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백악관 직원이 짐 어코스타 CNN 기자로부터 마이크를 회수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사진=새라 허커비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 트위터 갈무리>

[이코리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CNN의 짐 어코스타 기자에게서 백악관 출입자격을 박탈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이 트위터에 관련 동영상까지 올리며 참전한 가운데, 반(反)트럼프 성향 언론들도 백악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이민정책·러시아 대선 개입 질문에 트럼프 ‘폭발’

이번 사건은 지난 7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어코스타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문제 관련 발언 및 선거광고에 대해 질문하면서 시작됐다. 어코스타 기자가 이민 행렬을 ‘침략’이라고 표현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지적하며 수백 마일이나 떨어진 곳이 있는 이민자들을 악마처럼 묘사하고 있다고 꼬집자,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이민자들은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반박했다. 어코스타 기자가 이어 이민자가 담을 타고 오르는 영상이 담긴 선거광고를 지적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그건 연기자들이 아니라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어코스타 기자가 러시아의 대선 개입에 대해 추가 질문을 이어가려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만 됐다”며 질문을 거부했다. 어코스타 기자는 백악관 여성 인턴에게 마이크를 회수당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CNN은 당신 같은 사람을 데리고 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당신은 무례하고 끔찍한 사람이다. 당신같은 사람은 CNN에서 일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어코스타 기자가 마이크 없이 러시아 대선 개입에 대한 질문을 이어나가려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이 CNN처럼 가짜뉴스를 보도하는 한 공공의 적”이라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후 백악관은 어코스타 기자가 마이크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백악관 여성 인턴의 몸에 손을 댔다며 출입 자격을 박탈한다고 발표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또한 자신의 트위터에 당시 영상을 올리며 어코스타 기자를 비난했다. 반면 워싱턴포스트(WP) 등 일부 언론들은 샌더스 대변인이 어코스타 기자가 인턴을 공격한 것처럼 보이도록 재생속도를 조절한 조작 동영상을 유포했다고 비난했다.

◇ 반(反) 트럼프 언론 일제히 백악관 비난

사건 이후 어코스타 기자에 대한 출입금지 조치가 발표되자 미 언론계는 일제히 백악관을 비난하고 나섰다. 백악관출입기자협회(WHCA)는 7일 성명서를 내고 “언론인들은 자신의 일을 수행하기 위해 다양한 접근법을 사용할 수 있으며, WHCA는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정부 관료에 대한 질문의 수위와 빈도를 단속하지 않는다”며 백악관이 조속히 이번 조치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라디오텔레비전디지털뉴스협회(RTDNA) 또한 8일 성명서를 내고 어코스타에 대한 백악관의 출입금지 조치는 비양심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어코스타 기자가 속한 CNN과 함께 반(反)트럼프 전선을 형성해온 언론들도 백악관의 결정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편집국은 이날 “어코스타가 자신의 일을 하도록 하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고 백악관을 비난했다. NYT는 “권력에 질문하고 도전하는 언론의 역할은 투표와 같이 민주주의의 근본이다”라며, 곤란한 질문을 던지는 언론인에게 백악관 출입자격 박탈로 대응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관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NYT는 권력을 향해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것이야말로 언론인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친트럼프 언론만 백악관 브리핑에 세우려고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동안 CNN과 대립관계였던 언론인들도 어코스타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CNN을 강력하게 비난해온 미국 인터넷매체 더데일리콜러(The Daily Caller)의 척 로스 기자는 지난 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어코스타를 비난할 거리는 많지만, 그는 자신의 손을 백악관 인턴에게 갖다 대지 않았다”며 “그가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것은 웃긴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표적 극우매체이자 친트럼프 언론인 브레이트바트에서 일했던 미셸 필즈 또한 8일 더아틀란틱(The Atlantic)에 기고한 글에서 “백악관 여성 인턴은 아무도 비난한 적이 없다. 백악관이 그녀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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