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디지털 과세전쟁’
상태바
세계는 지금 ‘디지털 과세전쟁’
  • 여정현
  • 승인 2018.11.14 11: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8년 전세계 시가총액 상위5위는 엑손모빌, 페트로차이나, GE, 중국이동통신, 마이크로소프트였다. 세계 최대 기업의 지위는 대규모로 석유를 유통하는 기업이 차지했다.

그러나 10년 뒤인 올해 시총 상위 기업은 애플,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텐센트 등 IT기업으로 바뀌었다. 많은 국가는 과세당국은 그동안 공항과 항만을 굳건히 지키면서 수입물품에 관세와 부가세를 부과하며 상당한 세수를 확보했다. 하지만 이제는 물품이 아니라 정보와 데이터가 경제적인 가치를 지니게 되었고, 과세당국은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데이터에 대한 과세방안을 궁리하게 되었다. 이글은 최근 각국에서 불고 있는 디지털 과세전쟁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글로벌 가치사슬의 디지털화

글로벌 가치사슬은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하여 기업들이 그 활동의 일부를 해외에서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재화나 데이터는 2개 또는 그 이상의 국가들의 국경을 손쉽게 넘나든다. 예를들면 애플의 본사는 실리콘밸리의 쿠퍼티노에 있지만, 아이폰에 사용하는 LCD패널과 메모리는 한국에서 조달하고, 조립은 중국에서 하며, 마케팅은 유럽과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각급 선거에서는 “중국으로 나간 조립공장을 미국으로 돌아오도록 하겠다.”는 정치인들의 공약은 넘쳐난다. 하지만 이미 이것을 실현하는 것은 요원한 것이 되었다. 부품의 조달, 조립, 판매 등에서 유리한 국가를 찾는 것은 원가절감에 도움이 될뿐 아니라, 경쟁자를 배제하고 시장을 선점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하기 때문이다.

최근 디지털경제 시대를 맞아 제조업 분야의 가치사슬은 2012년 이후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의 강화, 아시아 소비시장의 성장, 국가간 생산원가 차이의 감소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3D프린터의 등장으로 인한 생산방식의 변화는 생산기지로 임금이 저렴한 곳을 굳이 찾을 필요가 없도록 하였다, 통신망으로 설계도만 보내어 출력하는 획기적인 방법은 제조업기지로서 중국이나 동남아의 매력을 감소시키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의 진행으로 데이터는 더욱 많은 양이, 더 빠르게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최근 등장한 플랫폼기업과 공유경제기업들은 데이터이동의 증가로 확대되는 글로벌가치사슬을 활용하여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두고 있다. 작년 구글은 120조원 이상, 에어비엔비는 3조원대의 매출액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가 거주하던 마운턴뷰에 있는 구글은 캘리포니아법을 준거법으로 설립된 법인이다. 캘리포니아와 미국의 기업들은 인터넷 광고를 위하여 캘리포니아의 구글과 계약한다. 그러나, 미국 이외에 있는 일부 기업들은 미국보다 세금이 훨씬 저렴한 아일랜드의 구글과 계약했다. 물론 아일랜드의 구글은 미국 본사에 적절한 로열티를 지불한다.

한국에 있는 구글은 계약을 체결하기보다는 주로 주요 광고주들을 관리하고, 구글의 사업에 필요한 R&D나 교육을 담당하며 관련 수수료를 수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들의 추정에 의하면 “구글은 작년 약 4조9000억대의 매출을 한국국민으로부터 얻고 있고, 1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고 애플도 2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며 650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구글이 앱을 판매한 수익은 한국이 아니라, 구글의 싱가폴법인 등 외국에도 쌓이고 있다. 그나마, 구글의 자회사인 구글코리아는 대략 200억원 정도의 세금을 한국에 납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이버의 재무제표를 보면, 네이버는 구글과 유사한 4조 정도의 매출을 한국에서 울리지만, 구글보다 훨씬 많은 세금과 준조세 성격의 각종 부담금을 내고 있다. 현재 보편적인 국제조세 부과체계 아래에서는 외국기업이 한국에 고정사업장이 없을 경우에 외국기업은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는 다양한 다국적 기업들이 활동하는데, 최근 5년간 한국에서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도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은 기업들의 비율은 21.8%로 알려졌다.

