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2010년 9월말부터 12월말까지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싼 준비와 실패와 극적인 반전의 드라마가 펼쳐졌었다. 간단히 요약하면 입찰 공고, 입찰 결과 발표, 현대자동차그룹 입찰 결과 이의 제기, 채권단의 현대자동차그룹 이의제기 인정, 채권단에서 현대그룹 우선협상대상자 자격 박탈이라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9가지 항목으로 정리된 현대그룹 입장을 읽어보면 두 번째 항목이 암시하는 것이 심각하고 의미 있게 보여서 조금 더 상세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는 듯하다. 여기서 특히 유의 하여야 할 표현이 ‘현대차에 대한 특혜시비’와 ‘보이지 않는 손에 간택되지 않은 기업’이다. 이 중에서 ‘보이지 않는 손’은 정치적인 권력을 의미하고 있음도 숨기지 않고 있다.

먼저 2010년 11월 16일 기사를 보자. 현대자동차그룹의 인수전 실패와 현대그룹의 통 큰 배팅에 대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주가는 현대자동차 3인방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는 상승한 반면에 현대건설과 현대그룹주는 하한가까지 하락을 하였다.

 

기사를 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5조 1천억원을 현대그룹은 5조 5천 1백억원을 제시하여, 그 차이 금액이 4,100억원이었다. 이 4,100억원 때문에 현대자동차그룹은 고배의 쓴 잔을 마시게 되었던 것이다. 실패의 원인은 상대방에 대한 정보력 부족이었다.

그후부터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있었다. 먼저 현대자동차그룹에서 현대그룹의 자격에 대하여 이의제기를 한 것이다. 입찰상대방의 자격문제는 입찰 전에 할 수 있는 것이지 입찰 패배자가 제기할 내용은 아닌 것이다. 더더구나 웃기는 것은 이의제기에 대하여 채권단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채권단은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하여 경고를 주었어야 한다. ‘가만히 있으라’

그렇게 저렇게 한달이 지난 뒤에 채권단이 현대그룹의 우선협상자 자격을 박탈하였다. 그런데 이에 대한 기사를 보면 묘한 표현이 있다. 그것이 바로 “채권단이 입찰 발표할 때와 다른 태도로 바뀌었다” 는 것이다. 입찰 자격에 문제가 있었으면 입찰에 참여를 시키지 말았어야 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인수우선협상자로 발표해놓고 이제 와서 자격이 없다는 것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언론보도에도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표현이 등장을 하였다.

이렇게 현대그룹의 우선협상자 자격을 박탈한 다음에 현대자동차그룹에 자격을 부여하여 결국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게 되었다. 상방 간에 첨예하게 대립하였던 소송 건도 취하하고 마무리 되는 듯하였지만, 현대그룹과 채권단간의 이행보증금 3,000억원 반환 소송은 대법원까지 가서 결국 2,000억원을 현대그룹에 돌려주었다.

여기서 채권단과 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의 이해득실을 따져보자. 첫째 현대그룹이 정상적으로 현대건설을 인수하였을 경우를 가정한다. 둘째, 현대그룹이 중간에 자금조달에 차질이 발생하여 현대건설 인수를 실패할 경우를 가정한다. 이 때 현대자동차그룹에 인수자격을 부여한다. 셋째, 채권단이 현대자동차그룹의 이의 받아들여 현대그룹의 인수 자격을 박탈한 실제 경우다.

첫째 경우를 보면, 채권단은 5조 5100억원을 받게 되고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에 성공하고 현대자동차그룹은 인수에 실패하고 실패자를 문책하게 된다.

둘째 경우를 보면, 채권단은 5조 4000억원(5조 1천억원+3천억원)을 받게 되고 현대그룹은 이행보증금 3000억원을 돌려 받을 수가 없으며 현대자동차그룹은 5조 1000억을 지불하고 현대건설을 인수한다.

셋째 경우를 보면, 채권단은 5조 600억원(4조 9600억원+1천억원)을 받았고, 현대그룹은 소송으로 이행보증금 2000억원을 돌려받았고, 현대자동차그룹은 4조 9600억원을 지불하고 현대건설을 인수하였다.

채권단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첫 번째와 두 번째 경우를 마다하고 가장 나쁜 방법인 셋째 방법을 택한 것은 지극히 비상식적인 것이다. 따라서 ‘보이지 않는 손’이 등장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서두에서 이야기한 현대그룹의 입장 2항을 찬찬이 읽어 보자. 이제는 저 두 문장 ‘현대차에 대한 특혜시비’와 ‘보이지 않는 손에 간택되지 않은 기업’의 뜻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있을 것이다. 더구나 2010년 현대건설의 전현직 임직원들은 현대건설이 현대그룹에 인수되기 보다는 현대자동차그룹에 인수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왜냐하면 한국 2위그룹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으며, 복지후생 등 여러 측면에서 현대그룹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훨씬 더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당시 대통령이었던 MB도 현대건설 전직 임원 이었음을 감안하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그리고 2012년 3월 정몽구회장 현대건설 이사 선임 기사를 보면 무엇인가 연상되는 것이 있을 것이다. 시점이 묘하게 일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었다면 채권단이 최악의 선택을 할 이유가 없었을 것과 함께 생각해보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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