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원문은 인터넷 과학신문 <The Science Time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문 보기)

 

지구가 탄생한 건 약 46억년 전이다. 당시 지구의 환경은 혹독했다. 대기는 산소 한 점 없이 대부분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오존층이 없어 강력한 자외선이 내리쬐었다. 그럼 이 같은 황량한 지구에 최초의 생명이 탄생한 것은 언제였을까.

최근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국제 연구진이 ‘네이처’ 지에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약 43억년 전에 캐나다 동부 퀘백에 미생물이 살고 있었다. 지구가 탄생한 지 불과 3억년밖에 안된 시점이다. 화석으로 그 존재가 증명된 이 미생물은 깊은 바다의 열수분출공에서 기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지구에는 산소가 없었으므로 최초의 생명체 역시 산소를 필요로 하지 않는 혐기성 미생물이었다. 그들에게 산소는 일종의 독이었다. 그런데 이산화탄소와 물을 이용해 광합성을 하는 시아노박테리아가 등장함으로써 지구는 특별한 행성이 됐다. 광합성에 의해 산소가 풍부해짐에 따라 산소를 호흡에 이용하는 호기성 생물들로 가득한 행성이 된 것이다.

샤크 만(Shark Bay)은 세계에서 가장 다양하면서도 풍부한 스트로마톨라이트 미생물 집합체를 보유하고 있다. ⓒ Pixabay Public Domain

지구에 산소가 존재했음을 알려주는 가장 오래된 증거는 호주 북서부 필바라 지역에서 찾을 수 있다. 시생대의 지층이 드러난 이곳에서 발견된 약 34억년 전의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바로 그것. 스트로마톨라이트란 시아노박테리아 같은 남조류의 광합성에 의해 형성된 탄화칼슘질 구조물을 말한다.

원시지구에 산소를 공급하기 시작한 최초의 광합성 생물이었던 남조류는 그 표면에서 끈끈한 점액이 분비되어 모래나 점토들이 잘 달라붙는 특징을 지닌다. 이로 인해 주변의 퇴적물이 남조류에 붙잡혀 한 겹 한 겹 쌓이면서 마치 산호초처럼 퇴적 구조를 만든 것이 스트로마톨라이트다. 다시 말해서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생물인 남조류와 무생물인 침전물이 결합한 형태로서, 생물학적 물질로도 그리고 지질학적 물질로도 여길 수 있다.

그런데 스트로마톨라이트는 고생대 지층에서부터 발달이 급격히 줄어든다. 그때부터 시아노박테리아를 먹이로 하는 생물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또한 미생물이 스스로 다른 생물 안에 자리 잡거나 산호초의 틈새를 차지하는 등 미생물의 활동이 줄어든 것도 스트로마톨라이트의 감소 이유 중 하나에 속한다.

하지만 바하마 제도 등 몇몇 장소에서는 지금도 살아 있는 스트로마톨라이트 군락이 발견되다. 그중 가장 다양하면서도 풍부한 스트로마톨라이트 미생물 집합체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 바로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의 서쪽 끝에 자리 잡은 ‘샤크 만(Shark Bay)’이다.

여러 섬에 둘러싸여 있는 샤크 만은 그 자체가 거대한 낮은 만이다. 북쪽의 내추럴리스트 해협과 남쪽의 수로 등을 통해 바닷물이 들어오는 이곳은 평균 깊이 9m, 면적은 약 1만3000㎢이다.

샤크 만에서 지금도 스트로마톨라이트가 풍부하게 생성되는 까닭은 높은 염도 덕분이다. 시아노박테리아는 생물막을 만들어서 자신들의 보금자리인 스트로마톨라이트를 꾸미는 방식으로 성장한다. 그런데 까마득한 후손인 연체동물이 그 생물막을 먹이로 삼은 이후 스트로마톨라이트의 형성이 쉽지 않아졌다.

하지만 샤크 만처럼 염도가 높은 특수한 조건에서는 연체동물이 살 수 없으므로 지금도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만들어진다. 현재 살아 있는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볼 수 있는 곳은 꽤 존재하지만, 대규모로 형성되는 지역은 샤크 만이 유일하다.

샤크 만은 안쪽보다 깊이가 얕은 입구 쪽이 빽빽한 해초 숲으로 막혀 있어 한 번 들어온 바닷물이 잘 빠져나가지 못한다. 거기에다 높은 일조량과 강한 바람, 그리고 낮은 강수량으로 인해 보통의 바닷물보다 염분 농도가 훨씬 높다.

덕분에 이곳에서는 최초의 바다에 살았던 것과 거의 같은 스트로마톨라이트와 미생물 덩어리 등의 살아 있는 화석을 연구할 수 있다. 이밖에도 샤크 만은 뛰어난 생태계 특성을 지니고 있다.

풍부한 조류상과 해양동물상 등 동물학적 중요성을 지닌 지역이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멸종 위기에 처한 호주의 26종 포유류 중 5종이 이 지역에 서식하며, 230여 종 이상의 조류들이 분포한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1만1000마리의 듀공 개체군이 서식하고, 멸종 위기에 처한 해양 거북류 2종이 이곳에서 산란한다. 샤크 만이 ‘종의 피난처’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샤크 만에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이 정착한 것은 약 2만2000년 전이다. 당시에는 육지였으며 건조한 기후였다. 그러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함에 따라 8000년~6000년 전에 이 지역은 만이 되었다.

샤크 만의 페론 반도와 더크 하토그 섬에서는 그 원주민들의 조개무지 유적이 발견됐다. 이 유적은 바다와 근처 육지에서 채취한 당시의 음식물이 무엇이었는지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곳을 샤크 만이라고 명명한 이는 1699년에 상륙한 영국인 항해가 월리엄 댐피어였다. 해적으로도 악명을 떨친 그가 상어(shark)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을 붙인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영국에서 결코 본 적이 없는 식물 표본들을 이곳에서 채집한 뒤 다른 이들이 오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에서 그런 이름을 붙인 것으로 전해진다.

샤크 만이 지금도 지형학적 진화의 대표적인 예로서 종의 피난처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도는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