 

디지털매체에 부가세와 디지털세의 도입

한국의 국세청이 글로벌가치사슬을 활용하는 디지털기업에 충분한 세금을 징수하지 못하는 문제는 영국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했다. 전형적인 방법은 영국에 인접한 아일랜드를 이용하는 것이다. 아일랜드는 자국에서 제조하고 판매된 매출에 대하여만 법인세를 징수한다. 만약 아일랜드에 두 개의 회사를 세워 하나는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다른 회사가 유럽내 매출을 발생시키면 전체적인 세금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아일랜드 이외에 있는 국가는 제품판매로 수익을 얻어도 아일랜드에 거액의 지적재산권료를 지불하면 해당국가에서 납부할 세금은 크게 줄어들고, 아일랜드에서는 외국매출분에 대한 법인세도 감액 받는다.

2006년 영국의 가디언지는 "구글이 영국에서 전세계 매출의 10%를 벌어들였으나, 2.77%의 낮은 세율의 세금만 납부했다. 이는 영국기업의 법인세율 20%보다 훨씬 작은 규모로, 구글은 영국에서 10년간 2조원 이상의 세금을 적게냈다“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이에 영국은 2009년부터 구글의 조세회피에 대하여 조사를 했고 구글은 2005년부터 6년간의 영업이익에 대하여 약 2,000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내는데 합의했다. 2015년 영국은 아예 ‘재정법’을 개정하여 영국에서 사업하는 사업자가 비영국법인을 이용하여 수익을 이전할 경우, 일반 법인세율 19%보다 높은 25%을 적용하는 우회이익세를 도입했다. 이 법의 도입으로 영국은 2017~2018년 회계연도에만 5,000억원 정도의 추가적인 세수를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 이어 호주도 의도적으로 호주법인을 설립하지 않는 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이에 더 나아가 EU는 최근 온라인 광고, 게임, 동영상의 유통에 약 3%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EU는 매출액이 700만유로(약90억원)을 초과하거나 디지털 플랫폼 이용자가 연간 10만명을 초과한 경우 또는 디지털 서비스계약이 3천건을 넘는 회사에게 우선적으로 디지털세 부과를 계획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 추산에 의하면 관련 세금이 도입될 경우 이탈리아는 연간 2,000억원 이상의 추가적인 세수가 확보된다고 한다. 한편 일찌감치 WTO 협정에 가입했던 국가들은 이러한 조항이 자유로운 국제무역을 해친다고 반발하나 EU는 이 규정이 EU 비회원국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WTO의 무차별대우조항을 위반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버의 위치와 무관한 가상고정사업장

전통적으로 "수익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것은 세법의 오랜 격언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수많은 OECD 국가들은 수익발생지보다는 서버의 소재국을 근거로 과세를 하였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많은 서버가 필리핀에 소재지를 두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하지만 디지털경제에서는 서비스가 매우 손쉽게 국경을 넘나들자, 사업장 기준에 대하여는 새로운 기준이 등장하고 있다. 서버가 없는 곳에 과세를 가능하도록 하기 위하여 도입된 개념은 '디지털요인으로 인한 사업장 인정'이다. 이것은 서버에 특정국가의 언어, 도메인명, 결제시스템이 있을 경우 이러한 국가에 사업장을 개설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수입기반 요인에 의한 사업장 인정'은 수집되어 활용되는 사용자들의 국적국에 사업장이 있다고 보는 개념이다. 특정국가의 국민과 체결한 계약수를 기준으로 사업장의 존재여부를 결정하는 방법도 제시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게임, 음성, 동영상, 전자문서, 소프트웨어 등의 저작물과 클라우드 컴퓨팅에도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였다. 하지만 온라인광고나 공유경제 등 새로운 형태의 국제거래에는 충분한 과세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최근 이러한 서비스의 이동에 대하여도 과세를 강화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이 진행됨에 따라 약 40%의 국민은 인공지능과 로봇의 보편화로 인하여 실업자가 되고,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사회시스템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가까운 장래 일자리가 없어진 사람들은 결국 정부의 생계급여나 주거급여, 의료급여 등에 의존해야할지도 모른다. 이 경우 정부는 복지제도를 위하여 더욱 많은 자금이 필요하며, 부족한 세수는 플랫폼이나 공유경제를 보유한 다국적 기업에서 획득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물론 반대여론도 있지만, 디지털경제의 글로벌가치사슬에 대하여 과세하겠다는 각국의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강해질 것이다.

 

<필자약력>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주)명정보기술 산호세법인 근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