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추크와 한국의 크립토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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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추크와 한국의 크립토밸리
  • 여정현
  • 승인 2018.10.30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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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화폐의 개념이 등장한지 벌써 10년이나 되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2008년 블록체인에 관한 짧은 논문을 발표했다. 그후 암호화화폐는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와 이미 1300개가 넘었다. 이 수치는 각국이 발행한 법정화폐의 수를 크게 뛰어넘는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지난 9일 파리에서 암호화화폐를 화폐가 아닌 자산으로 취급하기로 하였고, 암호화화페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

스위스의 추크라는 도시는 2013년부터 크립토밸리로 명성을 얻으며 전세계 블록체인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스위스의 성공을 바라본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들도 한국에 크립토밸리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선보이고 있다. 이글에서는 추크의 성공요인과 암호화폐의 미래를 준비하는 각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의 노력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크립토밸리 스위스 홈페이지

크립토밸리로 명성을 쌓은 스위스의 추크

스위스의 추크는 우리나라의 종로구 정도로 작은 동네이다. 취리히나 베른 등 다른 유명한 도시처럼 구시가에는 아름다운 호수가 인접하고 있고, 도시의 한부분에 산업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추크시가 암호화화폐의 성지로 불리게 된 것은 2013년경 이더리움과 모네타스가 추크에 회사를 꾸릴 때 행정지원을 빠르게 해준 덕분이다.

추크시는 이미 지방세도 암호화화폐로 수령하고 있다. 그것도 관련 협회가 이를 수차례 요구해서가 아니라, 한 개인이 비트코인으로 세금을 납부할 것을 요청하자 겨우 2주만에 이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블록체인 기업은 추크시가 쌓아올린 명성으로 무려 700개에 달한다. 그리고 이둘 중 상위 50개 블록체인 관련 기업의 기업가치는 이미 무려 50조원에 달한다.

블록체인과 관련된 자금이 추크로 향하자 스위스의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향상되었다. ITTP가 올해 발표한 ‘ICT기술수준 조사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블록체인 기초기술과 응용기술, 사업화수준은 750점의 평가를 받고 있지만, 스위스 및 인접 유럽의 점수는 950점이다. 한국보다 많은 자금을 가진 중국의 경우 760점 수준으로 한국을 조금 앞서고 있다. 중국의 블록체인 기술이 한국보다 1.8년 정도 앞서고 있다는 분석도 있는 것을 보면, 블록체인 분야에서 한국의 발 빠른 추격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물론 암호화 화폐를 통한 자금모집의 경우 투자자가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한국의 금융기관은 이미 작년 9월 증권발행 형식의 ICO를 금지했다. 미국, 싱가폴,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ICO에 대한 규제조치를 강화하거나 소비자 경고를 발표했다. 하지만, 스위스에서는 규제가 중국과 한국처럼 강하지 않았고, 한국과 중국의 엔지니어들은 앞 다투어 스위스로 향했으며, 이러한 경향은 추크의 블록체인 산업을 더욱 활성화시켰다.

블록체인은 완성된 기술이 아니다. 아직도 개발이 필요한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제1세대의 블록체인 기술이 단순히 분산장부를 공유하는 기술이라면, 제2세대의 기술은 스마트계약 기반 기술이다. 블록체인 관련 제3세대 기술은 거래처리 용량의 개선, 다양한 거래 플랫폼간의 연동, 실시간 추적 관련 기술의 확대로 나타나게 된다. 현재 알리바바는 초당 10만건의 거래를 처리하고 있으며,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초당 3만건의 거래를 처리하고 있다. 그렇지만 비교적 많은 거래량을 처리하는 암호화화폐 이오스의 경우는 겨우 초당 3,000건 정도를 처리하고 있다. 아직도 다양한 암호화화폐 거래소간에는 시세 차이가 존재하며, 이러한 가격 차이는 암호화화폐에 관한 투기수요를 낳고 있다. 조만간 이러한 시세차이를 줄이는 기술이 개발될 것이다.

 

스위스의 가상화폐 규제

스위스는 17세기부터 프랑스 왕족들의 자금조달처와 자산은닉처로 각광을 받았다. 스위스는 1934년 은행원이 거래하는 고객의 정보를 공개할 경우 형사처벌을 가하였고, 이러한 조치는 스위스가 세계적인 조세피난처로 인기를 얻는데 한몫 했다. 제2차 대전직후 전쟁비용을 충당하기 위하여 유럽각국이 세금을 올리자, 더욱 많은 자금이 스위스로 향하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 스위스는 미국 및 EU 국민들의 은닉한 범죄수익을 조사하는 것에 협조하게 되었고, 과거와 같은 조세피난처의 명성은 상당부문 상실했다.

스위스의 USB는 2009년 미국 국세청에 탈세혐의를 받는 미국인 명단 4,450명의 계좌정보를 제공했다. 스위스가 조세천국으로서의 명성을 상실했지만 필자가 올해 여름 방문한 취리히의 호수가에는 여전히 세계적인 금융기관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서 전세계 여유자금을 거두어들이고 있었다.

