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제1차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에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함께 한 여야정 협의체 회의가 5일 청와대에서 열렸다. 이날 여야정 협의체는 경제·사회 분야의 각종 사안을 망라한 12개 합의문을 발표하며 협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 탈원전 정책 등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격론이 오간 것으로 알려져, 향후 합의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 탈원전 정책 두고 여야정 1시간 설전

여야정 협의체 회의에서 가장 오랜 시간 논의된 사안은 탈원전 정책이었다. 이날 발표된 여야정 협의체 합의문에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기초로 원전기술력과 원전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기존 원전의 경쟁력은 지키겠다는 타협안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해당 합의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속도 조절을 통해 기존 원전 기술력과 국제 경쟁력을 위해 원전 산업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위기로 내몰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해석하며 “문 대통령도 임기 중 2개의 원전 건설을 마무리하고, 2개를 착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밝혔다.

합의에 이르기는 했지만 진통은 상당했다. 김 원내대표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탈원전 정책에 대한 논의는 한 시간 가량 이어졌다. 김 원내대표는 특히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재조정 및 재점검이라는 표현이 합의문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문 대통령은 “탈원전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정책기조를 변경할 수 없다고 맞섰다. 결국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가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기초로”라는 문구를 절충안으로 제시하면서 논의가 마무리됐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의 수정을 요구하는 한국당과 원전 경쟁력은 유지하되 정책 방향은 바꿀 수 없다는 청와대 사이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김성태, “김정은 방남, 국립묘지 헌화, 천안함 사과가 우선”

이날 여야정 협의체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발표했지만, 판문점 선언 비준 문제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당초 이번 여야정 협의체 회의를 앞두고 판문점 선언 비준 문제가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문 대통령은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이 국회에서 꼭 처리됐으면 좋겠지만 서두르지는 않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남 문제에 있어서도 여야정의 시각차가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방남 시기를 묻는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의 질문에 대해 “북미회담이 내년으로 연기되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그 전에 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북미회담 이후에 하는 것이 좋을지에 관해 서로 여러 가지로 의견을 조율 중”이라며 “국회가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을 더 논의해야 한다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환영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반면 김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이 동작동 국립묘지에 헌화하고 천안함 사건에 대해 사과하는 것을 전제로 국회 차원에서 협의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북측의 의미있는 장소에 남측 대표단이 갈 때도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칠까 신경이 쓰인다”며 “그런 전제로 답방 문제가 논의되면, 역지사지하더라도 북측이 난처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또한 김 위원장의 국회 연설에 대해서도 “본인이 나설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회 차원의 논의를 당부했다.

합의문에 포함된 ‘한반도 비핵화’ 문구에 대해서도 논쟁이 있었다. 김 원내대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문구를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문구로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에 핵이 없으니 비핵화란 북한의 비핵화다. 김 원내대표의 말씀이 맞다”고 동의하면서도 “하지만 외교적으로 그런 말을 쓰지 않으니 이해를 해달라”며 양해를 구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미 간 튼튼한 공조 속에”라는 문구에 ‘동맹’이라는 표현을 추가하자는 김 원내대표의 요청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 소득주도성장, 청와대 미세한 변화 기류 

이날 회의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정책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이 너무 심각하다”며 속도 조절을 요구했고,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또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고용 참사가 발생하고 경제지표가 악화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정 협의체에 참여했던 야당 원내대표들은 문 대통령에게서 경제정책에 대한 인식 변화의 모습이 보였다고 밝히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도 소등주도성장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미세하지만 소득주도성장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것은 아니다라고 느끼는 분위기”라고 회의 내용을 전했다. 장병환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또한 6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대통령께서 소득주도성장을 기조를 변화시키겠다고 하는 말씀은 구체적으로는 없었다”면서도 “포용적 성장 정책은 계속 추진하되, 나타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미세조정을 해야 할 것 아니겠냐는 부분에서는 대통령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 대표들은 소득주도성장정책 수정에 대해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으나, 실제로 문 대통령이 운전대를 어느 쪽으로 돌릴 지는 확실하지 않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시정연설에서 현재의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또한 5일 KBS 라디오 ‘정준희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소득주도성장은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정책 중 일부”라며 “양극화를 해결하지 못하면 지속가능한 나라가 될 수 없고, 이 문제 해결하기 위해서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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