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를 방문,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 비핵화 협상을 위한 한미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28일 한국을 방문한 비건 대표는 29일 강 장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을 잇따라 만나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비건 대표는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강 장관을 만나 “한미간 각급에서 진행되어 온 협의와 조율이 북미 협상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며 “향후 비핵화·남북관계 진전 과정에서 양국간 빈틈없는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 또한 “ 평양 정상회담과 폼페오 장관의 최근 방북 등을 통해 강화된 대화의 모멘텀이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구축의 실질적 진전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한미간 긴밀한 공조를 토대로 구체 방안을 계속 조율해나가자”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이후 이 본부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우리는 한반도에서 지난 70년 간의 전쟁과 적대의 종식과, 그것을 위한 기본적인 요건인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며 “우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잘 협력해 왔고,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페이스를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비건 대표가 이날 외교부 방문에서 한미공조에 대해 확고한 신뢰를 보인 것은 최근 제기되고 있는 비핵화 관련 한미 간 속도 차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지난 9월 평양선언을 기점으로 남북협력사업 확대 및 철도·도로 연결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으며 대북정책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 반면, 미국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중간선거 이후에 열겠다며 시간표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백악관과 청와대의 대북정책에 이견이 생긴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비건 대표가 이날 외교부 방문에서 반복해서 한미공조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함에 따라 당분간 양국 속도 차이에 대한 우려는 잠잠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2일 워싱턴에서 회동을 가진 이후 일주일만에 이 본부장을 다시 만난 비건 대표는 “두 달 전 이 일을 시작한 이후 당신과 벌써 12번째 협의를 진행했다”며 여러 차례의 협의 과정에서 한미공조가 지속적으로 잘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비건 대표의 방한을 두고 북한 실무진과의 만남이 예정된 것 아니냐는 추측도 확산되고 있다. 비건 대표가 방한 일정 중 북측 ‘카운터파트’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비밀리에 만나 비핵화 및 북미회담에 대한 실무협의를 하지 않겠냐는 것. 특히 비건 대표가 이날 외교부를 방문하면서 상세한 지명이 적힌 북한 지도를 지참한 것도, 핵무기 보유 현황에 대한 북한 측과의 대화를 준비 중인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반면 비건 대표는 방한 일정과 협의 내용에 대해 함구 중이다. 비건 대표는 지난 28일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어떤 질문에도 답할 수 없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 또한 2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비건 대표와 최 부상과의 만남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파악하고 있는 일정은 없다”고 답했다.

한편 비건 대표는 오는 30일 오후 조 장관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조 장관은 비건 대표와의 만남에서 남북협력사업과 관련해 대북제재 예외 승인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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