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말하는 오욕은 재욕, 색욕, 식욕, 명예욕, 수면욕 등 다섯 가지 인간의 욕망을 얘기한다. 이 다섯 가지 욕망을 버리고 살 수 있다면 도의 경지에 이를 수 있으리라. 그러나 인간으로 태어나서 생명이 붙어 있는 순간까지 다섯 가지 욕망을 버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최근 정부가 방송사의 대세로 자리 잡은 ‘먹방(음식 방송)’을 규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거센 논란이 일었다. ‘먹방’은 식욕을 자극하여 폭식을 조장해 비만 증가 등의 부작용을 낳는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특히 인터넷 개인 방송 등에서는 초등학생들까지 나서서 먹방 제작에 참여하고 있으니 정부가 규제에 나서겠다는 입장도 이해가 된다.

온라인 설문 업체 두잇서베이가 ‘먹방 규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 개인 방송 중 가장 인기 있는 방송 콘텐츠가 ‘먹방(64.9%)’이었다. 또 먹방을 즐기는 이유로 ‘재미있고(60.4%)’, ‘대리만족(57.6%)’을 느낄 수 있다고 응답했다. 또 방송을 보다가 4명 중 1명은 식욕을 못 참고 음식을 먹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부의 먹방 규제에 대해서는 44.4%가 반대 의사를 밝혔다.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TV와 인터넷방송에 이르기까지 먹방은 차고 넘친다. 많은 프로그램들을 크게 나누면 연예인 패널들이 등장하여 맛있는 집을 찾아 나서는 프로그램과 쉐프들이 등장하여 요리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으로 나눌 수 있다. 그 형식과 내용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먹는 일에 목숨 건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먹방들을 보고 있자면 최근 우리 사회가 너무 단순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불과 수십년 전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에 가족들의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네 부모들이 사투를 벌이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 먹방의 트랜드는 단순히 주린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한 끼를 잘 먹기 위해 마치 목숨(?)을 건다는 느낌이다. TV를 보다보면 예능 프로램들의 한없는 가벼움 때문에 슬퍼지기까지 한다.

먹방하면 떠오르는 프로그램부터 살펴보자. 이미 장수 프로그램 반열에 오른 JTBC 예능 프로그램 <한 끼 줍쇼>와 <냉장고를 부탁해>는 성공한 먹방이다. 코미디TV 예능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도 먹방의 대표주자다.

너무 비슷비슷한 프로그램이 넘쳐나자 먹방을 비틀어 변화를 준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MBC 예능 프로그램 <공복자들>은 한 끼라도 굶으면 큰일 날 것 같은 연예인들을 출연시켜 굶는 과정을 보여준다. SBS 예능 프로그램 <폼나게 먹자>도 토종 식재료를 찾아 전통 방식의 요리법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SBS의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음식 프랜차이즈 회사 대표이자 먹방계의 스타인 백종원을 내세워 인기를 얻는 프로그램이다. 청년창업 등 공익적인 요소도 있지만 결국 맛있게 먹는 이야기를 벗어나지 않는다. 역시 백종원이 출연 중인 올리브의 한식 경연 프로그램 <한식대첩-고수외전>도 요리대결 프로그램이다. 탤런트 김수미가 유명 셰프들과 요리 대결을 펼치는 tvN <수미네 반찬>이나 이연복 쉐프가 중국 현지에서 중화요리를 만들어서 길거리에서 판매하는 tvN <현지에서 먹힐까?>도 마찬기지로 먹방이다.

JTBC 팀셰프

예능 프로그램으로 성이 안차는지 먹는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들도 속속 등장했다. MBC에브리원 <단짠 오피스>와 MBC 드라마 <대장금이 보고 있다>는 드라마라는 장르에 집어넣었을 뿐 일반 먹방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먹방을 표방한 프로그램만 있는 게 아니다. 먹방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예능에서 먹는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여행 프로그램들도 결국 여행 가서 먹는 이야기다.

이쯤 되니 유튜브 등에서 먹방 스타가 등장하여 실검 1위에 오르면서 인기를 얻는다. 연예계에서는 먹방 스타 계보까지 생겨났다. TV 관찰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어린 아이들까지도 먹는 모습으로 인기를 얻는다. 최근 유튜브에서는 초등학생들이 정크푸드를 먹는 먹방을 만들어서 올리는 등 부작용도 생긴다. 어린이들이 라면이나 햄버거 등 정크푸드를 한꺼번에 많이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또래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그 강도를 자꾸 높이기도 한다.

시청자들은 정부가 먹방을 인위적으로 규제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이런저런 규제를 하다보면 자율성을 해치게 된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방송심의 등을 통해서 어느 정도 그 속도를 조정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미디어가 지나치게 철학적일 필요는 없겠지만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어느 한 쪽으로 편향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실제로 TV만 틀면 나오는 먹방이 보기 싫어서 채널을 돌리다보면 그렇지 않은 채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먹방이 채널선택권마저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먹방의 영향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셰프가 되겠다는 꿈을 품지만 과연 셰프로 성공하는 젊은이가 얼마나 될까? 또 창업으로 성공적인 자영업자가 되는 청년들은 얼마나 될까? 미디어의 영향이 만드는 부작용을 한 번쯤 되짚어봐야 한다. 그리고 하고 싶은 말 한 마디. 니는 밥만 먹고 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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