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석씨(91)와 양영애씨(83·여) 내외가 2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본관에서 평생 과일 장사를 하며 모은 전 재산 400억원을 기부했다.<사진=뉴시스>

[이코리아] 평생 과일 장사를 하며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한 노부부의 사연이 화제다.

고려대는 25일 “김영석(91)씨와 양영애(83·여)씨가 시가 200억원 상당의 서울 청량리 소재 토지 5필지와 건물 4동을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노부부는 200억원 상당의 토지 6필지와 건물 4동을 추가로 기부할 계획이다.

이날 고려대학교 본관에서 열린 기부식에는 고려중앙학원 김재호 이사장과 염재호 고려대 총장, 유병현 대외협력처장 겸 기금기획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염재호 총장은 “평생 동안 땀 흘리고 고생해서 모은 재산을 인재양성을 위해 기부한 두 분의 고귀한 마음에 감사드린다. 기부하신 분의 뜻에 부응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강원도 평강이 고향인 김 옹은 실향민 출신이다. 현대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회장이 그랬듯 김 옹 역시 돈을 벌어오겠다며 두 동생을 고향에 남겨두고 남한으로 내려왔다. 월남 후 머슴살이를 하던 중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참전했으며 이후 지금까지 동생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아내인 양영애 여사는 경북 상주가 고향으로 23살에 중매 결혼했다. 부부는 식당 일과 식모살이를 하며 억척같이 일했다. 리어카를 끌며 과일 장사를 하던 부부는 종잣돈을 모아 서울 종로 5가에 과일가게를 차렸다.

부부는 신선한 과일을 떼다 팔기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청량리 시장을 오갔다.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걸어다니다 보니 통금시간에 걸려 혼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부부의 남다른 부지런함으로 인해 과일가게에 단골손님이 늘기 시작했다. 부부는 한푼 두 푼 모은 돈으로 은행 융자를 얻어 청량리 상가 건물을 매입했다. 그때가 1976년도였다. 건물주가 된 후에는 세입자에게 가급적 임대료를 올리지 않아 마음 놓고 장사를 할 수 있게 했다. 그러면서도 본인들은 여행 한번 가지 않고 검소하게 살았다.

김 옹 부부의 기부가 더 귀감이 되는 것은 두 아들이 있음에도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고 사회에 환원한 점이다. 김 옹의 두 아들은 현재 미국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 옹은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기부식에 참석했다. 부인 양 여사는 "나같이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사람이 학교에 기부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힘이 되고 훌륭한 인재를 길러내는데 소중하게 사용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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