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사법농단 관련 특별재판부 설치 촉구’ 4당 원내대표 공동 기자회견을 끝내고 홍영표 원내대표가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관영 바른미래당,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장병완 민주평화당,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사진=뉴시스>

 

[이코리아여야 4당이 ‘사법농단’ 사태 처리를 위한 특별재판부 설치법 처리에 합의한 가운데,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 고위법관을 중심으로 해당 법안이 위헌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한국당·고위법관·보수언론, 특별재판부 설치 반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자신들이 임명한 대법원장을 두고 사법부 전체를 불신하며 특별재판부를 만들어달라는 의도가 뭐냐”며 “6·25 전쟁 당시 완장을 찼던 인민재판이 자꾸 생각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특별재판부 구성 자체가 정치적 행위라 위헌적 소지부터 해소돼야 한다”며 “헌정질서를 수호해야 할 집권당이 위헌 논란을 자초하는데 대해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고위법관들도 특별재판부 설치 논의에 대해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황병하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25일 법원 내부 전산망에 글을 올리고 “절대주의 국가에서처럼 국왕이 순간의 기분에 따라 담당 법관을 정하거나, 이미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법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으로 바꿔버리거나, 심지어 사건을 자신이 직접 결정할 때에는 재판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완주 서울고등법원장 또한 지난 18일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중회의실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특별재판부 관련해서는 위헌 논란이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수성향 언론들도 특별재판부 설치법 관련 4당 합의에 반발했다. 조선일보는 26일 “‘특별재판부’라니 이 나라에 혁명이라도 났나”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하고 특별재판부 설치는 사법부에 대한 사망선고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특별재판부는 건국 초기 반민족 행위자 처벌과 4·19 이후 3·15 부정선거 관련자 소급 처벌을 위해 도입된 적이 있다. 사회적 대혼란기 상황에서 헌법 제정과 개정 절차를 통해 극히 예외적으로 도입한 것”이라며 “권력이 입맛에 맞는 재판부를 만들 수 있게 되면 더 이상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없다. 이야말로 진짜 사법 농단”이라고 강조했다.

◇ 여야 4당, "고양이에게 생선 맡길 수 없다"

반면 특별재판부 설치법 처리에 합의한 여야 4당을 비롯해 주요 일간지들은 특별재판부 설치에 헌법 위배의 소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현 사법부가 과거 사법농단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현 시점을 특별재판부 구성을 위한 예외적 상황으로 볼 수 있다는 것.

법안을 발의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사법농단 사건이) 배당될 가능성이 높은 합의부는 7개인데, 그 중에 5개가 사법농단 관련 사건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 받고 있는 사람이거나, 과거 대법원 자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대상이었던 사람이 부장으로 있는 합의부”라며 “과연 5개 부에 사건이 배당된다면, 공정한 재판이 될 것이라고 국민들이 신뢰 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또한 “사법농단 연루자에게 재판을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것”이라며 특별재판부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고위법관들과 달리 변호사들은 특별재판부 설치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 법조계 여론도 양분되고 있다. 특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7월부터 사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재판부 설치를 주장해왔다. 김준우 민변 사무차장은 지난 7월 MBC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출연해 “(사법부는) 사법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라며 “사법농단 법관들에 관한 재판들도 열릴 텐데, 그것들을 지금 사법부에게 온전하게 맡길 수 있느냐. 이런 문제와 관련해서 특별재판부 구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특별재판부, 특별검사제보다 위헌 소지 적어

특별재판부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특별검사제를 예로 들며 위헌 소지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때를 위해 도입된 특별검사제는 지난 1999년 임시특검제 도입 이후 10건, 2016년 상설특검제 도입 이후 2건 등 총 12건의 사건에 대한 수사에 활용됐다.

특정 사건만을 위해 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논란에 부딪힌 특별재판부처럼, 특검제 또한 도입 초기 특정 개인이나 사건만을 대상으로 한 ‘처분적 법률’이라는 반대논리에 직면했다. 하지만 당시 헌법재판소는 “특정 법률이 처분적 법률에 해당한다고 해서 곧바로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고, 처벌이 합리적인 이유로 정당화되는 경우에는 헌법상 허용된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한국 특검제의 롤모델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도 특검제 위헌 소지에 대해서는 지난 1988년 대법원에서 “입법부나 사법부의 독립성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특별재판부에 대한 반대논리가 특검제 반대논리와 유사한 만큼, 위헌 논란에 있어서도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것.

게다가 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특검제의 위헌 논란을 의식해 특검제보다 완화된 방식을 취하고 있다. 특검제의 경우 대한변호사협회에서 후보군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특별검사 임명일 전 1년 이내에 공무원 직이 있었거나 당적을 가진 경우는 특별검사 결격사유로 인정된다. 즉 1년 이내에 검찰에 적을 둔 법조인의 경우 아예 특별검사 후보에서 배제되는 셈.

반면 박 의원 안의 경우 위헌 논란을 의식해 특별재판부를 현직 판사로 구성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대한변협 추천인 3명, 법원 판사회 추천인 3명, 변호사 자격이 없는 각계 전문가 추천인 3명으로 구성된 특별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가 현직 판사 중 6명을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이중 3명을 임명하는 식이다. 후보군이 현직 판사로 제한되는데다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이 직접 임명한다는 점에서, 선발과정에서 사법부가 완전히 배제되는 특검제보다도 위헌 소지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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