스위스가 비록 불록체인과 ICO의 선두주자로 불리고 있지만, 이미 출시한 암호화화폐의 절반은 유통에 실패하거나 공개과정에서 사기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에 스위스의 금융감독기관 핀마(Fimma)는 암호화화폐에 관련된 다양한 규제를 도입했다. 핀마는 블록체인을 지불용, 유틸러티용, 자산용 3개 용도로 구별하고, 지불형토큰과 유틸러티용은 자금세탁방지법규의 엄격한 적용을 받도록 하였다. 또한 자산형토큰은 암호화화폐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증권관련 법규를 적용받도록 했다.

한국인들이 투자한 모 가상화폐의 경우 시가총액은 벌써 1조원이 넘는다. 그런데 이 가상화폐를 발생한 기업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니 2017년말 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은 1,000여억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점은 소비자보호를 위하여 자산형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 이유를 간접적으로 설명해준다.

각국이 ICO를 엄격히 규제하자, 최근에는 IFO와 IEO라는 투자기법이 각광을 받고 있다. IFO는 가상화폐를 무상으로 나누어주는 방법이고, IEO는 빗썸 등과 같은 가상화폐 거래소를 설립하는 방법이다. 가상화폐의 중요성을 알아차린 일부 IT공룡들은 암호화화폐의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인넷의 개발을 추진하기도 한다. 비트코인의 소스코드 개발에 관여한 엔지니어는 600명 이상으로 알려졌는데, 개발자가 많은 업체의 경우 각종 해킹시도나 보안 취약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국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참가

한국에서 활동 중인 블록체인기업은 2017년말 약 30여개이고, 종사자수는 600명을 넘었다. 스위스 추크의 인구는 3만명 수준인데, 블록체인 기업이 몰려서 벌써 3,000개의 일자리가 생겼다.

스위스 추크가 암호화화폐 밸리로 명성을 얻자 한국의 지방정부들도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육성을 위하여 블록체인 활성화에 동참하고 나섰다. 싱가포르, 몰타, 모리셔스, 에스토니아 등은 블록체인 선진국으로 불리는 국가인데 이들 국가로 자금이 몰리기 때문에 한국도 관련시장에서 뒤쳐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툭별자치도 지위를 누리는 제주도는 블록체인 특구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암호화화폐 거래소, 규제관련 기관, 전문 서비스 인력을 유치하는 것이 제주도의 야심찬 계획이다.

서울시장은 이번 달 스위스의 취리히에서‘블록체인 도시 서울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5년간 1,233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미 핀테크 분야에서 매출 8억원 이하의 기업에 대하여 0% 수수료를 적용한 ‘서울페이’사업도 추진 중이다. 부산시도 이에 질세라 2026년까지 400억원을 투입해 부산국제금융센터(BIFC)를 블록체인 특구로 육성하기로 했다.

광역자치단체가 본격적으로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지기 전, 기초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블록체인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선행되었다. 노원구는 이미 지난 2016년 물품, 지식, 그리고 재능을 나누고 공유함으로써 돈 없이도 살 수 있는 행복한 마을 공동체를 노원구 안에서 실현하기 위해 종이로 된 지역화폐를 도입했다. 그런데, 종이화폐의 제약으로 지역화폐로 활성화되지 못하자, 노원구는 암호화화폐인 노원(No-Won)을 도입했다. 노원이란 단어는 법정통화인 원화가 필요 없다는 의미도 함축하고 있다. 노원은 전용앱으로 공공기관 21개소와 민간기업 101개소에서 사용할 수 있으나, 지역적 제한으로 크게 성장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지역화폐를 암호화화폐로 유통시키고자 하는 노력은 다른 자치단체로 확대되고 있다.

한편 경기도는 2017년 주민제안공모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투표참여율을 높이고 다수 의견을 반영위해 블록체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킨텍스에서 개최된 ‘따복공동체 주민제안 공모사업’에서는 공동체 대표 815명이 제안사업을 발표하고, 온라인 심사에서는 관련자들이 사업내용과 발표과정을 시청한 후 ‘좋아요’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평가를 내렸다.

공공기관인 한국전력공사도 블록체인기술 활용에 참가했다. 한전은 태양광으로 전력을 생산하면서 동시에 소비를 병행하는 고객들이 남는 전기를 이웃에 판매하기도 하고, 보유한 포인트로 전기요금도 납부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한전은 이용자가 포인트를 전기차충전소에서 사용하거나, 현금으로 환급받을 수 있게 시스템을 설계하였다. 현재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블록체인 활용방안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

암호화화폐와 그 기반기술인 블록체인 기술에 대하여서는 아직 회의적인 시각이 남아 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다수의 사용자들이 널리 이용하는 서버-클라이언트 시스템에 큰 불편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며, 1,300개나 되는 가상화폐가 범람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미 거대한 자금이 스위스와 싱가폴, 에스토니아 등으로 몰려가고 있고, 다양한 미개척 분야가 블록체인 사업에 있으므로, 관련 분야에 대한 연구와 투자를 결코 게을리 할 수 없다.

 

<필자 약력>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주)명정보기술 산호세법인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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