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힘들다고 한숨짓지 마... (중략)...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인생에 대해 이렇게 글로 노래한 그녀는 1911년 일본의 어느 지방에서 부유한 가정의 외동딸로 태어났다. 그러나 가세가 점점 기울더니 마침내 학교도 그만두게 되었고 음식점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더부살이를 해야만 했다. 힘들고 거친 시대에 살던 그녀는 이미 20대에 결혼과 이혼의 아픔도 겪어야만 했다. 그리고 30대 초반에 요리사인 한 남자를 만났고 그는 얼마 후 남편이 되었으며 둘 사이에는 외아들이 태어났다.

그녀는 그 후 평범하게 살다가 1992년에 남편을 하늘나라로 먼저 보내고는 ‘독거노인’이라는 이름으로 혼자 남게 되었다. 그녀에게 유일한 소일거리는 무용이었는데 그나마도 허리를 다친 이후로는 하지 못하고 매일 침대에 누워서 먼 산만 바라보는 신세가 됐다. 그때 그녀의 나이는 아흔 세 살이었다. 그

러던 어느 날 그녀를 찾아 온 아들은 그녀에게 시를 써보라고 권유를 했고 그녀는 한 신문의 독자 투고란에 자작시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녀는 그렇게 모은 자작시를 자신이 그동안 모아 온 장례비를 털어 자비 출판을 했고 위의 시구가 바로 그 시집 ‘약해지지 마’에 실린 시 중의 일부이며 그녀의 이름은 ‘시바타 도요’이다. 아흔 여덟에 낸 이 시집은 당시 출판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IQ84’의 다음가는 판매 부수를 기록하며 약 150만 부 이상 팔렸고 시바타 도요는 단숨에 중년, 노년 세대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그녀는 2013년, 102세에 숙환으로 타계하기 전까지도 항상 머리맡에 노트와 볼펜을 두고 살았다고 한다.

하고 싶은 것 혹은 자신의 꿈을 접고 현실에 타협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어릴 적 꾸었던 꿈을 이제 와서 다시 시작하고 또 이루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흔히들 말한다. 그러나 인생은 짧고도 긴 여행과도 같다. ‘미국의 샤갈’ 이라고 찬사와 칭찬을 받는 화가 해리 리버만은 76세 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101세 때도 전시회를 열었고, ‘왠지 모르지만 나는 어른이 되었다고 느낀 적이 없다.’고 말한 작가 윌리엄 스타이그는 61세에 어린이 책 작가로 제 2의 삶을 시작해서 84세 때 그 유명한 애니메이션인 ‘슈렉’의 원작 동화를 썼다. 뭔가 하고 싶다면, 가슴 속에 평생 간직한 꿈을 이루고 싶다면 나이나 환경은 결코 방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스스로 간절히 원하고 또 지금이라도 꿈을 위해 첫발을 내딛는다면 남은 인생은 지나온 인생보다 훨씬 더 찬란하고 행복하며 보람이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올 가을 끝자락에 수원 시민들이 모여 2018년 11월 9일 (금) ~ 11월 11일 (일) 까지 수원시 소극장 ‘울림터’에서 공연 예정인 세미 뮤지컬 ‘시리도록 아름다운...’(연출 : 이미경)은 주목할 만하다 하겠다. 절망과 희망 그리고 가족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질 이 세미 뮤지컬에 출연하는 대부분의 배우들은 지금까지 연기와는 다른 삶을 살아왔던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인데, 잠시 접어두었던 그들의 꿈을 다시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함께 뭉치고 피나는 연습을 하며 회비를 모아 마침내 극장에 올리게 된 것이다. 수원시에 기반을 두고 지역 문화 발전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 주고 있는 중원 극회(대표 : 곽동근)와 극단 메카네(대표 : 김창환, 국윤호)의 사심 없는 도움은 물론, 남은 인생의 멋진 항해를 위해 모인 출연진들의 힘겨운 노력과 소중한 꿈은 관객들에게 작은 떨림을 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인생에 뜻을 세우는데 있어 늦은 때라고는 없다.’라고 말한 영국의 정치인, 스탠리 볼드윈의 명언처럼 인생의 도전과 시작에는 결코 정해진 시기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이 한 편의 세미 뮤지컬과 출연진들의 진심 어린 마음을 통해 그동안 우리가 잊고 지냈던 각자의 꿈이 되살아나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우리나라 문화 발전을 위해 이런 좋은 취지의 작품들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진심 어린 응원을 하는 바이다.

 

(필자 소개)

한국을 대표하는 공포 미스터리 작가다. 이십대에 유니텔 등 각 PC통신사로부터 최고의 공포 미스터리 판타지 작가로 선정됐으며, 뉴시스에 공포 미스터리 소설 ‘악령의 추종자’를 연재했다.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하고 연극과 영화 보기를 즐겨했으며 현재는 작가 겸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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