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제2차 법안심사소위원회가 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참석과 기자들의 큰 관심속에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박용진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제동이 걸렸다. 여당 및 학부모 단체에서는 한국당이 비리유치원을 비호하며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2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박용진 3법에 대한 법안 심사가 열렸으나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반대로 통과가 무산됐다. 한국당은 자체 법안이 마련될 때까지 심사 시기를 연기하자는 입장이다. 국회 교육위 소속 곽상도 한국당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12월 초 쯤 (한국당) 법안이 나올 것”이라며 “양쪽 이야기를 듣고 합리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측은 한국당의 자체 법안 초안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병합심사를 위해 심사를 지연시키는 것은 ‘시간끌기’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법이 하나 만들어지면 그 법이 그대로 쭉 가는 게 아니라 시대와 상황에 따라서 계속해서 개정을 거친다”며 자체 법안 제출까지 기다려달라는 한국당에 대해 “어떤 법도 그렇게 논의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어 “축구 경기하는데 야구 경기 규칙 잘 지켜야 한다면서 경기를 방해하는 느낌”이라며 “국민들 여론이 잦아들고 국민적인 관심이 좀 사그러드는 걸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국당이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곽 의원은 12일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박용진 3법이 통과되면) 사유재산에 대해 규제를 하는 것 아니냐”며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립유치원을 단순한 사유물로 볼 수 없으며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박용진 3법의 취지보다는, 해당 법안이 사립유치원 사업자들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한유총 주장에 더 가까운 입장이다.

한국당은 같은 날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대해 같은 논리로 비판을 쏟아냈다. 이장우 한국당 의원은 “사립유치원들의 여러 가지 어려움도 사회부총리가 감안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며 정부가 사립유치원 전체를 적폐로 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함진규 한국당 의원 또한 국가관리재무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의 사립유치원 적용에 대해 “정부 예산이 들어간 회계만 감사하면 되지 않느냐”며 한유총 요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주장은 한유총이 지난 9일 국회 교육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실에 전달한 ‘박용진 3법에 대한 수정요구안’ 내용과 맞닿아있다. 요구안에 따르면 한유총은 박용진 3법의 8개 핵심내용 중 조건부 수용 2건을 제외한 6건에 대하 수용불가 방침을 밝혔다. 특히 교비회계의 부정사용 금지에 대해서는 “재산권 제한에 대한 법률 근거도 없어 헌법에 위배된다”며 수용절대불가 방침을 밝혔다.

한유총이 조건부 수용을 밝힌 2건 또한 기존 입장과 다르지 않다. ‘에듀파인’ 적용 문제에 대해서는 사립유치원 현실에 맞는 별도의 시스템을 구축해 달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학교급식법 대상에 유치원을 포함시키는 안에 대해서도 시설설비비 및 인건비를 국가가 지원해달라는 단서를 달았다.

지난 9일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를 방문했다. 이날 이 위원장은 한국당 소속 김한표, 전희경, 김현아 의원 등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MBC 방송화면 갈무리>

한국당이 한유총과 닮은꼴 논리로 비리유치원 근절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로비’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일 한유총 이덕선 비상대책위원장은 한유총 관계자들과 함께 국회를 찾아 김한표, 전희경, 김현아 한국당 의원실을 방문했다. 이중 전희경·김현아 의원은 박용진 3법을 심사하는 교육위 법안심사소위 소속이다.

이날 이 위원장이 한국당 의원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박용진 3법에 대한 한유총 측의 반대 입장을 전달하며 협조를 구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전 의원은 12일 법안 심사에서 박용진 3법의 부정적 효과가 원아들에게 미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유총의 로비 의혹에 대해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로비는 분명 있었다. 이분들(한국당)이 하시는 말씀이 한유총 측의 논리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는 거는 제가 분명히 느꼈다”고 단언했다.

한국당의 반대로 박용진 3법의 국회 통과가 지연되자 시민단체에서도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학부모 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1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한국당은 자당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후 병합 심사하자는 논리로 유피아 3법 통과를 지연시키고 있다”며 “국회 내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호세력의 민낯을 공개하고, 유피아 3법을 반대하는 정당의 지지율을 한 자릿수로 끌어내리기 위한 시민 행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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