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성태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이날 김 원내대표는 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사법농단 심판을 위한 특별재판부 도입 논의와 관련해 찬성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여야 4당이 특별재판부 설치법에 찬성한 가운데 홀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고립무원 처지에 놓였다.

◇ 여야 4당 VS 자유한국당, 특별재판부 논의 속 고립 심화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이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법에 합의한 이후, 한국당도 특별재판부 합의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야 4당 관계자들은 한국당의 특별재판부 반대 논리를 어깃장이라고 비판하며 연일 비판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정부여당은 특별재판부 도입을 위해 한국당이 당론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한국당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말고 사법부가 삼권분립을 제대로 역할 할 수 있도록 협조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촉구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또한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법농단’ 사건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부 소속 법관 중 동 사건의 피의자 또는 피해자가 여럿 있다”며 “(특별재판부 설치는) 위헌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법농단’ 사건의 용의자, 피의자 또는 피해자인 법관이 공정한 재판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에 기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29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한국당은 재판거래를 한, 사법농단을 한 책임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라며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고, 진정으로 촛불혁명의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오히려 한국당이 반성하고 앞장서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사법부 붕괴를 막고 사법부의 국민적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길이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것이다, 라고 국민이 지지한다고 하면 한국당도 국민의 뜻을 저버릴 수는 없다”며 “한국당이 지금은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국민 여론에 따라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 또한 29일 논평을 내고 “이미 국민들의 거센 요구를 받아 안고 정의당을 비롯한 여야 4당은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에 합의”했다며 “얼토당토않은 위헌 논란을 핑계로 자유한국당만이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의 경우, 특별재판부 도입과 관련해 이언주, 지상욱 의원 등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일단 찬성하기로 당론이 정해진 상태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2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자유한국당은 기본적으로 특별재판부를 구성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 조금 보수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특별재판부 구성과 관련해서 이번에는 민주당 주도로 4당이 이렇게 하다보니까 굉장히 소외감을 느낀 것 같다”고 한국당의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특별재판부 설치법 국회 통과는) 법원소위에 들어가 있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끝까지 반대를 하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서울교통공사 국정조사와 특별재판부 설치를) 거대 당들이 양쪽에 서로 받아들여서 소위 빅딜을 하도록 지금 열심히 설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료=리얼미터>

◇ 특별재판부 지지 여론, 찬성 62% VS 반대 25%

한국당은 합의에 동참하라는 여야 4당의 요구를 묵살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착위원회 회의에서 “특별재판부는 국회에서 정치적 거래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위헌적 요소가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고용세습 의혹을 덮으려는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특별재판부 도입에 대한 조국 수석의 페이스북 발언에 대해서도 “조국 수석은 제발 좀 나서지 말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계속 반대 입장을 고수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따른다. 무엇보다 여론이 등을 돌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성인 남녀 5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도입을 찬성하는 응답자는 전체의 61.9%인 반면, 반대는 24.6%에 불과했다. 연령별로는 30대(73.9%)에서 가장 높은 찬성 여론이 확인됐으며,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82.1%), 이념별로는 진보층(80.1%)가 특별재판부 도입에 강한 지지를 보냈다.

반면 자유한국당 지지층(찬성 31.5%, 반대 50.2%), 보수층(39.0%, 45.0%)의 경우 특별재판부 도입에 대해 찬성보다 반대 여론이 높았다. 하지만 한국당의 지지기반이라 할 수 있는 대구·경북(53.0%)뿐만 아니라 부산·경남·울산(55.4%), 60대 이상 장년층(55.4%)에서도 절반 이상이 특별재판부 도입을 원한다고 응답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특히 장년층의 특별재판부 찬성 여론은 20대(56.7%)와도 비슷한 수준이다.

누리꾼들도 특별재판부에 대한 자유한국당 반대 논리에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누리꾼은 “유치원 대책부터 남북합의서까지 한국당이 발목을 잡지 않은 게 없다”며 “한국당이 찬성하는 안건을 찾는 게 더 쉬울 것”이라고 비꼬았다. 다른 누리꾼도 “임종헌이 구속됐더라도 특별재판부는 꼭 필요하다”며 “한국당도 여론 분위기를 읽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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