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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3월 11일 이슬람 테러단체인 알카에다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동시다발 폭탄 테러를 일으키자 미국인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알카에다가 마드리드를 공격하면서 미국에도 ‘죽음의 검은 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라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마드리드가 공격을 당한 날은 9․11 테러가 일어난 지 911일째 되는 날이었다. 게다가 출처 미상의 소문이 떠돌아 미국인들을 더욱 두렵게 만들었다. 알카에다가 옐로스톤의 칼데라에 원자폭탄을 투하할 것이라는 소문이 바로 그것. 알카에다가 언급한 죽음의 검은 바람은 옐로스톤이 폭발하면서 북미가 온통 검은 재로 뒤덮이는 상황을 암시했다는 주장이 곁들여지면서 이 소문은 더욱 기승을 부렸다.

세계 최대 규모의 슈퍼화산 옐로스톤이 폭발하게 되면 실제로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지게 된다. 영국의 BBC는 2005년에 방송한 다큐멘터리에서 옐로스톤이 폭발할 경우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1000개를 합친 것과 같은 위력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분화 1시간 만에 1억 톤의 화산 자갈과 가스가 분출돼 반경 100㎞ 이내 모든 생명체가 순간적으로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옐로스톤에는 간헐천과 온천, 화산 분기공 등 지열적 특성을 보이는 곳이 1만 개 이상이나 산재한다. ⓒ Evergreen

로키산맥에서 지진 활동이 가장 활발한 옐로스톤은 미국의 지질학적 취약지로 유명하다. 때문에 러시아의 한 군사전략가도 미국을 초토화하는 전략적 시나리오 중 하나로 옐로스톤에 핵공격을 가해 화산 폭발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을 2015년에 제기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그 같은 주장에 대해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하 깊이 형성된 옐로스톤의 마그마 공간에 정확히 핵공격을 감행하기 어려울 뿐더러 옐로스톤이 폭발할 경우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피해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북아메리카 서남부 로키산맥의 광대한 자연 숲 9000㎢을 포함한다. 전 세계에서 지열적 특성을 보이는 곳 중 절반이 옐로스톤에 있다. 간헐천과 온천, 용암 형성물, 화산 분기공, 머드 포트(mud pot, 진흙이 끓어오르는 웅덩이) 등이 모두 1만 개가 넘는다.

옐로스톤의 마그마 구조는 약 1700만년 전부터 존재해왔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확인한 바로는 210만년 전과 130만년 전, 그리고 64만년 전에 대규모 화산 폭발이 일어났다. 특히 210만년 전의 대폭발 때에는 2450㎢ 분량의 화산재와 암석 등이 분출됐는데, 이는 1천여 년 전 백두산 폭발 당시의 25배에 해당한다.

64만년 전의 대규모 폭발 후 다시 50차례 이상의 소규모 폭발이 있었으며, 그중 가장 최근의 폭발은 7만년 전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64만년 전 대규모 폭발 당시 현재와 같은 너비 45㎞, 길이 75㎞의 세계 최대 칼데라 호가 만들어졌다.

옐로스톤의 화산 활동은 지하에 있는 초대형 마그마 저장소에서 분출되는 마그마로 인해 일어난다. 그런데 미국 유타대 등의 연구진이 2015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그 아래 하부지각에 4.5배나 더 큰 마그마 저장소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예측 가능한 기간 내에 옐로스톤의 지하 마그마가 화산 분화를 일으킬 조짐은 전혀 탐지되지 않았다.

거의 손상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지구상의 몇 안 되는 거대 생태 시스템인 옐로스톤은 인간에 의한 영향을 최소로 할 때 더욱 잘 보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생태계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1988년 6월에 발생한 대형 산불이다. 번개에 의해 발생한 이 산불은 엄청난 인력과 장비의 투입에도 계속되다가 그해 9월 눈이 내리면서 자연적으로 꺼졌다.

하지만 그처럼 큰 화재에도 야생동물의 피해는 매우 적었다. 야생 사슴 2만여 마리 중 200여 마리, 들소 9마리, 회색곰 2마리가 질식했을 뿐이었다. 또한 화재 1년 뒤에 실시한 생태계 조사에서는 사시나무와 야생화 등의 식생이 화재 전보다 오히려 더 많이 분포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후 미국 공원관리청은 ‘자연적인 산불은 생명이다’라는 구호를 내걸게 됐다.

한편, 20세기 초에는 옐로스톤 지역의 늑대를 모두 없애는 정책이 시행됐다. 늑대는 사슴이나 엘크 등 옐로스톤의 선량한 초식동물을 해칠 뿐만 아니라 목장의 양들까지 잡아먹는 골치 아픈 포식자였기 때문이다. 국민과 자연을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늑대를 비롯해 퓨마, 코요테 같은 포식동물들이 제거됐다. 또한 더 많은 풀과 나무들을 자라게 하기 위해 토양엔 비료를 뿌리고 작물 돌려 심기나 흙 갈아엎기 등이 시행됐다.

하지만 그 후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엘크의 수가 엄청나게 불어나 더 많은 풀과 어린나무를 먹으면서, 모든 초식동물들이 서식지와 식량을 잃고 생태계가 파괴되었던 것. 그러자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1997년에 캐나다산 늑대를 다시 풀어놓았고, 그 후 생태계가 다시 건강해지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생태계를 건강하게 하는 힘은 인간의 개입이 아니라 바로 생태계 그 자체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깨달았던 것이다.

옐로스톤의 지질학적 현상과 진행 과정은 지구 진화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옐로스톤의 생태 군락은 광범위한 황무지의 생태 과정을 보존, 연구하는 데 매우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옐로스톤은 1872년 3월 1일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국립공원의 96%는 와이오밍 주에, 3%는 몬태나 주에, 1%는 아이다호 주에 위치한다. 1976년에는 생물권보존지역이 되었으며, 197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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