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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초식동물과 세랭게티 법칙
  • 이성규 The Science Times 객원기자
  • 승인 2018.11.0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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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은 인터넷 과학신문 <The Science Time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문 보기)

 

1913년 미국의 탐험가 스튜어트 E. 화이트는 나이로비에서 남쪽으로 메마른 땅을 하염없이 걷다가 엄청나게 넓은 초원을 발견했다. 그는 그 땅을 일컬어 낙원이라고 표현했다. 그곳을 발견한 최초의 백인인 화이트의 말처럼 정말 세렝게티는 동물들의 낙원이다.

아프리카 남동부 지역의 공통어인 스와힐리어로 세렝게티는 ‘끝없는 평야’라는 뜻이다. 탄자니아 최대의 국립공원으로 면적이 1만4763㎢에 이르는 이곳에는 초식동물과 포식자들이 세계 최대 규모로 군집을 이루며 서식한다.

누, 얼룩말, 들소, 톰슨가젤 등의 초식동물 뒤를 따라 사자와 하이에나, 자칼 등이 뛰어다닌다. 한때 들개도 이곳에 서식했지만 1991년 멸종했다. 들개 중 세 무리는 광견병 전염으로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전체 멸종 원인에 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세렝게티의 초식동물들은 건기가 시작될 때 물과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대장관을 연출한다. ⓒ 위키미디어 (Daniel Rosengren)

그밖에 코끼리 약 2700마리, 마사이기린 약 8000마리 등을 포함해 대형 포유류만 해도 약 300만 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원숭이와 천산갑, 스컹크, 몽구스, 골든캣 등의 소형 포유류를 비롯해 파충류로는 나일악어, 왕도마뱀, 비단구렁이, 코브라 등이 있다. 또한 조류도 500종 이상이 서식한다.

세렝게티에 이처럼 다양한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까닭은 다양한 서식지가 독특하게 결합돼 있기 때문이다. 흔히 초원은 나무가 자라기엔 강수량이 적고, 사막이 발달하기엔 너무 많은 지역에서 발달한다. 속하는 기후대에 따라 열대초원, 온대초원, 한 대초원, 고원초원 등으로 구분되는데, 이들의 면적을 합치면 지구의 약 1/4을 차지할 만큼 넓다.

열대초원인 세렝게티는 사바나 지역과 탁 트인 삼림 지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렝게티의 초식동물들은 건기가 시작될 때 물과 먹이를 찾아 북쪽으로 무려 1000㎞나 이동하는 대장관을 연출한다. 특히 검은꼬리누는 이동하는 무리의 수가 150만 마리에 이를 정도다.

이들이 한번 이동을 시작하면 사자 같은 무서운 맹수조차 막지 못한다. 가장 위험한 것은 드넓은 마라 강을 건너는 일인데, 물살도 빠르고 악어가 있어 누 같은 큰 동물도 목숨을 잃는 경우가 흔하다. 누의 경우 그해에 새로 태어나는 새끼 40만 마리 중 약 70%가 대이동 중에 목숨을 잃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풀과 물이 있어야 생명을 영위할 수 있는 초식동물에게 대이동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한편 진화생물학자 션 B. 캐럴에 의하면, 세렝게티에서 포식자들의 먹이가 되는 초식동물의 기준은 바로 몸무게다. 대체로 몸집이 작은 동물일수록 노리는 포식자가 더 많아 위험하고, 몸집이 큰 기린이나 코끼리, 하마 등은 다른 동물에게 잡아먹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 그는 그 기준이 몸무게 150㎏이라고 주장한다.

즉, 몸무게 150㎏ 이하의 동물들은 대개 포식자에 의해 개체수가 조절되며, 이보다 큰 동물들은 포식자의 공격을 받지 않는다. 그럼 천적이 없는 대형 초식동물들은 어떻게 늘 적당한 숫자를 유지하는 걸까. 션 B. 캐럴은 그들이 먹이에 의해 개체수가 조절된다고 했다.

대형 초식동물들의 숫자가 늘어나면 먹이가 부족해져 영양실조로 죽는 비율이 늘어나고, 반대로 굶어죽는 대형 초식동물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먹이의 양이 많아져 개체 수가 유지되는 것이다. 그는 이를 ‘세렝게티 법칙’이라 칭하며, 모든 생명을 지배하는 하나의 보편적 원리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우리 체내에 수많은 종류의 분자와 세포를 조절하는 생리적 법칙 또한 동물 개체수를 조절하는 생태적 법칙과 기본 논리가 놀랄 만큼 비슷하다는 주장이다.

경영 전문가들도 세렝게티 동물들의 생존법에서 교훈을 얻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제 MBA 강연자로 활동하는 스티븐 베리의 ‘세렝게티 전략’이다. 비즈니스 전략 전문가인 그는 세렝게티 동물들의 생존 노하우를 기업 경영에 비유한다.

예를 들어 목이 긴 기린은 넓은 시력이 생존 전략이며, 행동이 느린 코끼리는 축적된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 악어는 잠행과 기습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 또한 얼룩말의 경우 투쟁, 도주, 군집, 부동, 날뛰기라는 5가지 생존 전략을 복합적으로 활용한다. 따라서 기업들도 자신의 상황에 맞는 최고의 전략을 구사해야 도태하지 않고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스튜어트 E. 화이트에 의해 발견된 이후 직업 사냥꾼들의 남획으로 사자 수가 급감하자 1929년 세렝게티 중앙 지역은 사냥 금지 구역으로 지정되었다. 1951년에는 국립공원으로 격상되었으며, 지구라는 거대한 유기체가 앞으로 먹고 살 소중한 자원이라는 이유에서 198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목록에 등재되었다. 1년 내내 개방된 세렝게티를 가장 관광하기 좋은 계절은 비교적 선선한 6월에서 12월 사이다.

이성규 The Science Times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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