답했다. 김 전 장관 또한 “일반적인 청소년 범죄는 처벌 강화로만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다른 나라 사례에서도 입증되고 있다”고 설명하며 청소년을 전과자로 만드는 것이 능사만은 아니라고 답한 바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지난 2007년 12월 소년 연령을 20세 미만에서 19세 미만으로 낮추고 소년원 송치 하한 연령을 12세에서 10세로 낮추는 소년법 개정안이 공포됐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개정안 시행 이후 보호관찰대상자 중 소년범의 재범률은 2009년 11.3%에서 2015년 11.7%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게다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범죄와 형사사법 통계정보(CCJS) 따르면, 임시퇴원자(14.6%), 장기보호관찰자(14.9%) 등 법원의 처분정도가 높을수록 재범률이 더 높은 경향이 나타났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성훈 연구위원은 “재범을 저지른 청소년의 상당수는 부모의 이혼·별거·사망 등으로 인해 가족해체를 경험하였고, 심리적으로는 충동성이 조절되지 않는 경향이 있으며, 게임중독에 빠지는 경우가 많고, 생활환경 측면에서는 일상생활이 비정형화·불규칙적이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며 청소년 범죄가 환경적 요인이 크다고 지적했다. 결국 청소년 범죄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민들의 법감정에 따라 형량을 강화하는 것보다,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자료=한국형사정책연구원>

◇ ‘회복적 정의’, 피해자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일각에서는 청소년 범죄 해결을 위해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보다 피해자들의 회복에 초점을 맞추는 ‘회복적 정의’가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복적 정의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만으로는 청소년 범죄가 줄어들 수 없다며,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치유와 회복에 중점을 둔 사법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국평화교육훈련원(KOPI) 이재영 원장은 지난해 9월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회복적 정의는 회복과 무관한 응보주의에 반대할 뿐”이라며 “가해자를 처벌하고 끝나는 시스템으로는 피해자든 가해자든 어떤 사람도 회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이어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에게 회복이 필요한데, 엄벌주의는 거기에 대한 근본 대책이 없다”며 “가해자가 피해자를 만나고서 태도가 변하는 사례를 종종 보면서, 가해자에게 피해자 마음을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지난 2014년 사법체계와 학교 교육과정에 회복적 갈등해결을 반영하고 갈등 중재를 위한 시설 구축 및 전문 인력 양성을 주장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학교와 사법기관, 학생이 함께 엄격하고 합당한 처벌을 논의하면서도, 가해자와 공동체가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고 상처에 공감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청소년 강력범죄의 피해자들 앞에서 회복과 치유를 말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엄벌주의의 패러다임으로 운영되는 현재의 사법제도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 점증하는 청소년 강력범죄의 해답이냐는 질문에 확신을 가지고 답할 사람은 많지 않다. 무엇보다 한 명의 보호관찰관이 100명이 넘는 소년범을 담당해야 하는 현실에서 소모적 논쟁을 넘어선 대안을 기대하기는 아직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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