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종합감사에서 증인 신분으로 참석한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이 민주당 이철희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구글코리아가 가짜 뉴스 100여건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삭제 요청을 거부했다. 민주당이 삭제를 요청한 가짜뉴스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북한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내용도 있어, 구글코리아가 가짜 뉴스 확산을 방관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 구글코리아, “가짜 뉴스, 가이드라인 위반 아니면 삭제 못해”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사이에서 ‘가짜 뉴스’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존 리 대표는 독일에서는 현행법에 따라 24시간 내에 가짜 뉴스를 삭제하면서 한국에서는 왜 방치하냐는 이종걸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독일법은 해당 콘텐츠가 증오, 현저한 편견, 유해한 내용일 때 삭제하는 것으로 가짜 뉴스와 관련된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구글의)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할 경우 삭제한다”고 답했다. 존 리 대표는 이어 “(가짜뉴스 규제의) 의도는 좋지만 과도하면 지나친 블로킹, 필터링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 15일 역삼동 구글코리아를 방문해 104건의 가짜 뉴스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가이드라인 위반 콘텐츠가 아니다”라는 답변을 들은 바 있다.  민주당이 삭제를 요청한 가짜 뉴스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북한특수부재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유튜브 영상도 포함돼있다. 존 리 대표는 광주민주화운동이 북한군 소행이냐는 박광온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도 “비극적 사건인 것은 잘 알지만 사실 여부에 대한 세부적 답변은 어렵다”며 “유튜브는 진실을 규명하는 입장에 있지 않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구글코리아에 삭제 요청한 유튜브 영상뉴스 중 하나. 광주민주화운동을 북한 특수부대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으로 구성돼있다. <사진=유튜브>

◇ 독일 등 주요국의 가짜 뉴스 대응방식

유튜브,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가짜 뉴스의 확산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각국에서 가짜 뉴스에 의한 심각한 폐해가 지적돼왔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가짜 뉴스 방지를 위해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한 것은 독일이다. 난민 유입 등으로 각종 혐오 발언 및 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독일은 지난해 6월 소셜미디어플랫폼 사업자에게 가짜 뉴스 삭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 중이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회원 수 200만명 이상의 소셜미디어 기업은 명백한 가짜 뉴스를 발견할 경우 24시간 안에 삭제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5000만 유로(약 650억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유포자뿐만 아니라 플랫폼 운영자에게 가짜 뉴스 삭제 의무를 부과하 아예 허위 정보의 유통 경로를  차단하려는 시도다.

반면 지난 대선부터 가짜 뉴스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미국은 언론 및 소셜미디어 기업의 자율규제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가짜 뉴스의 주된 유통경로로 비판받고 있는 페이스북은 허위 정보로 연결되는 링크를 제한하는 한편, 가짜 뉴스를 공유한 계정의 광고를 차단해 수익을 얻을 수 없도록 하는 등의 자체적인 규제 방안을 도입했다. 유튜브 또한 뉴스 검색 시 허위 정보를 걸러내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적용 중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후보들에 대한 가짜 뉴스가 홍수처럼 터져 나왔던 프랑스에서는 비영리단체를 중심으로 뉴스의 진위를 판별하는 팩트체킹 시스템 ‘크로스체크’를 운영 중이다. 글로벌 비영리 단체인 퍼스트드래프트 (FirstDraft)와 르몽드, 리베라시옹, AFP 등 37개 프랑스 언론사와 글로벌 매체가 참여한 크로스체크는 지난해 2월 유권자들이 정확한 정보에 근거해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로 출범했다. 비록 가짜 뉴스의 최초 유포는 막을 수 없더라도, 정보가 어떤 과정을 거쳐 검증됐는지를 밝혀 독자가 허위 정보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는 사후 처방인 셈이다.

◇ “가짜 뉴스 규제, 악용소지”  VS “자율규제 실효성 없어”

국내에서도 가짜 뉴스 규제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법적 규제를 도입하는 독일식 해법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가짜 뉴스 규제가 국가의 정보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지난해 네트워크 집행법을 두고 찬반논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독일정기간행물협회는 해당 법안에 대해 “국가가 언론을 감시하기 위해 고용한 사설 경찰”이라고 강도높게 비난했으며, 일부 야당 의원들은 해당 조치가 불법이라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캐시 패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미디어언론학부 교수는 지난해 6월 서울외국어대학교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거짓정보도 결국 그 거짓을 취재하며 진실을 알게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명예훼손 등 명백한 피해자가 있지않는 이상 법적으로 가짜뉴스를 제재하려는 움직임은 지나치다”는 의견을 밝혔다. 패커 교수는 이어 “법적 제재가 아닌 인터넷 기업들의 알고리즘 제재,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등으로 ‘가짜뉴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짜 뉴스의 유통경로를 단절시키기 위한 법적 규제가 없다면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지영 호주 캔버라대 뉴스미디어센터 연구원이 지난 6월 ‘신문과방송’에 게재한 ‘소셜미디어, 가짜뉴스 그리고 팩트체킹의 한계’에 따르면 팩트체킹은 가짜 뉴스에 대한 효과적인 대안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연구원이 소개한 해외 연구결과에 따르면, 가짜 뉴스 사이트를 방문하는 누리꾼들은 팩트체크 사이트에서 정보를 검증하는 빈도가 높지 않은데다, 팩트체크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이지도 않았다. 

국내에서는 주요 IT 플랫폼사가 참여한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서 가짜 뉴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자율 규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에서 가짜 뉴스 유통이 확대되는 현 상황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점증하는 가짜 뉴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독일, 프랑스, 미국 등 다양한 해법 중 어느 것이 한국 상황에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